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ressEngine ver.2

글 수 1,138
2015.08.11 21:06:54 (*.70.29.157)
4532


 등록 :2015-08-10 18:21
광복 70돌이다. 지구촌 전체로는 2차대전 종전 70돌이다. 제국주의 나라들이 주도하던 세계사의 지평에 새 주체들이 대거 등장해 자리를 잡은 기간이기도 하다. 지구촌이 평평해진 것은 아니지만 서구 중심적인 세계가 다중심으로 바뀐 것만은 분명하다. 이를 ‘근대화의 마지막 단계’로 볼 수도 있고, 세계사가 수백년의 격랑을 거친 뒤 새 균형을 찾아간다고도 할 수 있다.

근대화라는 시각은 각국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역사를 모두 포괄하지는 못하더라도 현실을 점검하고 앞날을 바라보는 데 유용하다. 잣대가 되는 근대화의 내용은 크게 셋이다. 혁신 역량, 권리체계의 발전, 세계화가 그것이다. 혁신 역량은 자신과 상황을 변화시켜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다. 기술과 조직력이 대표적이다. 경제를 비롯해 모든 분야의 지속적 발전은 혁신 역량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권리체계는 주체를 결정한다. 근대 이후 권리체계는 국권, (시)민권, 인권, 생명권 순서로 중심 이동을 해왔다. 역사 진보의 시금석인 권리체계는 갈등과 투쟁의 산물이다. 세계화는 근대화의 어두운 면이다. 제국주의적 세계화는 근대화의 산파 구실을 했다. 절대다수 지구인의 고통 위에 성립된 근대 체제는 탈식민 시기인 지금도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어떤 나라든 혼자서는 혁신 역량과 권리체계를 발전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세계화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나라를 지배하고 착취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당위는 항상 존재한다.

이른바 선진국은 혁신 역량, 권리체계, 세계화에서 모두 앞서가는 나라를 말한다. 하지만 셋 다 모범적으로 이뤄낸 나라는 찾기 어렵다. 미국은 혁신 역량과 권리체계에서 앞서가지만 이는 패권적 대외정책을 기반으로 한다. 다른 여러 서구 나라와 일본은 미국에 비해 혁신 역량이 떨어진다. 중국은 주요 2개국(G2)으로 꼽히지만 권리체계에서 특히 취약하다.

주목되는 나라는 독일이다. 1·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은 높은 혁신 역량과 권리체계를 자랑한다. 대외적으로도 평화국가라는 이미지를 잘 지켜왔다. 독일은 최근 그리스 사태에서 냉혹한 샤일록의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이 경제통합과 정치통합의 수준을 맞추지 못하는 한 경제논리를 넘어선 정치적 결정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독일은 같은 패전국이었던 일본과 대비가 된다. 일본은 지금 혁신 역량 제고보다는 환율전쟁을 앞세운다. 나아가 평화헌법을 사실상 포기하고 재무장을 추구한다. 독일의 경제적 주도권과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동일시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년 동안 혁신 역량과 권리체계의 발전에서 눈부신 성취를 보여줬다. 그 속도와 질에서 비교될 수 있는 나라는 별로 없다. 대만·홍콩·싱가포르·이스라엘·아일랜드 등이 비슷한 점이 있지만 대만을 제외하면 모두 인구 수백만명 정도의 작은 나라다. 혁신 역량과 권리체계로 볼 때 우리나라는 대체로 근대체제가 이뤄낸 성과의 높은 수준에 접근했다.

