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ressEngine ver.2

글 수 444

등록 :2016-03-10 20:55수정 :2016-03-10 21:11


 

‘2014년 4월16일’을 시민의 눈으로 기록한 세월호 백서가 세상에 나왔다. 재단법인 ‘진실의 힘’의 세월호 기록팀이 10개월 동안 방대한 자료를 꼼꼼히 살펴 펴낸 <세월호, 그날의 기록>이 주인공이다. 기록팀은 모두 15만쪽에 이르는 수사 및 재판 기록, 국정조사특위 자료뿐 아니라, 3테라바이트(약 3000기가바이트) 분량의 음성·동영상·사진 자료를 일일이 분석·검토했다.

이번 작업에서 새로 밝혀진 사실이 한둘이 아니다. 기록팀은 참사 당시 세월호 선원들이 자신들만 살기 위해 배와 승객들을 내팽개쳐 버렸음을 추정할 수 있는 ‘마지막 교신’ 음성을 처음 찾아냈다. 당일 오전 9시40분께 세월호 1등 항해사는 조타실에서 “승객이 450명이라서 지금 경비정 이거 한 척으로는 부족할 것 같고, 추가적으로 구조를 하러 와야 될 것 같습니다”라고 제주운항관리실과 교신했다. 그간 검찰·감사원·법원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자료다. 이 교신 직후 선원들만 몰래 배에서 빠져나온 점으로 미뤄 자신들의 탈출 기회가 뒤로 밀릴까 봐 승객들에 대한 퇴선명령 없이 도주한 것으로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해양경찰의 조직적 증거 은폐 정황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해경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제시한 주파수공용무선통신(TRS) 녹취록을 실제 음성파일과 일일이 비교해 보니, 유독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만 통째로 누락되거나 변조된 사례가 여럿 있었다. 대표적으로 당일 오전 11시13분 해경 123정은 “여객선에 선원, 선원 현재 6명하고 응급환자 1명, 7명 대기 중”이라고 해경 지휘부에 보고한 내용이 음성파일에 담겨 있음에도, 녹취록에선 ‘선원’이란 단어만 빠져 있었다. “당시에는 구조자가 선원인 줄 몰랐다”는 해경의 일관된 주장이 거짓임을 말해준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검찰 수사나 감사원 감사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똑똑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참사 2주기가 코앞에 다가오도록 진실을 제대로 밝히기는커녕, 피해자 유가족들의 상처만 덧내는 부끄러운 우리의 민낯이기도 하다. 초고를 받아든 피해자 유가족들은 “심장이 쿵쾅거려 차마 읽을 자신이 없다”면서도 피해자의 실명을 밝히도록 기꺼이 허락했다고 한다. 이 백서가 더 늦기 전에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첫걸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언제까지 우리 사회는 이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할 것인가.
[한겨레사설]
번호
제목
글쓴이
424 26일 해군기지 준공때…강정 “평화마을 선포”
[관리자]
2016-02-25 2382
423 '산은 막히고 강은 흐른다'(수필집) & '산그늘 꽃덤불'(시집) / 서영선 운영위원
[관리자]
2016-04-03 2383
422 간극 큰 ‘두 시선’
[관리자]
2015-01-17 2387
421 “‘귀향’ 무료로 보세요” 영화관 대관한 역사선생님
[관리자]
2016-02-25 2387
420 고영주를 위한 변명 / 박용현
[관리자]
2015-10-07 2389
419 [싱크탱크 시각] 국정교과서와 종북프레임의 종말 / 김보근
[관리자]
2015-11-09 2391
418 "교육부 장관, 굉장히 심각하고 위험한 위증했다"
[관리자]
2015-10-21 2392
417 [정세현 칼럼] 쿠오 바디스, 박근혜 외교
[관리자]
2015-11-09 2394
416 위안부 할머니 6명 “한일합의 무효…10억엔 안 받는다”
[관리자]
2016-01-13 2394
415 [사설] 잘못했다는 공무원 아무도 없는 세월호 청문회 /한겨레
[관리자]
2015-12-17 2395
414 [사설] 극적인 타결로 성과낸 남북 고위급 접촉
[관리자]
2015-08-25 2397
413 [정세현 칼럼] 누가 북한을 군사강국으로 포장하나
[관리자]
2015-12-21 2397
412 [김동춘 칼럼] ‘토벌작전’은 현재 진행형
[관리자]
2015-11-25 2401
411 [5·18기념재단] '푸른 눈의 목격자' 故 위르겐 힌츠페터 추모식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관리자]
2016-05-12 2401
410 [사설] ‘임은정 검사’들 쫓아내면 검찰이 망한다 /한겨레
[관리자]
2015-12-07 2404
409 [칼럼] 해체된 사회 위의 껍데기 국가
[관리자]
2015-12-25 2405
408 [포토] 세월호 유가족 눈동자에 비친 청문회
[관리자]
2015-12-16 2407
407 방북 이희호 이사장 놔두고…굳이 별도로 남북회담 제의한 정부
[관리자]
2015-08-11 2408
406 기부금 영수증 교부
[관리자]
2016-01-19 2409
405 [왜냐면] 동상이 들려주는 역사의 미학 / 신혜선
[관리자]
2015-11-17 2417

알림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