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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05-27 22:03수정 :2015-05-2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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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통일문화재단이 한반도평화포럼과 함께 마련한 남북관계 원로 특별좌담 ‘통일은 과정이다’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불교역사문화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맨 왼쪽부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 통일문화재단이 한반도평화포럼과 함께 마련한 남북관계 원로 특별좌담 ‘통일은 과정이다’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불교역사문화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리고 있다. 맨 왼쪽부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반도평화포럼-한겨레통일문화재단 주최 ‘원로 좌담’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사회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
임동원·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등 통일 분야 원로 석학들이 광복 70돌과 6·15 공동선언 15돌을 맞아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퇴행을 거듭하는 남북관계의 조속한 정상화를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이들은 한반도평화포럼과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주최로 26일 저녁 서울 종로구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남북관계 원로 특별좌담 ‘통일은 과정이다’에서 박근혜 정부가 ‘통일 대박론’의 구호에서 벗어나 남북간 실질적 협력의 확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동원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가 이번 6·15 15주년과 광복 70주년이란 기회를 이용해 돌파하지 못하면, 정권 말까지 남북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만열 명예교수는 “개성공단 같은 공단을 휴전선에 10개 정도 만들면 서로 침략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고, 100개 정도 만들면 실질적인 통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낙청 명예교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퇴행의) 원인 중 하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기득권 세력의 막강한 힘을 이겨낼 만한 전략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남북 화해·협력 진영의 전략적 진화를 조언했고, 이종석 전 장관은 “종북 프레임에 야당이 굴복하면서 합리적 대안을 내놓고 실천할 힘도 잃은 것”이라며 야당의 분발을 촉구했다.

“통일은 대박 아닌 과정…접촉 없었던 지난 7년은 반통일”

■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과정이다


이종석 분단 문제를 논할 때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네 분이 한꺼번에 와 주셨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7년여 동안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퇴행이 많았다. 퇴행의 이유는 무엇인가?


강만길 현 정부가 통일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른다.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과정이다. 남북통일은 베트남 사이공이 무너지거나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이뤄지는 통일이 아니다. 차츰 과정을 밟아서 국토 통일도 되고 국가 통일도 되는 것이 평화통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남북이 접촉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런데 7~8년 동안 묶여 있었다. 정말 반통일적인 정권들이다.


임동원 지난 7년은 그 이전 20년 동안 해오던 한반도 평화와 남북화해·협력 노력을 부정한 ‘안티테제’ 시대였다. 남북관계는 경색되고, 불신과 대결의 시대로 역주행했다. 1991년 만들어진 남북기본합의서는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던 남북이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를 써서 최고당국자들이 서명한 역사적인 합의다. 김대중 정부 들어 남북기본합의서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6·15 남북공동성명을 채택한다. 이는 2007년에 남북관계를 확대발전시키자는 노무현 정부의 10·4 남북정상선언으로 이어진다. 이 3대 합의서를 실천하기 위해 남북이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이산가족이 만나고, 금강산 관광 사업, 개성공단을 시작하는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이전 정부들이 취했던 포용정책과 남북간 합의를 전면 부정했다. 북한이 곧 붕괴될 것이라는 흡수통일적 시각에서 정책을 폈다. 박근혜 정부도 사정이 달라지지 않았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좋은 정책을 내걸었다. 문제는 ‘북한이 먼저 신뢰를 보여야 우리도 북한을 신뢰할 수 있겠다’는 태도였다. 우리도 신뢰를 안 보여주니 북한도 신뢰를 안 보여주고 신뢰가 쌓일 재간이 없다. 박근혜 정부가 2년 반 남았는데, 이번 6·15 15주년과 광복 70주년이란 기회를 이용해 돌파하지 못하면, 정권 말까지 남북관계 개선이 어렵지 않겠는가 대단히 걱정된다.


이만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통일정책은 완전한 실패와 퇴행이었다. 두 정권 모두 통일에 대한 철학이나 비전이 없다. 또 보수층의 요구에 따르다 보니 그 안에 갇혀버렸다. 통일정책을 도울 보좌진도 거의 없었다. 통일부 책임자, 청와대에서 통일을 돕는 사람 가운데 북한과 제대로 접촉해서 대화를 한 사람이 전혀 없다. 분단을 통해서 이익을 얻는 계층도 많다. 해방 직후에는 친일파들이 북한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친일행위를 위장해 사회에 진출할 기회로 삼았다. 새누리당과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도 분단을 통해 이익을 얻을 사람들이 많다.


백낙청 진짜 바보는 우리가 아닌가. 이 퇴행의 시기를 가져온 세력을 바꿔 쳐야 하는데 못 한다. 선거하면 판판이 깨진다. 야당이 저렇게 죽을 쓰는데, 뭔가 해낼 기미가 안 보인다.


강만길
민족문제 대국적으로 보는 정치인 없어
20여차례 북 유적 답사…갔다오면 달라

백낙청
새 가치 제시보다 이미 합의된 것 지켜야
청년에게 ‘통일관’ 바른 질문 던지고 있나?


■ 종북 프레임 두려워 무능해진 야당


이종석 지금 야당이 그때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담당한 야당이 아닌가. 야당의 무능이 현 대북정책의 퇴행을 부른 것 아닌가?


