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노림수 보이는 한일군사협정, 한반도 '신냉전' 부르나

中겨냥 한미일 군사동맹 우려 나오는 까닭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2-05-10 12:33:41l수정 2012-05-10 14:45:47

기타자와

지난해 1월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김관진 국방부장관과 기타자와 도시미 당시 일본 방위상이 악수하고 있다

if(!(getVOPAddCookie())) { document.write('\\'); }



지난 2010년 11월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국과 일본이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해 10월 열린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무상과 김성환 외교부 장관 간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양국은 군사비밀보호협정 추진에 합의했다는 것이었다. 아사히는 한국이 수년 전부터 북한의 급변사태를 우려해 일본과 협정 체결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일본과의 군사협정 체결을 추진해 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었다.

양국 외교장관이 한일 군사협정 추진에 합의한지 석달만인 2011년 1월, 김관진 국방부장관과 기타자와 도시미 당시 일본 방위상은 서울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군사비밀보호협정 추진에 대해 협의하고 그해 안에 체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마침내 최근 정부는 이르면 올해 5월 열리는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군사비밀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체결될 경우 1945년 해방 이후 처음으로 일본과 맺는 군사협정이 된다.

군사비밀보호협정은 통상 '군사 동맹국'끼리 비밀군사정보를 서로 제공할 때 제3국 누설을 막으려고 체결하는 것으로 군사기술 뿐만아니라 전술 데이터, 암호정보에 고도의 시스템통합기술까지 포함돼 있다. 쉽게 말해 전쟁이 발생하면 공동 군사작전을 펼치기 위한 모든 정보가 망라돼 있다고 보면 된다.

한국은 현재 미국, 러시아, 베트남 등 20여개국과 군사비밀보호협정을 체결한 상태이며, 일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만 협정을 체결했다가 지난 2007년 8월 미국과도 협정을 체결했다. 일본이 타국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한 나라는 미국, 호주밖에 없다.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갖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 군사협정 체결은 1950년대 부터 시작된 한일 국교정상화 추진 당시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양해 내지는 주도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양국이 군사비밀보호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양국은 주로 북한과 관련한 군사 정보를 공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국은 일본이 보유한 이지스함 6대, 공중조기경보통제기 10여대에서 수집된 북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일본은 한국의 대북 휴민트(HUMINT:대북 스파이 등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얻은 정보)에서 나오는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차적인 목표가 북한이라는 것이다. 이와관련 한일 양국이 2010년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사건을 계기로 군사협정 체결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는 점과 최근 북한의 광명성3호 발사로 협정 체결 단계가지 급진전 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명박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

if(!(getVOPAddCookie())) { document.write('\\'); }


그러나 한일 군사협정이 일본의 군사적 팽창을 뒷받침 할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번에도 간과되고 있다.

일본은 1999년 주변사태법 제정한 이래 최근에는 '집단적 자위권'이라는 이름으로 자위대의 활동범위 확대를 추구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추진되는 상호군수지원협정은 양국 군대가 '유사시'에 식재료와 물, 연료 등 병참자원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정이 체결되면 자위대의 활동확대를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게 되는 셈이다.

또한 상호군수지원협정은 상시적 군사협력체제를 구축하는데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령부의 후방기지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군수지원 분야에서 한국과 직접적 군사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한일 군사협정이 의도와 관계없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는데, 여기에 한일 군사협정으로 한국이 여기에 동참하는 모양새로 비치기 때문이다.

미일정상회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1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if(!(getVOPAddCookie())) { document.write('\\'); }


미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기존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두축을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으로 확대 개편하겠다는 기조를 밝혀 왔다. 미국의 국방비 감축과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 최근 중국의 부상과 맞물려 한미군사동맹이 노무현 정부 시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하는 형태로 변형됐고, 미일 군사동맹도 자위대의 활동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재편됐다. 최근 들어 한미, 미일 동맹은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 미래동맹 비전', 일본은 지난해 미국과 발표한 안전보장 공동성명으로 진화됐다. 또한 2010년 양국 국방장관이 서명한 한미 국방협력지침에는 "양자(한미), 삼자(한미일), 다자간 국방협력을 강화한다"고 돼 있다. 종합하면 미국은 자신의 부담은 줄이면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 한일 동맹을 '업그레이드'시킨 뒤, 다시 이를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진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움직임은 2010년부터 한.미, 미.일 연합군사훈련에 한국군과 자위대 관계자들이 상호시찰을 한 것을 시작됐는데, 천안함 사건 이후 그해 7월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일본 자위대 간부가 옵서버로 참가했고, 연평도 포격 직후에 열린 미일 합동군사훈련에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군 관계자가 옵서버로 참가한 바 있다. 이와관련 연평도 포격 직후 마이크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한국과 일본이 과거 문제를 초월해 한·미·일 3국 연합훈련이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다음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한·미·일 국방장관은 사상 처음으로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마에하라

지난 2010년 12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무상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관련 삼자회담을 갖고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if(!(getVOPAddCookie())) { document.write('\\'); }


지난 2010년 7월 열린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

지난 2010년 7월 열린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항공모함 조지워싱턴

if(!(getVOPAddCookie())) { document.write('\\'); }


이번에 추진되는 한일 군사협정은 한.미.일 군사동맹의 중대한 이정표가 될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한반도는 북.중.러 대(對) 한.미.일이 대치하는 새로운 냉전체제로 고착돼 한반도 긴장상황은 물론 분단체제가 영구화 될 수도 있다.

참여연대가 9일 성명을 통해 "한일 군사협정은 일본의 군사력 팽창을 돕고 여전히 종식되지 않은 동북아 긴장과 대결을 고착시킬 수 있다. 한반도의 운명이 또 다시 지역패권 다툼과 역내 대립관계에 휘둘리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한편 이번 군사협정 체결이 발전될 경우 한반도 유사시 일본군의 한반도 파병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와관련 지난 2010년 12월 간 나오토 당시 일본 총리는 한반도 유사시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을 피난시키기 위해 자위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에 추진되는 군사협정에 유사시 자위대 파병의 근거가 되는 내용은 포함되 있지 않지만, 향후 북한을 빌미로 일본이 한반도에 개입하는 방향으로 발전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자국민 피난'을 앞세운 일본의 목표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 일본 자위대가 1963년 한반도 유사시를 가정해 비밀리에 작성한 '미쓰야 연구'에 따르면 자위대는 일본 헌법이 해외 출병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한반도에 상륙해 작전을 펼치는 것까지 상정해 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