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5-19 21:56:14수정 : 2015-05-19 22:04:58 /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88)가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미국은 물론 한국도 북한과 지속적으로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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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전 대사는 19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자서전 <역사의 파편들>(창비) 한국어판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은 군부 강경파에 맞서 강고한 리더십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영리하고 해외(스위스)에서 잘 교육받은 인물이어서 중국과 좋은 관계 등을 통해 경제발전 문제 등도 잘 다뤄갈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을 악마화하고 미워해서 우리가 뭘 얻을 수 있을 것인지 묻고 싶다”며 미국이 일으킨 베트남전쟁을 예로 들었다. 북베트남을 악마화해서 전쟁을 벌였지만 명분도 잃고 무수한 인명만 희생시켰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북한과 대화하지 않고 그들을 고립시킨다면 북한은 계속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것이고 중국 의존도를 더욱 가속화해 남는 것은 전쟁 가능성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좋아하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할 외국을 악마화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북한, 베트남, 사담 후세인이 모두 미국의 악마화로 전쟁을 겪거나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반환과 관련해 “이제는 때가 됐다고 생각하며 한국이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좌우 이념 대립을 멈추고 북한과 화해하는 방법을 찾을 때”라고 말했다. 북한 방문 경험 시 소회도 털어놨다. 그는 “북한에 갈 때마다 매우 편안하게 느낀다”며 “북한을 용서하고 대화하는 게 그들과 싸우고 증오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2월 북한 방문 당시 동행한 한 하원의원이 북한군과 포옹, 격려했던 일화를 전하며 “남과 북, 북한과 미국의 관계도 최종적으로는 이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 스스로 붕괴하지 않아… 韓·美, 대북 대화에 나서야”

도널드 그레그 前 주한 미대사
회고록 한국어판 출판회서 주장
“美정부, 北 악마화 빨리 멈춰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교육받은 똑똑한 사람이다. 북한은 스스로 붕괴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도널드 그레그(사진) 전 주한 미국대사는 19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회고록 ‘역사의 파편들’ 한국어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과 대화하지 않는) 이 상황이 계속되면 북한은 핵 개발을 계속할 것이고,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란과 화해를 시도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정책에 찬성한다”며 “그러나 북한에 대해선 이런 시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내 우파가 심하게 반대해 북한과의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이해할 수 없는 외부 대상에 대해 ‘악마화’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베트남과 사담 후세인, 북한이 그 대상이었다”며 “북한에 대한 악마화를 멈출 것을 미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소개하면서 “당시 박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를 언급하며 ‘우리는 희망으로 미래를 봐야지, 후회로 과거를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며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남북 관계를 희망적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와 관련해서는 “한국은 전작권을 가질 능력이 있음에도 이양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 @segye.com


그레그 전 대사 회고록

입력 2015-05-19 17:41:37, 수정 2015-05-19 17:41:37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19일 ‘역사의 파편들’ 제하의 회고록을 통해 다방면의 북한 관련 견해들을 밝혔다. 그는 북한의 장래에 대해 “우선 북한이 (가까운 시일내에)붕괴하지 않을 것이다”고 단언하면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교육받은 사람으로 상당히 똑똑하다”고 말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지금 김정은 여러가지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여러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강경파 장군들은 새로운 북한으로 가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면서 “현재 북한은 중국에 석탄을 팔아 경화를 확보하고 있는데, 미국은 북한과 대화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지금 한국이 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입장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란과 화해를 시도한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찬성한다”면서 “그러나 북한에 대해선 이런 시도가 이뤄지지않고 있다. 이는 미국내 우파가 심하게 반대해 북한과의 대화가 이뤄지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폭침사건에 대해 “ 2010년 왜 가라앉았는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아직도 의문”이라고 밝히고 “최근 미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 총리를 미국이 환대했지만 미·일 양국이 전보다 더 가까워졌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시작전권이 아직 이양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이제 한국군이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본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미국 정부는 자주 스스로 좋아하지않는 외국에 대해 악마화를 시도하곤 한다. 베트남이나 사담 후세인을 그랬고, 특히 북한에 대해 악마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미국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2014년 2월 13일 평양을 방문한 것은 나에게 의미를 깊다. 6·25 당시 참전했던 피트 매클로스키는 북한군 장교였던 북한군 지영춘 중장을 만나 서로 존경을 표시하고 화해했다. 이렇게 미군과 북한군이 서로 화해하는 것처럼 북한과 미국 관계도 이렇게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은 어려운 대상이지만 대화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접근이 어려운 것”이라면서 “이 상황이 계속되면 북한은 계속 핵을 개발할 것이고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의존할 것이다. 무엇이 더 나은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2002년 월드컵 개막식 때 박근혜 대통령을 처음 만났었다. 그 때는 박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직후였다. 북한이 여러차레 암살을 시도했는지 잘 알려져 있는데도 방문했다”고 평가하고 “당시 대통령은 신뢰로서 미래를 보아야한다고 말했다. 지금 대북 신뢰 정책을 내놓은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 @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