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ressEngine ver.2

글 수 1,141

등록 :2015-05-18 21:44수정 :2015-05-18 21:44 

잊지 않겠습니다
향료 만드는 조향사 꿈꾸던 향매에게


언제나 사랑하고 있는 딸 향매에게.


어느덧 너희가 천국으로 떠난 지가 한해가 지나갔구나. 4월16일, 엄마와 아빠의 가슴에 못이 박히던 날만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구나. 지금 이 편지를 쓰면서도 팽목항의 그 바다만 생각하면, 우리 공주가 그때 그 차디찬 바닷속에서 얼마나 살려달라고 엄마, 아빠, 언니를 외쳤을지 미칠 것만 같구나 어찌할 방법이 없어 터지는 가슴만 부여잡았지.


지금은 우리 딸한테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 생전에 엄마, 아빠가 못해준 것이 많아 너무나 후회되고 한스럽구나. 꿈 많은 우리 딸, 똑똑하고 항상 밝은 모습이었던 딸. 지금도 우리 곁에 있는 것만 같아. 엄마 귓전에 맴도는 너의 목소리, 날이 가면 갈수록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아. 엄마랑 네 목숨을 바꿀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귀여운 우리 공주. 엄마, 아빠의 딸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우리 가족에게는 세상에서 잊을 수 없는 행복이었어. 영원히 간직할게.


천국에서 모든 꿈 다 이루고 부족한 것이 있다면 엄마, 아빠의 꿈에라도 찾아와서 부탁하면 다 해줄게. 천국에서 모든 꿈 다 이루고 엄마, 아빠랑 그곳에서 다시 만날 그날까지 영원히 달과 별같이 밝게 살기를 바래.


엄마가.



배향매양은


단원고 2학년 9반 배향매양은 늦둥이 막내딸이었다. 언니와는 나이 차이가 12살이나 났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 엄마, 아빠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애교도 많고 성격도 털털해서 사람들에게 늘 웃음을 줬다. 학교 친구들도 성격이 활달하고 착한 향매를 좋아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아이였다. 어릴 때에는 외국으로 유학을 가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다가 통역사가 되겠다더니,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향료를 만드는 조향사가 될 거라고 했다. 그게 마지막 꿈이었다.


향매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열흘째인 지난해 4월25일 엄마, 아빠에게 돌아왔다. 엄마는 딸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달려갔다. 딸의 열 손가락에 모두 멍이 든 것을 보고서 엉엉 울었다.


지난해 딸을 잃은 충격으로 직장에 못 나갔던 엄마는 올해 1월부터 다시 출근한다. 집에 있으면 막내딸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 그림 박재동 화백
번호
제목
글쓴이
301 29살 아버지가 그리운 64살 아들…방치된 유해, 예산은 ‘0원’ / 한겨레
[관리자]
2014-03-02 5144
300 제주4·3유족회와 간담회 ... 안철수 / 뉴시스
[관리자]
2014-01-22 5143
299 폴커 뤼에(Volker Rühe) 전 독일 국방장관 인터뷰
[관리자]
2015-07-10 5137
298 [특별기고] 김낙중 - 돈키호테일 뿐인가? / 남재희
[관리자]
2015-06-19 5135
297 왜들 그러세요? 정말 화가 나요
[관리자]
2015-05-23 5131
296 꿈이 생긴 뒤로 잡스 책 읽으며 성장하던 너…네가 없는 현실이 안믿겨
[관리자]
2015-05-20 5129
295 “무기로 전쟁을 끝내지 못한다” 리마 보위 노벨평화상 수상자/남북화해협력촉구
[관리자]
2015-05-27 5125
294 "제주4·3, 미국 책임·치유노력 요구해야" / 연합뉴스
[관리자]
2013-10-19 5117
293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 넋, 노래극 ‘오월의 노래’로 부활한다
[관리자]
2015-05-18 5116
292 한국전 학살 진주 민간인 희생자 지원조례 추진 / 경남도민일보
[관리자]
2014-03-11 5107
291 ‘세월호 피해자’ 45명 육성 공개…진도 어민도 “눈만 감으면 악몽”
[관리자]
2015-07-16 5105
290 세월호 희생자 3명 배상액 첫 결정 / 4·16 가족협의회 불응 선언
[관리자]
2015-05-16 5100
289 日교과서에 "위안부문제 종결" 서술 의무화 // 연합신문
[관리자]
2013-11-16 5095
288 공부를 잘했던 영만이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관리자]
2014-07-15 5095
287 “규암 같은 ‘참스승’ 피해 없게 교육부가 ‘친일 오해’ 정리해야”
[관리자]
2015-06-22 5093
286 수십만 민간인 학살 '국민보도연맹사건'을 아시나요?
[관리자]
2015-07-04 5092
285 [포토] 그물 걸린 참새, 구출 나선 동료 /// 한겨레
[관리자]
2014-04-14 5092
284 [세상 읽기] 남북관계와 책임공동체 / 김연철
[관리자]
2015-06-22 5086
283 [크리틱] 오래된 질문 / 서해성
[관리자]
2015-07-13 5084
282 먹고 싶다던 계란말이 바빠서 못해준 게 가슴 아파…이제라도 네 꿈을 허락하마
[관리자]
2015-05-20 5082

자유게시판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