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0.29 20:17

그림 박재동 화백

잊지 않겠습니다

애니메이션 만화가 꿈꾸던 소정에게

보고 싶고, 안아보고 싶고,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내 딸 소정아.

친구들과의 마지막 추억여행이 돌아오지 못하는 여행이 돼버렸구나. 두렵고 무서운 그 순간에도 엄마가 걱정스러워서 웃으며 나를 안심시키던 너의 마지막 목소리가 아직도 엄마의 가슴을 아프게 하네.

하루하루 숨쉬기조차 미안한 엄마를 용서하렴. 아침에 눈을 뜨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하던 너의 목소리가, 저녁에 들어오면 “학교 다녀왔습니다”라며 하루 있었던 일을 재잘거리던 너의 목소리가 그립다. 휴일에는 그림 그리며 엄마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유학 가는 문제와 친구들과 놀러 갈 계획을 이야기하던 너의 목소리가 이제는 귓가에서 메아리만 치는구나.

우리가 키우던 강아지 마루를 입양 보낼 때 가슴이 아팠지? 아빠가 미대 가는 것을 포기하라고 했을 때도 얼마나 마음 아팠을까? 그러다가 다시 애니메이션 만화가를 꿈꾸면서 그렇게 기뻐했는데. 그 꿈을 가져가 버린 천국이 야속하기만 하네.

내 딸 소정아. 네가 그린 그림처럼 낮엔 하얀 나비가 되어, 저녁엔 제일 반짝이는 천사가 되어 아빠, 엄마, 동생에게 빛이 되어 주어야 해. 그리고 그곳에서는 친구들이랑 이곳에서 피우지 못한 화가의 꿈, 애니메이션 만화가의 꿈을 마음껏 펼치면서 행복해야 해.

엄마가, 아빠가, 동생이 소정이를 많이 사랑하고, 많이 보고 싶고, 그리워한단다. 알지, 소정아? 꼭 다음 생애에서도 내 딸 해줄 거지, 소정아? 사랑해 소정아. 오늘도 꿈에서 만나자. 엄마가.


김소정양은

“엄마 어쩌면 나 집에 못 갈지도 몰라. 근데 엄마, 내가 엄마 사랑하는 거 알지?”


세월호가 침몰하던 4월16일 오전 9시46분, 배에 타고 있던 단원고 2학년 2반 김소정(17)양이 전화통화를 하다가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소정아,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는 딸에게 걱정스런 목소리로 되물었지만 통화는 갑자기 끊겼다. 그렇게 사라졌던 소정이는 4월18일 엄마에게 돌아왔다.


소정이는 애니메이션 만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4살 때부터 미술학원에 다녔는데, 그림에 소질이 많았다. 각종 미술대회에 나가서 상도 많이 받았다.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여름방학 때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러 일본으로 유학을 갈 계획이었다. 맞벌이를 하는 엄마와 아빠 대신 중학교 2학년인 남동생을 어릴 때부터 돌볼 정도로 책임감이 강한 맏딸이었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올해 초 잇따라 맞은 아빠와 엄마, 남동생의 생일날엔 아껴 놓은 용돈으로 케이크를 선물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