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ressEngine ver.2

글 수 1,141
2015.11.09 10:19:45 (*.96.151.82)
6208

등록 :2015-11-08 19:25수정 :2015-11-08 22:23

[국정화, 무엇이 문제인가/연쇄 기고]
오수창 서울대 교수·한국사
자연의 풍광 앞에서 어휘의 한계를 탓해야 할 아름다운 계절에, 필자는 국가의 중요 정책이 추진되는 과정을 짚어줄 수 없는 모국어의 빈약한 상상력에 한탄과 감탄을 함께 발한다.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우리 사회의 민주질서를 어떻게 파괴하는가 하는 점을 살펴보기 위해 글을 시작했지만, 필자는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개념어를 찾을 수 없었다. 제목에 붙인 ‘반칙’은 정해진 규칙을 어기는 것이다. 지금 정부·여당은 반칙에 그치지 않고 규칙 자체를 마음대로 바꿔버린다. 도박판에서 쓰는 ‘판 뒤엎기’라는 말이 있다지만 한 나라의 국가 정책에 갖다 붙이기가 너무나 민망하여 차마 제목에 올리지 못했다.

정부·여당은 정책과 논란의 초점인 ‘국정교과서’라는 용어를 던져버리고 ‘올바른 교과서’라고 부르기로 했다. 국정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는 이유에서이다. 말이란 한 언어권의 구성원들이 맺은 사회적 약속이다. 더구나 국정교과서는 법률에 규정된 용어로서, 교과서에는 ‘국정’, ‘검정’ 그리고 ‘인정’ 교과서가 있을 따름이다. 이렇게 용어 자체를 바꿔치기하는 현상 속에 국정화 정책의 본질이 담겨 있다.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인간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약속을 마음대로 뒤엎는 억지 앞에서,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에 몸이 떨린다.

국정화를 추진하거나 지지하는 이들은 그동안 수많은 사례에서 규칙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평소 자신들이 정체성으로 삼는 ‘자유민주주의’를 완전히 부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인사들은 사회의 기본적인 가치를 ‘개인의 자유’에 두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경쟁’을 바탕으로 한 ‘시장 경제’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왔다. 필요하다면 ‘국가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조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국정교과서의 어느 구석에서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경쟁과 시장에 대한 존중을 찾을 수 있는가? 아니, 그 모든 것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 국정교과서이다. 다양한 시각에서 교과서를 집필하고 뜻에 맞는 것을 선택하여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역사학자와 교사들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의무이다. 이제 국가의 감독을 줄여가야 마땅한 때에, 오히려 학자와 교사들에게 주어졌던 교과서 집필과 선정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경제인에게 기업 활동을 못하게 하고 정치인의 정치 활동을 금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정책을 추진하거나 지지한 인사들은 그러고도 앞으로 개인의 자유를 외칠 수 있을까. 이번 국정화 정책은 한국 자유민주주의론자들의 내력에 두고두고 진한 오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다름 아닌 국정화 정책 그 자체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아예 규칙을 바꿔버리는 방식의 실례이다. 2013년 역사 교과서 검정제를 통해 여러 교과서들이 나왔을 때 교학사 교과서는 교육부와 여당 인사들의 온갖 반칙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내용과 난삽한 서술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말았다. 그러자 곧바로 국무총리, 교육부 장관과 새누리당 인사들이 목청을 높여 역사 교과서에 대한 검정제 폐지와 국정화를 내세우기 시작하였다. 교학사 교과서를 집필한 교수는 자기 텃밭인 시장과 경쟁에서 치욕스런 패배를 당했는데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역사 교과서의 국가 독점을 주창하고 나섰다. 그때 시작된 ‘판 뒤엎기’가 올가을 마지막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교학사 교과서를 지지하고 국정화를 추진하는 인사들이 자신과 상대에게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댄 수많은 사례 중에 한 가지만 살펴보자. 그들은 자신이 경쟁과 시장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을 지금도 인정하지 않는다. 온갖 비방과 폭력으로 뜻이 꺾였으며 그래서 국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려다가 외부의 반대 속에 포기한 학교는 모두 합해봐야 10곳 남짓하며 전체의 1%가 안 된다. 무리가 있었다 하더라도 극히 일부에 국한된 사례를 들어 전체 실상을 뒤덮어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더없이 심각한 자기 진영의 폭력에는 완전히 눈을 감아 버린다. 국정화를 지지하는 단체들은 세종로 한복판 플래카드에 상대편 교수들을 ‘좌익’이라 써붙이고, 전국역사학대회가 열린 대학에 난입하여 폭력으로 행사를 방해했다. 극우단체의 저주와 폭력에 만성이 된 피해자들이 그러려니 하는 동안, 교육부와 치안당국은 국정교과서에 찬성한 교사들은 놓아두고 반대한 교사들만 처벌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반칙을 일삼다가 그래도 불리하면 개념을 바꿔치기하고, 일방적으로 규칙을 바꾸고, 심지어 자기 정체성까지 뿌리째 부정한다.

