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사

영령들이시어!

영령들께서 태어나고 자라신 고장 영광,

하늘이 내려 준 풍족한 환경과 넉넉한 인심이 어우러진 고장 영광,

이곳에 와서 안타까운 마음을 더해 영령들을 추모합니다.

 

영령들께서는 해방의 기쁨도 잠시, 다시 폭압에 숨죽여 지내야 했습니다.

일제강점하와 다름없이 희생은 계속되었고 해방은 해방이 아니었습니다.

미군정시기인 1946년 10월 이미 영광의 애국인사들이 희생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6․25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인 1949년 5월과 9월 수십 명의 주민들이 대한민국 경찰의 총탄에 쓰러졌습니다.

전쟁이 시작되자 이승만 정부는 마치 고삐라도 풀린 마냥 200여 명의 주민들을 검덕산, 깃봉재 등에서 총살했습니다.

2개월 후에는 부역을 했다며, 빨치산이 될 수 있다며 11사단 국군과 경찰이 또 다시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특히 경찰에 의한 토벌작전은 매일 매일 일어나는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1950년 11월 초부터 1951년 4월까지 군서, 군남, 묘량, 대마, 백수, 법성 전 지역에서 만행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수천 명이 죽었을 것이라는 증언이 있을 정도이니 그 피해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섭니다.

 

영령들의 억울함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살기 위해 도망했을 뿐이었고, 저항할 무기는커녕 끼니를 때울 양식조차 없이 헤매야 했습니다. 얼어터진 손과 발로 도망하는 것도 힘겨운 일이었습니다.

국군과 경찰은 이런 영령들의 죽음을 “적”의 죽음으로 보고했습니다.

영령들이시어,

이승만 정부는 영령들을 적으로 여겼단 말입니까?

 

게다가 살아남은 영령들의 가족과 이웃들에게 법의 이름을 빙자하여 또 다시 죽음으로 내 몰았고,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그리고 연좌제로 생존권을 빼앗아 갔습니다.

 

이승만 정부는 양민들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경찰과 국군을 동원하여 일방적으로 학살을 저질렀습니다.

영령들께서는 왜 죽어야 하는 지도 모르고 당해야 하는 억울한 죽음이었습니다.

 

영령들이시어,

반성하지 못한 역사가 되풀이됨을 뼈저리게 뉘우칩니다.

이제 국가의 반성에 의해 진실의 일부가 밝혀졌으며 미약하나마 억울한 넋들을 달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습니다.

“시효가 지났으니 책임 없다.”라던 대한민국은 패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시작에 불과함 알고 있습니다.

여전히 영령들을 부인하며 증오를 선동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밝혀지지 않은 영령들의 죽음이 여전히 많음에도 이제 그만 하자는 자들이 있습니다.

꺼내다 만 유골이 있고 아직도 지하 어디선가 잠들지 못하고 있는 유골들이 있음에도 이를 모른 척 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영령들이시어,

우리 후손들은 다시 반복될 비극의 역사를 막기 위해 투쟁할 것입니다.

영령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역사를 바로 잡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한반도의 평화로운 모습, 통일된 미래를 보여드리겠나이다.

영령들이시어, 그 날이 오기까지 우리와 함께 해 주소서.

 

2011년 11월 19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상임대표 이이화 김영훈 임태환 오원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