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으로서 처음 4.3사건 공식 사과... 굴곡진 과거사 정리 계기 마련
newsdaybox_top.gif 2013년 03월 28일 (목) 11:59:26 석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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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6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58주년 제주4.3사건 위령제에 참석해 추도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애도의 마음으로 4.3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빌었다. 그리고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자료=노무현재단)
ⓒ 데일리중앙
올해는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 4.3사건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는 처음으로 공식 사과한 지 꼭 10년을 맞는 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 31일 제주도민과 가진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리고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목을 빌었다.

이후 노 대통령은 2004년 59주년 8.15광복절 경축사에서 정부 차원의 포괄적인 과거사 정리를 제안했다. 2006년 58주기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직접 참석해 추도사를 했다.

굴곡진 우리 현대사와 관련해 올바른 과거사 정리와 진정한 화해, 용서 그리고 통합에 대해 우리 사회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4.3항쟁 65돌을 앞두고 박수와 눈물이 함께한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4.3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만들어진 제주4.3위원회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3년 10월 4.3사건 진상보고서를 펴내고 민간인 희생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사과 등 7개 항을 건의했다.

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같은 달인 10월 31일 노 대통령은 제주도민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이제야말로 해방 직후 정부수립과정에서 발생했던 이 불행한 사건의 역사적 매듭을 짓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4.3사건을 거론했다.

"제주도에서 1947년 3월 1일 기점으로 해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 그리고 1954년 9월 21일까지 있었던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무고하게 희생됐습니다. 저는 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 여러
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목을 빕니다."

4.3사건에 대한 국정책임자로서 최초의 공식 사과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제주도민들은 박수와 눈물로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에 화답했다. 해원(解寃)의 순간이었다.

2년 반이 흐른 2006년 4월 3일 노 대통령은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직접 참석해 추도사를 통해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대통령은 2년 반 전 제주도민들이 보여준 박수와 눈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또 그 눈물이 무
엇을 의미하는지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밝혔다.

"저는 먼저 깊은 애도의 마음으로 4.3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오랜 세월 말로 다할 수 없는 억울함을 가슴에 감추고 고통을 견디어 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무력충돌과 진압의 과정에서 국가권력이 불법하게 행사됐던 잘못에 대해 제주도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2년 반 전, 저는 4.3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해 여러분께 사과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여러분이 보내주신 박수와 눈물을 저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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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58주년 제주4.3사건 위령제에 참석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추도사가 진행되는 동안 유족 등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자료=노무현재단)
ⓒ 데일리중앙
가슴 찡한 대통령의 이 연설에 위령제에 참석한 유족과 제주도민들은 다시 한번 눈물을 쏟아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자랑스런 역사든 부끄러운 역사든,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밝히고 정리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가권력의 책임을 강조했다.

국가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합법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일탈에 대한 책임은 특별히 무겁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용서와 화해를 말하기 전에 억울하게 고통받은 분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해줘야 한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2004년 59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정부 차원의 포괄적인 과거사 정리를 제안했다. 유달리 굴곡이 많았고 격동의 역사를 헤쳐온 우리 국민들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를 선사했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올바른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역사는 미래를 창조해나가는 뿌리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정의와 양심이 살아 있는 바른 역사를 가르칠 때 그들이 바른 미래
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밝힐 것은 밝히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합니다. 그 토대 위에서 용서하고 화해할 때 진정한 용서와 화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역사는 얄궂다. 그러나 "역사는 미래를 창조해나가는 뿌리"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담긴 알맹이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새겨 볼 일이다.

이 글은 노무현재단의 < [사료이야기] 다시 생각하는 10년 전 노 대통령의 제주 4.3사건 사과 >를 참고했
음을 밝힙니다.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