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긴급 인터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13.02.13 18:37l최종 업데이트 13.02.14 10:25l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원광대 총장(사진)은 "지금은 미국이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IMF 때처럼 박근혜 당선인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특사를 새로 보내든, 아니면 최소한 주한미국대사관 사람들을 만나서 내밀하게라도 미국이 빨리 나서서 북한과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야 한다"면서 "93년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하자 클린턴 정부는 바로 뉴욕에서 대화를 시작해 베를린으로 건너가 북한의 핵활동을 일단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 선례를 이야기하면서 당선인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13일 <오마이뉴스>의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 총장은 미국은 현재 국내 경제문제와 국무장관과 동아태 차관보 교체기로 인해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도 "미국의 대통령은 새로 뽑혔고, 실질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으니까, 백악관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당선인 주변에서 강경론이 나오는 것을 우려하면서 "당장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하는 것 같던데…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난 뒤에 반드시 미국은 북-미 대화를 시작하리라고 본다"면서 "그때를 대비해서 지금 미리 퇴로를 막지 말라"고 말했다.

북한 핵 문제의 해결책은 한-미 공조나 제재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북-미 회담을 시작으로 6자 회담을 살려내야 한다, 6자회담에서 이미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킬 수 있는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방송으로 직접 들으려면 아래를 클릭하세요.)

아이튠즈에서 <이털남> 듣기
오마이TV에서 <이털남> 듣기

"IMF 때처럼 박근혜 당선인이 직접 나서야"

- <조선중앙통신> 발표를 보면 소형화·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여 높은 수준에서 (핵실험이) 진행됐다고 했다. 하지만 원세훈 국정원장은 소형화·경량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파악하는가.
"나는 정보가 없으니까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런데 북쪽의 이야기가 조금 과장됐다고 볼 수는 있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유리할테니까. 그러나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미사일에 실어서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경량화 됐는지는 모르지만, 2차 핵실험 때보다는 진척됐을 가능성이 높다."

- 탄도에 실으려면 무게가 1톤 이하여야 한다는데.
"그렇다. 그 이하여야 한다."

- 또 하나 관심사가 플루토늄 방식이냐, 고농축 우라늄 방식이냐다. <조선중앙통신>을 보면 '다종화된 우리 핵 억제력'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것을 고농축 우라늄으로 봐도 되는가.
"우라늄탄이든 플루토늄탄이든 북한의 핵 카드 협상력은 지금 엄청나게 커진 것이다. 무엇보다 우라늄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면 앞으로 여러 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은 불행히도 세계 최대 우라늄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저농축을 해서 원자로를 돌리고 연료봉을 꺼내 재처리해서 플루토늄을 만들었다. 이제는 바로 우라늄광에서 캐내서 저농축, 고농축, 이런 과정을 거쳐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다만 전기가 좀 많이 들어간다. 원심분리기를 전기로 돌려야 하니까. 그런 한계가 있지만,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작심을 하면, 평양시 빼놓고 나머지 다 불 꺼놓고 돌려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다."

- 핵실험을 해버린 마당에 제재가 효과가 없다고 했다. 왜 그렇게 보는가.
"핵실험을 못하게 했어야지, 핵실험을 해버렸는데 제재 한다고 해서 저들이 다시는 안 하겠다고 하겠나. 오히려 제재 쪽으로 가면 4차, 5차까지 가겠다고 경고하고 나서고 있다. 미사일 발사도 할 수도 있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은 참 나쁜 조합이다. 9·11 테러를 경험했던 미국 입장에서는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미국이 국내 경제문제 때문에 대외문제에 신경을 잘 못쓰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미국의 차기 동아태 차관보도 아직 임명 전이다. 물러나는 캠벨이 움직일 수도 없고. 이 때문에 미국이 나설 수 없는 상황인데….

우리는 사실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다. IMF 때처럼 당선인이 직접 나서서 특사를 새로 보내든, 아니면 최소한 주한미국대사관 사람들을 만나서 내밀하게라도 미국이 빨리 나서서 북한과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야 한다. 93년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하자 클린턴 정부는 바로 뉴욕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베를린으로 건너가서 북한의 핵활동을 일단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 선례를 이야기하면서 당선인이 직접 나서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의 성격상 움직이지 않을 것이고, 움직이기도 어렵다. 자기 부정이 되니까."

