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3-09-17 20:04 | 최종수정 2013-09-17 20:04

 

유엔 진상조사 보고서가 시리아 사태를 더 꼬아놨다.

시리아에서 지난달 21일 희대의 전쟁범죄인 독가스 학살이 자행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가해자의 정체는 규명하지 않아 논쟁만 커졌기 때문이다. 시리아 화학무기에 대한 효과적인 유엔 제재안 도출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애초 유엔 조사단 보고서는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해석이 엇갈리는 시리아 화학무기 의혹을 제삼자로서 말끔히 밝힐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의혹 해소보다는 논란 가중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 범죄 맞지만 가해자는 언급 없어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16일(현지시간) 통보된 이 보고서는 독가스 학살이 일어난 증거를 체계적으로 제시하면서도 공격의 장본인에 대해서는 지목은커녕 분석·추정조차 안 했다.

조사의 애초 목적에 가해자 규명은 끼어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응징 정당성을 두고 날카롭게 맞선 서방과 러시아는 이 보고서에도 정반대의 반응을 내놨다.

미국·프랑스·영국 등 서방 3개국은 보고서의 세부 내용으로도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사실이 재확인됐다며 유엔에 강경한 대응을 촉구했지만 시리아의 우방인 러시아는 '반군이 공격 배후일 수 있다'며 반박하는 것이다.

이런 분열은 시리아 화학무기 해체 해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프랑스·영국·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이 중 한 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통과가 안 된다.

◇ 삐걱대는 유엔 20일이 첫 시험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독가스 학살 의혹으로 미국의 공습경고까지 나오자 화학병기 전량을 국제 사회에 넘기겠다고 다짐한 상태다. 약속을 어기면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제재를 받게 된다.

그러나 제재는 안보리 내에서 의견이 딴판이다. 미국 등 서방 3국은 이번 보고서로 알아사드 정권의 잔학성이 입증된 만큼 제재안에 군사개입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강경한 벌칙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러시아는 서방의 반응이 '현실왜곡'이라고 주장하면서 강경대응을 일축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이처럼 분열을 겪는 유엔이 당장 오늘 20일 첫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화학무기 해체의 1단계로 시리아가 국제 협약기구에 1주 내로 보유 병기 명단을 내는 기한이 바로 20일이기 때문이다.

알아사드 정권이 명단을 부실하게 내거나 아예 제출을 거부하면 유엔 안보리는 당장 제재 방침을 논의해야 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반(半)관영언론인 신화통신은 17일자 기사에서 "본문 5쪽짜리 이번 유엔 보고서가 엄청난 양의 논쟁을 일으켰다. (과거 냉전을 연상케 하는) 동서 간의 분열이 일어났다"고 평했다.

장원석 기자 one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