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10월항쟁 희생자 추모제와 문화제 열어 "명예회복 돼야"

13.10.02 14:54l최종 업데이트 13.10.02 14:54                                               조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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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항쟁 67주기 추모제와 문학제가 1일 오후 대구YMCA강당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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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기억도 못할 어린 핏덩이들에게서 아비를 빼앗고 가정을 풍비박산낸 것도 모자라서 연좌제란 족쇄를 채워 꿈과 사랑, 희망, 웃음 등 인간이 가져야 할 행복은 대를 이어 거세당하고 살았습니다. 아무리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란다지만 그 많은 피로도 모자랐습니까?"

1946년 10월 1일 미군정의 식량정책 실패에 항의하며 쌀을 달라고 외친 것을 계기로 전국으로 퍼져나갔던 대구 10월항쟁을 기리는 추모제가 1일 오후 대구YMCA  강당에서 유족과 시민단체 대표 등 1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10월항쟁유족회와 한국전쟁유족회, 대구작가회의 등 23개 단체로 구성된 '10월항쟁 67주기 행사위원회'는 10월항쟁 67주기 정신계승 및 희생자 추모제를 갖고 '대구폭동'으로 알려진 10월항쟁의 진실규명에 국가가 나서라고 요구했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은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교과서 문제나 소송문제를 보면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분노로 소름이 끼친다"며 "우리 유가족들의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라고 비판했다.

양용해 한국전쟁유족회 상임대표는 "대구10월항쟁은 2010년 3월 진실화해위원회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해 유족들에 대한 사과와 위령사업을 지원하도록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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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후 대구YMCA에서 열린 10월항쟁 추모제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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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YMCA에서 1일 오후 열린 10월항쟁 추모제에서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이 헌화한 후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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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회장은 이어 교학사의 역사교과서가 검정에 통과한 데 대해 "우리 현대사 중 가장 비극적 사건인 한국전쟁 전후로 이승만 정권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거의 언급이 없거나 있어도 사실과는 전혀 맞지 않게 서술했다"고 비판하고 "엉터리 교과서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무엇을 배우라는 것인지 통탄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끝난 뒤 이승만은 살아남은 가족들의 입에 재갈을 물렸고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도 우리들에게 '빨갱이 가족'이라는 연좌제를 만들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식물인간'을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임성열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추도사를 통해 "민주노총은 10월항쟁을 이끌었던 전평(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의 산물"이라며 "자본과 권력이 묻어둔 10월혁명의 진실과 정신을 밝은 세상으로 끄집어낼 책무도 상속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67년 전 선배노동자들이 걸어가고자 했던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길을 다시 헤쳐가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다짐하고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명예를 회복해 10월항쟁의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영순 대구여성회 대표는 10월항쟁 정신계승 결의문을 통해 "박근혜 정부는 국가권력에 의한 학살과 폭력에 짓이겨진 10월항쟁을 진정성을 가지고 겸허한 마음으로 아픔을 치유해야 한다"고 말하고 10월항쟁을 재규명해 역사적 복원과 함께 피해자의 치유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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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YMCA에서 1일 오후 열린 10월항쟁 추모제에서 행위에술가 성광옥씨가 진혼무를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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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이 1일 오후 대구YMCA에서 열린 10월항쟁 추모제에서 추모시극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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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예술가 성광옥씨의 진혼무가 이어지자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 회장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렸고 진혼무가 끝난 후 참가자들의 헌화가 이어지자 이내 울음이 복받쳐 올랐다.

추모제가 끝난 이후에 대구작가회의에서 마련한 '새들의 길, 사람의 길'이라는 제목의 추모시극을 공연했다. 추모시극은 권오현 대표를 비롯한 작가 이은주, 동화작가 박서연, 한국무용가 박정희 등이 출연해 10월항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낭송과 춤 등으로 꾸며졌다.

한편 이에 앞서 이날 오후 2시부터는 국채보상기념관에서 10월항쟁 학술세미나가 열렸고 2일에는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지와 10월항쟁이 발발했던 당시의 길을 걷는 유적지 탐방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