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사

 

한국전쟁 희생 영령들이시어!

60여 년 전 군경에 의해 무참히 학살당하신 영령들을 추모하는 오늘,

이곳이 다른 곳 아닌 광주이기에,

가슴 속 깊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회한의 감정에 더욱 몸서리 쳐집니다.

 

1950년 7월 국민보도연맹이라며, 도망하는 이승만 정권에 의해 수백의 영령들께서 삼도면 암탁골, 불갱이고개 등에서 희생 당했습니다.

2개월 후에는 부역을 했다며 수복한 경찰서와 각 지서에 의해 또 다시 희생되셨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모자라 빨치산에 협조할 것이라며 11사단 국군에 의해 무참히 죽임을 당해야 했습니다.

 

이승만 정부는 양민들을 지키고 보호해야 하는 경찰과 국군을 동원하여 일방적으로 학살을 저질렀습니다. 영령들께서는 왜 죽어야 하는 지도 모르고 당해야 하는 억울한 죽음이었습니다.

영령들이시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겁니까? 당시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던 영령들께서 이승만 정부의 적이었단 말입니까?

 

게다가 이승만 정부는 살아남은 영령들의 가족과 이웃들에게 법의 이름을 빙자하여 살해했고,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그리고 연좌제로 생존권을 빼앗아 갔습니다.

 

영령들이시어,

이승만 정권의 학정을 몰아냈던 4·19혁명을 생각합니다.

우리 후손들이 영령들의 억울한 죽음을 4·19때 규명했더라면 5·18학살은 없었을까요.

반성하지 못한 역사가 되풀이됨을 뼈저리게 뉘우칩니다.

 

이제 국가의 반성에 의해 진실의 일부가 밝혀졌으며 미약하나마 억울한 넋들을 달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습니다.

“시효가 지났으니 책임 없다.”라던 대한민국은 패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시작에 불과함 알고 있습니다.

 

여전히 영령들을 부인하며 증오를 선동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밝혀지지 않은 영령들의 죽음이 여전히 많음에도 이제 그만 하자는 자들이 있습니다.

꺼내다 만 유골이 있고 아직도 지하 어디선가 잠들지 못하고 있는 유골들이 있음에도 이를 모른 척 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영령들이시어,

우리 후손들은 다시 반복될 비극의 역사를 막기 위해 다시 투쟁할 것입니다.

영령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역사를 바로 잡을 것입니다.

이 땅 광주와 한반도의 평화로운 모습, 통일된 미래를 보여드리겠나이다.

영령들이시어, 그 날이 오기까지 우리와 함께 해 주소서.

 

2011년 11월 4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상임대표 이이화 김영훈 임태환 오원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