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국민보도연맹사건 희생영령을 추모하며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상임대표 임태환

 

전쟁 발발을 빌미로 억울하게 희생당하신 영령들이시여
영령들께서 희생당하신 지 어느 덧 60여 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영령들께서는 이승만 정권의 폭압을 피하기 위해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해야했습니다. 농사라도 짓기 위해서 가입해야만 했으며, 이유도 모른 채 가입한 분들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본인도 모른 채 가입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영령들께서는 가입 후 훈련이라는 빌미로 수시로 불려나가 갖은 학대와 수모를 당하셔야 했습니다. 독재정권을 찬양하는 집회에 강제동원되거나 군사훈련을 받아야 했으며, 수시로 폭행을 당했습니다. 그러다 운명의 6·25동란이 시작되고 또 다시 충주경찰서로 소집당했습니다. 끌려가신 영령들 중 그 누구도 자신들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1950년 7월 3일 후퇴하던 방첩대(CIC)와 국군 제6사단 헌병의 주도하에 잔혹한 학살이 시작되었습니다.

 

영령들이시어,
얼마나 무서우셨습니까?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습니까?
살아있는 후손들이 어떻게 그 고통을 짐작이나 하겠습니까마는 이런 위로의 자리에서나마 그 고통을 나눌 수 있어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6월 30일 대한민국 대법원은 영령들과 똑 같이 희생되신 울산지역 사건에 대해 국가배상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이미 60여 년이 지난 뒤의 판단인데다가, 비슷한 다른 사건들에 있어서 다른 판결을 내린 바가 있고, 또 현 이명박 정부가 어떤 교활한 짓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할 측면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이 판결은 영령들께서도 기뻐하실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날 대법원 법정에 모였던 많은 유족과 시민들이 감격과 회한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충주 싸리고개 등에서 무참히 희생당하신 영령들이시여,
더 이상 영령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영령들의 유족이 생존해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는 경우, 아직도 국가 폭력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피해사실을 밝히지 못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는 자료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 범국민위원회는 전국의 피해 현황에 대해 계속 조사할 것이며, 진실화해위원회보다도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 새로운 조사기관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진실화해위원회에 의해 진실규명되신 유족들들과 함께 추모사업, 위령사업, 연구사업 등의 후속사업을 통해 영령들의 억울한 죽음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영령들이시어, 해원의 그날까지 편안히 영면하소서.

2011년 7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