오수창 서울대 교수·한국사
오수창 서울대 교수·한국사
그래도 국정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웃는 수밖에 없다. 국사학자의 90%가 좌파이고 국정화에 반대하는 자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면서 ‘전쟁’을 선포한 집권세력에 맞서 학자와 시민들마저 정색한다면, 대한민국은 내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유쾌하고 끈질기게 잘못을 바로잡는 운동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무산되거나 머지않아 폐지될 것이다.

오수창 서울대 교수·한국사

번호
제목
글쓴이
981 [간절한 호소] 양심수 사면을 촉구하는 각계 인사 선언에 함께해주세요~!!
[관리자]
11179   2013-01-27
제안서 보낸사람 : ' href="javascript:;">구속노동자후원회 공안탄압 반대, 양심수 석방과 사면·복권을 위한 공동행동 [구속노동자후원회,국가보안법피해자모임,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양심수후원회,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민주노총,...  
980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유족회 회장단 인사올립니다
정명호
11173   2012-06-14
<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유족회회장단 인사올립니다 > 한국전쟁 희생자 전국유족회 상임 대표단 안녕하세요 존경하는 한국전쟁전후민간인 희생자 유족님 여러분 ! 도시는 일찍 찿아온 더위로 농촌은 극심한 가...  
979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이낙연 지사에게 감사패
[관리자]
11165   2016-03-10
2000년 국회의원 시절부터 과거사 진상 규명, 명예 회복 노력 평가 정진영 기자 | mokpotimes@hanmail.net 승인 2016.03.10 21:41:41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회장 오길록)가 지난 9일 이낙연 전라남도지사에게 ...  
978 평생 4·3을 쓰도록 결박된 운명
[관리자]
11136   2016-04-03
한겨레21 | 입력 2016.04.02. 22:58 [한겨레21]‘역사적 퇴행’의 기로에서 집필 40년 만에 <화산도> 한국어 완역…작가 김석범과 함께한 일본 현지 문학르포 <화산도> 문학르포 상: 오사카*‘하편’에선 도쿄 우에노를 중심으로 ...  
977 상임대표는 자기 하는 언행에 책임을 질줄 알아야한다.
정명호
11133   2012-02-24
먼저 한국전쟁 피학살자전국유족회 자유게시판을 이용하지 못 하고 범국민위원회의 자유게시판을 이용하게되었음을 이해 햐여 주시기를 바랍니다.어느단체든 상임대표는 그단체의 얼굴이고 상징입니다. 한국전쟁유족회도 여러명의 상임대표...  
976 제61주기 4차 창원지역 합동위령제 영상
구자환
11123   2011-11-22
 
