[CBS노컷뉴스 김진오 기자]          노컷뉴스 | 입력 2014.06.10 08:03

지난해 말 '안녕들 하십니까'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고려대 대자보가 또 붙었다.

이번에는 '교수님들이 그만 가만히 있기를 바라는 불손한 제자들'이라는 명의의 대자보다.

6.10 민주항쟁 27주년을 하루 앞둔 9일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 정경대 후문에는 지난해 12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크기와 비슷한 대자보가 게재됐다.

고대생들이 교수님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대자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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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게시된 '교수님에게 보내는 편지'란 제목의 대자보 (사진=가만히 있으라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이들은 "27년 전 87년 6월을, 연세대학생 이한열이 최루탄을 맞았고, 전국에서 몇천명이 시위를 하다 경찰서로 연행되는데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몇백만이 거리에서 만났던 87년 6월을 기억하십니까?" 또 "우리들의 6월을 맞이하러, 87년 6월을 잊지 않기 위해서 거리로 나갑니다. 세월호 참사는 생명보다 이윤이 먼저인 이 사회와 그 전통이 만들어 낸 것이라 소리치러 나갑니다. 아쉽게도 종강 수업은 듣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로 향합니다. 무참히 밟히고 깨지고 결국 경찰서로 잡혀갈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나갑니다. 세월호 참사의 모든 책임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는 것은 아닙니다"라며 "세월호 참사가 생명보다 이윤이 먼저인 이 사회가 만들어 낸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려대에서는 지난해 12월 10일에도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붙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40대, 50대 ,60대 들에게 잊고 지낸 6.10 민주항쟁과 이한열 열사를 일깨워주는 대자보라고 할 수 있다.

학생·시민단체는 10일 오후 8시 청와대 앞길에서 열릴 예정인 청와대 만인대회에 참석한다.

이에 앞서 오후 7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 인도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묻는 청와대 만민공동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경찰은 청와대 부근과 서울 시청 광장, 광화문 부근 일대에서 열겠다며 신정한 집회·시위를 모두 불허했다.

- 다음은 고려대 교내에 붙은 대자보 전문이다.

교수님에게 부치는 편지 ― 6월 10일을 앞두고

교수님들, 27년 전 87년 6월을 기억하십니까? 연세대학생 이한열이 최루탄을 맞았던 87년 6월을, 전국에서 몇천명이 시위를 하다 경찰서로 연행되던 87년 6월을, 그럼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몇백만이 거리에서 만났던 87년 6월을 기억하십니까?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든 사람들이 불의에 항거해 거리로 뛰쳐나왔던 87년 6월을 기억하십니까?

내일, 당신들의 제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갑니다. 우리들의 6월을 맞이하러 거리로 나갑니다. 87년 6월을 잊지 않기 위해서 거리로 나갑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냈던 변화를 믿기에 거리로 나갑니다. 세월호 참사는 생명보다 이윤이 먼저인 이 사회와 그 전통이 만들어 낸 것이라 소리치러 나갑니다.

청와대로 향합니다. 무참히 밟히고 깨지고 결국 경찰서로 잡혀갈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나갑니다. 세월호 참사의 모든 책임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많은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 책임자가 이윤보다 생명이 먼저인 사회를 만들 의지가 없어 보이기에 우리는 그것에 항의하러 갑니다. 무모하다고요. 87년 6월의 그들도 무모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겁니다.

아쉽게도 종강 수업은 듣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사회에서 교수님들이 그만 가만히 있길 바라는 불손한 제자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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