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조인경 | 입력 2016.01.16. 11:16


등록금 50% 경감 아닌 소득·성적 따라 차등지급
대학생들 체감 못하는데 정부는 연일 정책홍보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정부는 반값등록금을 실현했지만 내 등록금은 그대로다."(트위터 아이디 @_MI***)
"반값등록금 실현했다고 광고할 돈으로 차라리 등록금 더 지원하지…"(포털 아이디 happ***)


교육부가 지난달 22일부터 케이블TV와 영화관 스크린, 지하철 광고판 등을 통해 내보내고 있는 반값등록금 관련 광고가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와 대학의 노력으로 반값등록금이 실현됐습니다"라는 내용의 정책홍보물이 정작 대학생들에게는 "무슨 근거로 반값이라 주장하느냐"는 질타를 받고 있다.

KTX 좌석 등받이에 부착된 정부의 '반값등록금' 광고(출처: 트위터)
KTX 좌석 등받이에 부착된 정부의 '반값등록금' 광고(출처: 트위터)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이 만든 이들 광고는 지난해 정부의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이 완성돼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50% 경감됐다고 알리고 있다. 대학생 120만명에게 3조9120억원의 정부재원장학금이 지급돼 2011년과 비교하면 지원액이 650%나 늘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2015년 정부재원장학금 3조9000억여원과 대학 자체노력으로 확충된 장학금 3조1000억여원을 합쳐 7조원을 마련, 국내 전체 등록금 14조원의 절반을 지원함으로써 그만큼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낮췄다고 설명한다. 교육부가 얘기하는 '반값등록금 실현'의 논리다.

정부 및 대학의 등록금 지원 현황 (자료: 교육부)
정부 및 대학의 등록금 지원 현황 (자료: 교육부)

하지만 대학생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현재 국가장학금은 학생을 소득수준별로 10단계로 나눠 소득이 가장 적은 1· 2분위는 등록금의 100%를, 3·4분위는 75%, 5·6·7분위는 50%, 8분위는 25%씩 차등해서 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선별지원 방식을 택하다 보니 소득 수준이 높아 아예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이 상당수 있고, 이수과목 수나 학점 등 자격조건에 미달해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 2014년 기준으로 국가장학금 혜택을 받은 학생이 전체 대학생 가운데 41.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돌려 말하면, 장학금을 전혀 받지 못한 학생이 전체의 60% 가까이 된다는 얘기다.


당초 각 대학들이 매년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2조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마련했다는 등록금 액수는 실제로는 그리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등록금 자체가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반값등록금'이 아니라 당연히 학생들에게 지급돼야 할 이런저런 명목의 장학금을 포함한 것이라 반값등록금을 실현했다는 정부의 광고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학생들은 주장한다.


대학생 박모(이화여대 4학년) 씨는 "반값등록금이라 해서 등록금 고지서의 숫자가 줄어들 것을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일부 계층에 대한 장학금 지원 정책을 마치 모든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거짓 포장했다"고 꼬집었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당사자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논쟁이 끝나지도 않은 정책을 정부의 일방적 시각에서 버젓이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며 "더욱이 총선을 앞둔 시기의 과도한 홍보는 정치적 맥락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