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03 21:02수정 : 2013.03.03 21:12

 

법원 “시효 소멸” 정부주장 수용 안해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김성곤)는 한국전쟁 당시 전남 영암군에서 벌어진 공비 토벌작전 중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의 유족 11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한 사람당 많게는 1억4581만여원에서 적게는 51만여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시에 군인이 저지른 위법행위는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거의 알기 어려워 국가기관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서는 손해배상을 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뒤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므로 시효가 소멸됐다’는 정부의 주장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008년 12월 ‘1950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전남 영암군에서 국군과 경찰이 공비 토벌작전 중 무고한 주민들을 공비로 몰아 최소 234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희생자 유족 114명은 이를 바탕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같은 재판부는 좌우 대립이 극심했던 1949년 당시 경남 사천군 용현면 자신의 과수원에 빨치산이 묵고 간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가 오히려 빨치산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총살당한 유아무개씨의 유족 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국가는 유족에게 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진실화해위는 2010년 유씨를 ‘용현면 송지리 희생사건’의 희생자로 확인했다.

 

2011년 6월 대법원이 “국가의 위법행위에 대한 소멸시효는 국가기관의 공식 판단 이후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이후, 각급 법원은 관련 사건에 대한 소멸시효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