하지만 앞날은 불확실하다. 혁신 역량은 제대로 갱신되지 않고 권리체계는 민권과 인권 사이에서 전진과 후퇴를 되풀이한다. 혁신 역량의 기본 토대인 교육과 정부·기업·사회 체제는 정체되는 양상을 보인다. 세계와의 관계는 유연성을 높여야 할 영역이다. 우리나라는 서구 나라 및 일본과는 달리 제국주의 역사가 없다. 다른 나라를 강탈하지 않고 지금까지 왔다. 물론 그 과정에서 민중들은 상대적으로 훨씬 큰 부담을 감내해야 했다. 또 하나 선택이 아니라 당위인 과제가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 기반 강화가 그것이다. 한반도 전체를 묶어서 생각하는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지석 논설위원
김지석 논설위원
지금 동아시아는 지구촌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이다. 우리는 성취 면에서나 지정학적으로나 그 한가운데에 있다. 곧 우리는 지구촌 근대화의 마지막 단계의 중심에 있다. 혁신 역량은 더 강화돼야 하고 권리체계는 더 확장돼야 한다. 공생·공영의 대외관계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지만 통일을 위해서도 필수다. 광복 70돌은 새로운 30년을 준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번호
제목
글쓴이
998 "반값등록금 실현" 광고에 뿔난 학생들
[관리자]
4788   2016-01-16
아시아경제 | 조인경 | 입력 2016.01.16. 11:16 등록금 50% 경감 아닌 소득·성적 따라 차등지급 대학생들 체감 못하는데 정부는 연일 정책홍보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정부는 반값등록금을 실현했지만 내 등록금은 그대로다....  
997 표창원 “대북 확성기 효과있다면, 국정원 대선 댓글도 마찬가지”
[관리자]
9022   2016-01-13
등록 :2016-01-13 19:40수정 :2016-01-13 19:47 화면 갈무리" style="width: 640px;" alt="TV조선 화면 갈무리" src="http://img.hani.co.kr/imgdb/resize/2016/0113/00548781902_20160113.JPG" TV조선 <정치부장 이하원의 시사Q> 화면 갈무리...  
996 오바마의 눈물.."감성적 수사" vs "최고의 난폭 행위"
[관리자]
5150   2016-01-06
헤럴드경제 | 입력 2016.01.06. 15:09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1학년이었다.…1학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눈물을 훔치는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아예 왈칵 흘렸습니다. 그의 양손은 연신 뺨으로 흘...  
995 강금실, 위안부 합의에 “회개없는 사과는 야만일뿐”
[관리자]
4946   2016-01-05
등록 :2016-01-04 11:05수정 :2016-01-04 14:47 강금실 전 장관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한 페북 글 한-일 위안부 합의에 소회 밝힌 페북 글 화제 “할머니들 존엄성 존중하는 경건한 절차 필요” “적어도 피해를 입은 (위...  
994 1/13 개강! 앙드레 고르, 아리스토텔레스, 바흐친 읽기
다중지성의 정원
24411   2016-01-02
다중지성의 정원 http://daziwon.net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8길 9-13 [서교동 464-56] daziwon@gmail.com ☎ 02-325-2102 ▶ 메일링 신청 >> http://bit.ly/17Vi6Wi ▶ 웹홍보물 거부 >> http://bit.ly/1hHJcd7 ▶ 홍보하면 좋을...  
993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조명래), 앙드레 고르의 『프롤레타리아여, 안녕』(장훈교)
다중지성의 정원
17784   2015-12-27
다중지성의 정원 http://daziwon.net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18길 9-13 [서교동 464-56] daziwon@gmail.com ☎ 02-325-2102 ▶ 메일링 신청 >> http://bit.ly/17Vi6Wi ▶ 웹홍보물 거부 >> http://bit.ly/1hHJcd7 ▶ 홍보하면 좋을...  
992 [아침 햇발] 대통령 명예를 깎아내린 법원과 검찰
[관리자]
4834   2015-12-25
등록 :2015-12-24 18:43 놀라운 판결이다. 일국의 대통령을 한갓 나약한 개인으로 쪼그라뜨렸으니 말이다. <산케이신문>가토 기자와 박성수씨 재판에 공통으로 던져진 질문은 ‘대통령을 허위사실이나 저속한 표현으로 비난하면 명예...  
991 박근혜가 싫어하는 바른말, 그리고 정의화
[관리자]
5007   2015-12-21
등록 :2015-12-20 21:08수정 :2015-12-21 11:04 정치BAR 김남일 기자가 정리한 ‘정설’ 정의화 국회의장이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대통령 관심법안’ 직권상정 압박을 꿋꿋이 버텨내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  
990 다중지성의 정원 2016년 1분학기를 시작합니다! - 폴라니, 바흐친, 버틀러, 메를로-퐁티, 플라톤, 홉스 등
다중지성의 정원
34975   2015-12-19
▶ 메일링 신청 >> http://bit.ly/17Vi6Wi ▶ 웹홍보물 거부 >> http://bit.ly/1hHJcd7 ▶ 홍보하면 좋을 사이트를 추천해주세요! >> http://bit.ly/SMGCXP  