"미국은 나설 수 없는 상황.... 이명박 정부는 성격상 움직이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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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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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당선인이 미국을 움직여서 조치를 한다고 해도 조치의 범위와 수준이 문제다. '우리 대화하자' 이 정도 가지고 북한의 핵실험을 유예시킬 수 있을까?
"대화를 통해서 북한이 핵카드를 통해 얻으려는 반대급부를 확실하게 보장하면, 그런 전망을 주면, 안 한다. 그동안 여러번 북한이 핵카드를 가지고 미국에 요구했던 것은 첫째가 수교이고, 둘째가 경제 지원이다. 수교는 정치외교적인 행위지만, 수교가 되려면 미국과 북한 사이에 군사적 적대 관계가 청산돼야 한다. 그것이 평화협정이다. 수교와 표리 관계에 있는 군사적 안전보장을 해달라는 것이 핵카드의 목적이다."

- 미국은 오바마 2기 출범 국면이다. 말했듯이 대 한반도 정책 공백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수교나 평화협정 등을 검토할 여지가 있는가.
"그러나 미국의 대통령은 새로 뽑혔고, 실질적으로 모든 것은 결정할 수 있으니까, 백악관이 움직여야 한다. 백악관이 결심해서 뉴욕 채널 같은 것을 통해서, '우리(미국)가 외교안보라인업이 끝나면 바로 공식으로 하든 비공개로 하든 당신들(북한)과 대화를 통해서 9·19 공동성명에서 말했던 수교와 경제지원, 그리고 평화체제, 이 세가지를 본격적으로 논의를 하겠다' 하면 된다. 9·19 공동성명은 북한정권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이었던 부시 정권에서 만들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북한도 합의를 해놓고 약속을 안 지킨 측면이 없잖아 있지만, 미국도 약속해놓고 정권이 교체되면서 이전 정부의 약속을 뒤집어버리는 일이 반복됐다. 핵문제는 북한이 강수를 두면 협상이 시작되고, 협상이 되고 나서 약속 이행이 안돼 제재로 들어갔다가, 제재로 들어가면 북한이 더 반발해서 초강수를 두고, 그러면 다시 또 제재 운운 하다가 슬그머니 협상국면으로 들어가고, 이런 식으로 사이클을 그렸다. 여기서 핵심은 미국의 정권교체로 인해 전 정부의 약속이 이행되지 않은 데 대해 북한이 더 강수를 뒀다고 하는 것이다.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전 정부의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자세로만 나갔다면 핵문제는 이렇게까지 안 왔다."

- 어제 중국은 아주 강도 높은 비판 성명을 냈다. 그럼에도 제재에 중국이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가.
"중국도 화가 나죠. 그러나 자기 말을 안 듣고 사고를 쳤다고 해서, 북한이 중국의 자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칠 수 있겠는가. 과거 50~60년대 중-소 분쟁 시기처럼 이번에는 미-중 사이에서 양다리 외교다. 현실적으로 중국이 북한을 놓을 수 없다. 또 미국도 북한을 이라크처럼 치고 싶겠지. 하지만 이라크에는 중국 같은 배후 국가가 없었다. 그런데 북한에는 중국같은 배후 국가가 있으니까 함부로 칠 수도 없다. 바로 미-중 전쟁으로 번지니까."

"시작은 북-미 대화로 하지만 결국 6자 회담을 살려야"

- 박근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태도가 어떤 것이라고 보는가. 당위가 아니라 전망.
"박 당선인 자신의 안보관은 잘 모른다. 다만 주변 참모나 인수위 멤버로 봐서는, 결국 한-미 공조 타령이나 하다 말지 않을까 싶다."

- 그 말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고 보는 건가.
"당장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하는 것 같던데…. 북한이 핵실험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이행할 수는 없다는 소리도 말이 되지만, 그러나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난 뒤에 반드시 미국은, 동아태 차관보가 취임하고 나면, 그 다음은 북-미 대화를 시작하리라고 본다. 그때를 대비해서 지금 미리 퇴로를 막지 말라 이거다. 참모들은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 여러가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놓아야 한다."

