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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26 20:29수정 : 2014.06.26 21:49
[잊지 않겠습니다 9]
‘청소년 VJ’ 김수정양-아빠가 딸에게 사랑하는 내 딸 수정아!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너무너무 미안하구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우리 딸 수정아! 미칠 듯이 보고 싶어 날마다 눈물이 나는구나.너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점점 흐려질까봐 이 아빠는 겁이 난다. 수정이의 모습을 생각할 때마다 아빠의 가슴은 찢어지고 또 뭉개진다. 절망과 통곡의 강을 건너 너에게 달려가고 싶다.엄마, 아빠, 언니, 동생 모두를 끔찍하게 사랑하고 또 사랑했던 우리 딸 수정아. 우리 모두 널 그렇게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기억하련다. 그래도 미안하고 또 미안하구나. 수정아! 너무너무 보고 싶다. 미칠 듯이…. 아려온다. 가슴이….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날을 생각할 때마다 심장이 뚫리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목이 터져라 울고 싶지만 숨어서 소리 죽여 가슴으로 울고 있다.대나무 숲의 바스락거림을 좋아했던 내 딸 수정아! 영상제작 동아리 활동 하면서 좋은 카메라가 필요했을 텐데…. 엄마, 아빠 힘들까봐 아무 얘기도 하지 않고 밝기만 했던 내 딸 수정아. 이제는 별이 되어 아빠 가슴속으로 들어왔구나.우리 착한 딸, 예쁘고 또 예쁜 딸 수정아! 사랑해….
김수정양은
수정이 아빠에게 전화했다. 아빠는 “안녕하세요?”라고 답한 뒤 울컥하며 말을 잇지 못하고 엄마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우리 딸 수정이는 4월20일 발견됐고…” 엄마는 말끝을 흐렸다. 이내 울먹이던 엄마는 다시 수정이의 언니(20·대학생)에게 전화기를 건넸다. 언니는 “엄마, 괜찮아~”라고 위로하며 전화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똑 부러지는 말투의 이 여대생도 사랑스러운 동생의 기억을 더듬다 이내 흐느꼈다. 더는 취재를 할 수 없었다. 대신 언니는 문자메시지로 동생을 소개했다.
단원고 2학년 2반 김수정(18)양은 비디오저널리스트(VJ·브이제이)가 꿈이었다. 유난히 영상제작에 관심을 보인 수정이는 영상제작 동아리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했다. 1학년 때는 선생님 요청으로 반 친구들의 동영상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때문에 수정이의 컴퓨터에는 직접 만든 동영상 수십 개가 남아 있다. 수정이는 학교에서 ‘엄마 같은 학생’이었다. 늘 소외된 아이들과 짝꿍이 돼 이들을 보살폈다고 언니는 전했다.
딸만 셋인 수정이네는 저마다 방이 있지만 수정이와 언니, 15살짜리 여동생은 날마다 거실에서 까르르 수다를 떨다 함께 잠들었다. 4월16일 이후, 엄마와 아빠는 이제 더는 딸들의 수다를 들을 수 없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