989 “아직 죽은 자식 못본 부모도 많다” 하소연에 울음바다
[관리자]
4786   2015-12-17
등록 :2015-12-16 19:40수정 :2015-12-16 21:28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마지막날 유족들, 특조위 분발 촉구 이주영 전 장관 허술한 신문에 “특조위원, 준비한 것도 못읽냐” 항의 “학생들 철없어 안내려와” 승조원 증언은 가슴...  
988 세월호 참사 이튿날 잠수사 500명 투입, 거짓말이었다
[관리자]
4553   2015-12-17
등록 :2015-12-16 19:39수정 :2015-12-16 21:49 2014년 5월4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남 진도 해상에서 세월호 사고 실종자를 수습하는 해양경찰을 격려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모르쇠’ ‘선장 탓’으로 끝난 세월호 청문회 해...  
987 새책! 『정동 이론』― 몸과 문화·윤리·정치의 마주침에서 생겨나는 것들에 대한 연구
도서출판 갈무리
15329   2015-12-14
▶ 갈무리 도서를 구입하시려면? 인터넷 서점> 알라딘 교보 YES24 인터파크 반디앤루니스 인터넷영풍문고 전국대형 서점>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북스리브로 서울지역 서점> 고려대구내서점 그날이오면 풀무질 더북소사이...  
986 제왕이 된 박 대통령…이상돈 “선거밖에 답이 없다”
[관리자]
4589   2015-12-11
등록 :2015-12-11 10:18수정 :2015-12-11 10:55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매일신문> 기고글에서 박 대통령 비판 “여당 대표 부하 다루듯, 야당 적대시할 줄은…”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것은 국회선...  
985 2차 민중총궐기, ‘차벽’ 사라지니 ‘평화’가 왔다
[관리자]
8643   2015-12-07
등록 :2015-12-05 17:31수정 :2015-12-06 22:14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 및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가면을 쓰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  
984 광주민주화운동역사 바로세우기 20주년 학술대회 /사진
[관리자]
8836   2015-12-03
연합뉴스 | 입력 2015.12.03. 14:12 (서울=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5·18 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광주민주화운동역사 바로세우기 20주년 학술대회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가운데)과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  
983 경제학자 피케티 “테러 원인은 경제적 불평등” / 르 몽드
[관리자]
4861   2015-12-02
등록 :2015-12-01 20:09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으로 소득 불평등 문제를 세계적으로 공론화했던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44)가 중동발 테러의 원인은 “경제적 불평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는 최...  
982 한완상 "YS가 정치적 대부라면서... 치매 걸렸나"
[관리자]
4536   2015-11-26
입력 : 2015-11-26 10:46:11ㅣ수정 : 2015-11-26 10:48:26 김진우 기자 jwkim@kyunghyang.com 글자크기 l l l --> --> 한완상 전 부총리(79·사진)...  
981 ‘YS 재조명’에 더 도드라지는 ‘불통 박근혜’
[관리자]
4880   2015-11-26
입력 : 2015-11-25 22:55:25ㅣ수정 : 2015-11-25 22:59:47 김진우·박순봉 기자 jwkim@kyunghyang.com 글자크기 l l l --> --> ㆍ‘교과서 국정화’ 강...  
980 “지금 유신체제로 돌아가…YS 제자들은 뭐하고 있는가” / 한완상 전 부총리
[관리자]
4824   2015-11-25
등록 :2015-11-24 21:40수정 :2015-11-25 10:22 김영삼 전 대통령(앞줄 왼쪽)이 1998년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제15대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서 김 전 대통령(앞줄 오른쪽)과 함께 걸어나오며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민정...  
979 새벽은 왔는가
[관리자]
4938   2015-11-24
등록 :2015-11-23 18:50 한 인간의 일생을 한마디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인간의 삶 자체가 워낙 다층적이라 어느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180도 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든 한평생을 관통하는 삶의 원칙과 고갱이...  

자유게시판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