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 입력 2016.03.08. 19:56 | 수정 2016.03.08. 21:36


[한겨레]학생을 괴롭게 하는 교수님

“여자는 꼭 담배 끊어라” 말도

연세대 교수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세월호 사고 때 개념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가만있으라는) 방송을 따르지 않고 탈출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승철 연세대 이과대학 부학장(수학과 교수)은 지난달 17일 열린 이과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실험실 안전교육 강의를 하면서 “실험실 안전 수칙은 ‘개념 있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과거 이 대학 연구실에서 담뱃불 때문에 화재가 난 영상을 보여주며 “남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도 별로지만, 여자는 꼭 담배를 끊기를 추천한다. 남자의 정자는 매번 신선하게 생산되지만, 여자의 난자는 태어날 때 딱 정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과대 학생회는 이 교수의 발언을 두고 “세월호 피해자를 개념이 없어 상황 대처를 잘못한 학생으로 폄하해 2차 가해 우려가 있는데다, 여성을 인격체로 보기보다 생식 기능만 가진 존재로 부각시켜 성차별적”이라고 항의하며, 같은 달 19일 이 교수에게 공개 사과와 안전교육 재실시, 성평등센터의 성인지 교육 수강을 요구했다.

이 교수는 당시 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과를 약속했지만, 지난 21일 열린 새내기 새로배움터에서 “여러분들이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해, 또 한번 학생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는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시 발언이) 안전사고 대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근래 벌어진 가장 큰 사고인 세월호를 언급한 것이고, 남녀에 대한 과학적 차이를 설명했을 뿐 성차별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성인지 교육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한겨레>의 취재 직후, 박승한 연세대 이과대학장은 “17일 교육에서 (이 교수가) 부적절한 사례를 인용하고,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했음을 확인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관심 갖겠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학생회에 보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