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사

오늘 강화에 추모비가 섰습니다.

영령들의 피맺힌 한과 진실의 힘이 오늘의 추모비를 세울 수 있게 했습니다.

20여 년 넘도록 투쟁해 오신 서영선 유족회장님을 비롯하여 강화유족 여러분들과 인천 강화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님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결실을 얻은 것입니다.

영령들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먼저 이 분들께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추모비가 세워진다는 것은 강화에서 이성이 승리하고 평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강화가 어떤 지역이었습니까?

전쟁을 빌미로 전국 곳곳에서 민간인이 희생된 사실은 이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60년 전 강화에서는 벌어진 만행은 특히 더 끔찍했습니다.

바다를 끼고 있다는 이유로 미군 정보기관을 비롯하여 온갖 종류의 군 정보부대와 경찰이 강화에 드나들었습니다.

이들은 공포에 질린 주민들을 동원하여 갖은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특히 가혹했던 강화의 비극을 알 수 있는 것은 소년단이란 이름으로 어린이들까지 동원했던 사실에서도 드러납니다.

이 분들의 참혹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큰 트라우마 상처로 남아 있을 것이며, 어쩌면 이 분들에게 강화는 아직도 전쟁 중일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강화의 북쪽은 철조망이 가로막힌 비무장지대입니다. 전쟁을 잠시 쉬고 있을 뿐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있는 그대로 보이는 곳이 강화입니다.

군사적 대립과 이념적 증오가 남아 있는 땅, 강화에 세워진 영령들의 추모비는 곧 평화의 상징이고 이성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영령들이시어,

우리는 영령들께서 겪은 비극이 재발되지 않길 바라며 여기에 모였습니다.

추모비는 322 영령을 위로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훨씬 더 많은 영령들이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우리 범국민위원회는 완전한 진실규명과 함께 이 땅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된 미래를 보여드리겠나이다.

영령들이시어, 그 날이 오기까지 우리와 함께 해 주소서.

 

2011년 10월 14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상임대표 이이화 김영훈 임태환 오원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