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2015. 08. 27


“개신교, 반공에 철저하면 독재자도 협조”



우리나라에서 종교인들은 임진왜란과 3·1운동, 민주화운동 때 역사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남북분단 이데올로기 갈등의 주체이기도 했다. 남북 화해와 통일을 앞두고 종교와 내셔널리즘(국가·민족주의)의 조화는 중요한 숙제다. 해방 70돌을 맞아 <불교평론>과 <기독교사상>이 이런 화두를 다뤘다.


<불교평론> 가을호는 주로 ‘불교 내셔널리즘’의 역사에 집중했다. 김종인 교수(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는 “불교는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왕실과 귀족의 필요에 의해 국가종교로 존재하면서 왕실 및 귀족에 대한 의존성을 버리지 못했다”며 “국가종교였던 불교가 조선시대가 되어 순식간에 대대적 탄압을 받는 종교로 전락했음에도 유학자들이 지배하는 국가를 위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많은 승려가 국가방위를 위해 의승병으로 활동한 점은 매우 이례적인 민족주의의 발로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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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에서 활약한 승병들. 영화 <명량> 중에서


허우성 교수(경희대 철학과)는 “임진왜란 때 참전해 살생한 사명당에게도 ‘독사와 전갈 같은 무리들이 생민을 어육으로 만들 때 이들을 보호하고자 한다’는 기준이 있었다”며 “그러나 어육이 될 위험이 없는데도 있다고 착각하면서 집단적으로 반응할 때 집단 내셔널리즘은 무지와 오판을 가져와 평화를 깨트리게 된다”고 경고했다. 


<불교평론>은 8명의 학자들이 일제 침략을 적극 도운 일본불교 뿐 아니라 이슬람 등의 내쇼널리즘의 역사와 원인까지 분석했다. 다만 서구 기독교가 선교 과정에서 민족주의와 결합한 종교제국주의의 전형을 보이면서도, 약소국 국민들엔 민족 현실참여를 배제하고 보편진리만 따르라고 한 모습등은 조명하지 않았다.

<불교평론>은 28일 오후 1~6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이런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


<기독교사상> 8월호 특집은 ‘개신교와 분단시대’에 초점을 맞췄다. 정성한 한국기독교공동체연구소장은 ‘’미군정, 이승만 정부 하에서 형성된 한국 개신교의 정체성’이란 글에서 “개신교가 이승만 독재 정권에 대한 무조건적 포용성을 보임으로써 아무리 불법을 저지르는 독재자라 할지라도 전도에 협조하고 반공에만 철저하면 독재자로 인식하지않는 역사의식을 보였다”면서 “해방 이후 좌우 대립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개신교는 그리스도교의 본질을 잃고 극단적으로 이데오롤기화, 정치화되어 세속사회에 대한 올바른 기독교적 대응에 실패했다”고 평했다.


손규태 명예교수(성공회대 신학과)는 신학자 칼 바르트는 신학적 통찰력으로 냉전시대 미소의 대결을 <구약> 다니엘서에 나오는 악한 짐승들의 이권다툼에 비교해 사악한 싸움에 가담하지 말아야한다고 했지만, 한국 개신교는 70년 동안 남북정권들의 적대적 대립의 본질이 외세에 의존하는 남북한 지배세력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투쟁이었다는 점을 인식하지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남북 적대관계 해소를 위해 “‘눈에는 눈’이라는 상호주의 대신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호혜적 일방주의라는 종교적 본질을 되찾아야함을 강조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