- 그러면 결국 북-미 대화만이 해결책이다?
"시작은 북-미로 하지만 북-미 대화를 매개로 결국 6자 회담을 살려내야 한다. 6자회담에서 이미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킬 수 있는 합의를 하지 않았나. 1항이 북한의 핵포기다. 핵포기의 단계를 쭉 정리를 했다. 2항이 미국과 일본의 대북 수교다. 그것은 80년대 말 90년대 초 우리가 중국, 소련과 수교했던 데 대한 일종의 상호주의적 반대급부다. 3항이 경제지원이다.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이 북한에 경제지원 해준다. 4항이 별도 포럼을 통해서 한반도 평화 체제 문제를 논의한다. 그런데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는 2항의 미국과 일본과의 수교와 연결이 되는 거다. 그것이 부시 정부 때다. 이제 핵실험까지 해버렸으니, 새로 시작되면 북한은 경제지원 규모를 더 키우려고 할 것이다."

-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이 과거 방북해서 김정일 위원장과 만난 적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박근혜 정부가 어느정도 안착이 되고 나면 대북 문제를 풀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는가 하는 전망을 한다. 이 전망을 하는 사람들이 드는 근거 중 하나는, 미국을 봐라, 보수주의자인 닉슨 대통령 시절에 중국과 수교를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오히려 북한과 관계가 진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박 당선인이 2002년에 방북할 때가 내가 통일부에 있었을 때다. 매우 신중한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방북하기 전에 통일부 장관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해서 만났는데, 만나자는 취지가 가서 어떠한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실수를 안 하느냐였다. 굉장히 꼼꼼히 질문도 한 기억이 있다.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이기 때문에 더 할 수는 있다. 보수 진영에서 안심하고 그 정책을 지지 내지 따라줄 것이고.

그런데 닉슨이 보수여서 중국과 수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미국의 국력이 더 이상 소련과 경쟁에서 버틸 수 어려울 정도로 내부적으로 취약해져 있었다. 베트남전에 패해서 내부적으로 돈이 없었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철수하면서 상대편인 공산 세력을 두 쪽을 낼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중국과 손을 잡은 것이다. 중-소를 이간질 시키기 위해서 중국과 손을 잡은 것이지, 무슨 뭐 공산주의에 대한 포용력 때문에 잡은 게 아니다. 키신저가 그럴 사람인가. 계산으로 하는 거지."

"박근혜 당선인은 외교부-통일부-국방부를 골고루 쓰라"

- 박 당선인이 예전 방북할 때 일화를 이야기했는데, 그 일화를 확대 해석하면 집권 이후 과감하게 대북정책 개선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건 좀 다르다. 그때는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미래연합 대표 자격으로 소수정파였다. 북한에 다녀오면 종북이니 친북이니 좌파니 별 소리를 다하지 않는가. 그렇게 몰리고 싶지 않다는, 국내정치적으로 후유증을 막겠다는 차원이었다고 본다. 지금은 정책 결정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나라의 안보를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분이 조심만 해서 되겠나.

안보라는 것은 방어가 곧 안보고 제재가 곧 안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물론 피스 키핑(peace keeping)을 해야 한다. 그런데 피스 키핑만 가지고는 안보가 보장이 안된다. 확실하게 상대방의 군사적 적대 의지를 줄이거나 꺾을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러면 피스 메이킹(peace making)을 해야 한다. 피스 키핑을 기본으로 하라 이거다. 그걸 위해서 국방부가 있는 것이다. 피스 메이킹은 누가 하는가. 외교부와 통일부가 해야 한다. 대북 피스 메이킹은 통일부가 하는 거고,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 일본 등과 연대해서 북한이 더 이상 도발행위를 못하도록 하는 것은 외교부 책임이다.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의 고유의 기능이랄까 목적을 골고루 쓰라 이거다."

- 최대석 인수위원이 돌연 사퇴를 했다. 그 뒤 언론보도를 보면 최 인수위원 주도하에 북한과 비밀 접촉을 추진하다 이게 문제가 돼서 사퇴했다는 기사가 났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박 당선인의 의중이 거기에 담겨있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박 당선인도 대북관계 개선에 대한 프로그램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접촉을 했다는 것 때문에 사퇴를 시켰다고 보지는 않고, 그것을 민감한 시기에 관리를 잘못해서, 말하자면 들통나게 한 것은 좀 미숙하다, 어떻게 일을 그렇게 하느냐, 그 차원 아닌가 싶다. 하려면 감쪽같이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