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만 556명, 소송 액수만 226억 9800여만원

임충식기자2013년 06월 07일 00시 11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1950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고창군에서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고창지역에 거주하던 많은 주민들이 ‘좌익’, ‘빨치산’, ‘부역자’ 등으로 몰려 현장에서 살해되거나 연행된 뒤 행방불명된 것. 학살행위를 한 것은 북한이 아닌 대한민국 군경이었다.


당시 이 지역에서는 고창 수복작전에 참여한 국군 제11사단이 주둔하고 있었으며, 고창경찰 등과 함께 토벌대를 구성해 빨치산 토벌작전을 전개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사건 후 살아남은 주민들은 악몽을 겪어야만 했다. 늘 공포가 가슴에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이웃 간에도 그날의 이야기는 금기처럼 여겨졌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다. 그리고 지난 2010년 6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위원회)’에 의해 사건의 진실이 규명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무려 60년 만이다.


당시 진실위는 이 사건을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국군이 공비와 빨치산 토벌을 이유로 거주민과 피난민을 집단 희생시킨 사건이라고 규명했다. 사건명도 ‘고창지역 민간인 희생사건’으로 명명했다. 희생자는 총 333명. 일가족이 몰살됐거나 유족이 이주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진실위는 “이 사건이 한국전쟁 시기 혼란한 상황에서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국가기관인 군경이 적법한 절차 없이 생업에 종사하던 비무장의 민간인을 살해한 것은 인도주의에 반한 것이며,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과 적법절차원칙 및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이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진실위는 국가의 공식 사과와 위령사업 지원을 권고했다.


하지만 ‘고창 민간인 희생사건’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지금도 법적싸움을 벌이고 있다.


5일 전주지법에 따르면 과거사와 관련해 총 82건의 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고창 민간인 희생사건’과 관련된 소송은 80건이다. 원고만 556명이며 전체 청구금액만 226억 9800만원에 달한다. 모두 정읍지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미 선고가 이뤄진 것도 여러 건이다. 실제 지난 1월, 정읍지원은 민사부는 고창군 공음면 선산마을에서 군경토벌대에 의해 살해된(1951년 1월 5일) 유모씨의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1억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법원 관계자는 “과거사 관련된 사건은 사안이 중대한 만큼, 재판부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면서 “유력한 증거 중 하나인 진실위원회의 자료와 진술 등을 통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전주지법에서는 보성고흥지역 여순반란사건(1948년)과 전북지역 민간인 희생사건(1952년) 등 2건이 진행되고 있다.
임충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