975 "AP통신 나치에 협력했다"..영국 일간 가디언 폭로
[관리자]
11110   2016-03-31
세계일보 | josungmin | 입력 2016.03.31. 11:19 | 수정 2016.03.31. 11:30 영국 일간 가디언이 미국 AP통신이 독일 나치에 협력했었다고 폭로했다. 가디언은 AP가 히틀러 독재 정권에 협력하는 대가로 독점적인 보도권을 받...  
974 10시간 ‘필리버스터’ 은수미 의원은 누구?
[관리자]
11078   2016-02-24
등록 :2016-02-23 21:09수정 :2016-02-24 10:51 지난 7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인터뷰어이자 30년 지기인 이진순 희망제작소 부소장을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놨다. 둘은 똑...  
973 김영훈 범국민위 상임대표 제주4.3 봉행 고유문
[관리자]
11070   2012-04-03
[전문]김영훈 4·3 봉행집행위원장 고유문 2012년 04월 03일 (화) 11:49:21 제주투데이 webmaster@ijejutoday.com ▲ 김영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제주투데이> 제주4·3영령들이시어! 세월이 지나면 잊혀진다고 했지만, 어찌 임들의 억...  
972 한일군사협정, 한반도'신냉전'부르나?!?
[관리자]
11068   2012-05-11
美.日 노림수 보이는 한일군사협정, 한반도 '신냉전' 부르나 中겨냥 한미일 군사동맹 우려 나오는 까닭 -->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2-05-10 12:33:41l수정 2012-05-10 14:45:47 ⓒ뉴시스 지난해 1월 10일 서울 용산구...  
971 '제주예비검속 학살' 국가 배상 판결 / 뉴스 제주
[관리자]
11061   2012-11-10
승인 2012.11.09 08:05:49 법원이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을 집단학살 한 '제주예비검속 사건'과 관련해, 국가가 희생자 유족들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8일 유족 A(69)씨 등 85명...  
970 <감시사회>
[관리자]
11061   2012-06-29
보낸사람 : ' href="javascript:;">바리 <della@jinbo.net> Thu, 28, Jun 2012 04:14:49 +0900 ' href="javascript:;">주소추가 수신차단 숨기기 받는사람 : jinbonet@list.jinbo.net 주소추가 보낸날짜 : Thu, 28, Jun 2012 04:...  
969 우편물 수령 주소 바꿔 주세요
이수정
11040   2011-12-29
지금 주소는 강원도 강릉시 입암동 현대아파트112-902로 되어 있을 텐데요. 이 주소를 "강원도 강릉시 입암동 금호어울림아파트 113-1204로 바꿔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968 현병철 연임반대 긴급행동 연대체 참여 및 연대요청(제안서 첨부)
[관리자]
11027   2012-06-13
안녕하세요. 새사회연대입니다. 어제 인권회의와 공동행동이 회의를 해서 (가칭)현병철 연임반대 긴급행동을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사랑방에서 보낸 메일 같이 확인해 주세요) 무엇보다 반대여론이 중요할 것 같구요 시민사회...  
967 최근의 선고공판들
[관리자]
11003   2012-11-18
< 보성국민보도연맹 손배소송 선고공판> 선고일시 : 2012년 11월 13일 오후 10시 30분 장소 : 서울 중앙지방법원민사부 원고 : 마재순외 81인 피고 : 대한민국 내용 : 국가상대 손해배상상청구 희생자 : 8천만원. 배우자 ...  
966 축! 경남 민간인 학살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 툼: 붉은 무덤> 우수작품상 수상.
노치수
11002   2013-12-10
민중의 소리 구자환 기자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경남지방의 학살현장을 2004년 부터 10년 가까이 다니며 취재하고 찰영한 것과 전문가와 유족들을 만나 청취한 내용들을 모아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제 39회 서울독립영화제...  
965 새책! 『대테러전쟁 주식회사』(솔로몬 휴즈 지음, 김정연·이도훈 옮김) ― 공포정치를 통한 기업의 돈벌이
도서출판 갈무리
11001   2016-04-19
▶ 갈무리 도서를 구입하시려면? 인터넷 서점> 알라딘 교보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인터넷영풍문고 전국대형 서점>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북스리브로 서울지역 서점> 고려대구내서점 그날이오면 풀무질 더북소사이...  
964 영하 23도 혹한에…비닐 덮고 버티는 소녀상 지킴이들
[관리자]
10941   2016-01-19
등록 :2016-01-19 11:04수정 :2016-01-19 15:26 서울의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간 19일 새벽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는 청년들은 커다란 비닐을 덮고 추위를 견뎠다. 이날 체감온도는 영하 ...  
963 [안내]한국전쟁유족회 2012년 정기총회
조동문
10938   2012-02-24
한국전쟁유족회 2012년도 정기총회 *일시 :2월27일(월)오후2시 *장소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2층) *식전 행사 :장완익 변호사의 특별 강연 등 *본 행사 :격려사(이이화 선생님 외) 등 (교통편은 지하철 1,2호선을 타고...  
962 관용과 미덕을 겸비한 유족회원이 되였으면!
정명호
10932   2012-02-03
60년의 한을 풀려고 안간힘을 쓰고있는 이시점에 찬물인지 먹물인지 분간을 해야되지 않나요! 100만 희생자의 유족은 아픈상처를 어루만저주고 함께고락을 같이 해야할 형제 자매입니다. 조그만 사소한 일에 억매이지 말고 산적해있...  

자유게시판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