백낙청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보수라고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노태우, 김영삼은 6월항쟁이란 전환의 대세를 타고 집권한 합리적인 보수였다. 통일에 대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내놨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거치면서 더 구체적인 개혁이 시도되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니까 여기에 위기를 느낀 수구세력이 일대 반격을 펼쳐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다. 엄밀히 말해 보수가 아닌 반동, 퇴행의 시대다.


그렇게 된 원인 중 하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국내 개혁과 남북관계 개선을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진전시키는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잘하느라 국내 정치에서 죽을 쒔다. 기득권 세력의 막강한 힘을 이겨낼 만한 전략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만길 민족 문제를 대국적으로 보는 정치인은 적고 전략가는 많다. 김대중 대통령은 서해안에서 간첩선이 내려오는데도 불구하고 동해안으로 관광선을 올려보냈다.


이종석 이명박 정부 초기 2~3년 때는 남북, 안보 문제가 발생하면, 야당 대표들이 무조건 전직 장관들 불러 물어보고 발표했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 뒤엔 야당이 전직 장관들을 불러서 물어보는 빈도도 떨어지더라. 종북이란 주홍글씨를 새기는 종북 프레임에 야당이 굴복하면서 합리적 대안을 내놓고 실천할 힘도 잃은 것이 아닌가.


(왼쪽부터)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사회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왼쪽부터)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사회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 대북정책 새 틀 짜자


이종석 핵을 가진 북한과 대화와 공존이 가능한가. 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어떻게 관계지어야 하나?


임동원 북핵 문제는 북한과 미국 간의 적대관계의 산물이다. 한국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마치 한국이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매달려왔기 때문에, 핵 문제 해결도 못 하면서 남북관계만 악화시켰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남북관계를 핵 문제에 종속시키는 연계 전략을 썼고, 박근혜 정부도 여기서 완전히 헤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이 나서서 북핵 문제에 이러쿵저러쿵할 필요 없다. 한국은 남북관계를 개선해 북한과 미국이 관계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핵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병행 전략을 써야 한다.


이종석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포용정책이란 말을 썼는데, 일부에선 남한이 경제적 우위를 토대로 북한을 아래로 보고 끌어안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백낙청 포용정책이란 말은 북쪽에서 볼 때 불쾌할 수 있다. 햇볕정책이란 말도 북에서는 싫어한다. 토론해서 바꾸면 좋겠다. ‘상종’이라는 말도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임동원 포용정책은 미국 클린턴 정부의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라는 용어를 어떻게 우리말로 번역할 것인가 하면서 파생된 말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햇볕정책이란 말을 쓰기 시작했을 때 북한이 엄청 반발했다. 제가 북한에 ‘과거엔 서로 찬바람을 불어서 어렵게 했지만 이제는 서로 따뜻한 햇볕을 비추자는 것’이라고 누누이 설명해서 해소가 됐다. 이후에 북한이 양해를 하고 시비 걸지 않았다.


이만열
휴전선에 공단 10개 만들면 침략 없을 것
공단 100개 정도 만들면 실질적 통일될 것

임동원
북핵은 남한이 해결못해…관계 악화만
GDP 1%만 북 투자해도 남 경제도약 도움

이종석
야당, 종북 프레임에 굴복…안보문제 생겨도 대안 못내고 실천력 떨어져


■ ‘사실상의 통일’이 중요


이종석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과정인데, 여기서 나오는 말이 ‘사실상의 통일’이다. 어떤 상태를 말하는가?


임동원 통일이 허용되지 않는 국제 정세하에서 분단국가가 취할 수 있는 차선의 정책은 무엇인가. 서로 오고 가고, 돕고 나누는 통일과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중국과 대만이 8년 전부터 경제공동체를 형성해서 통일된 것과 비슷한 상황을 형성하고 있다. 2008년엔 중국-대만 간 정기노선 비행기를 한 주에 30편 띄웠지만 지난해엔 840편이 중국과 대만을 오갔다. 중국 72개 항구와 대만의 13개 항구가 해상 운송을 한다. 우편과 전화가 자유롭다. 중국에 상주하는 대만 사람이 200만명을 넘었다. 이렇게 정치와 경제 분리 원칙으로 경제 공동체를 형성해, 경제·사회적으로는 통일된 것과 비슷하다면 ‘사실상의 통일’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목표가 화해 협력으로 사실상의 통일 상황을 실현하자는 것이었다. 지금 우리는 이 목표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이만열 인권과 자유란 가치를 드높여서 새로운 평화 통일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엠비 정권이나 박근혜 정권이 노리는 북한 붕괴를 통한 통일은 오지 않을 것이다. 공업단지를 휴전선에 10개 정도 만들면 남북이 서로 침략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더 나아가 남북이 공단을 100개 정도 만들면 실질적 통일이 되지 않겠나.


북한 붕괴론은 매력적이나 불가능하다. 북한이 무너지면 남한이 북한에 바로 올라가지 못하고 유엔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북한과 중국은 한국보다 더 강력한 동맹을 맺고 있다. 남한이 올라가면 중국이 내려온다. 남북관계를 개선해서 유엔이 남한에 북한을 도와주라고 하고, 북한 주민도 남쪽에 와달라고 할 정도가 돼야 한다.


강만길 남북역사학자협의회를 만들어 그동안 700~800명을 데리고 20차례 북한을 갔다 왔다. 한번 북한을 다녀온 사람은 달라진다. 내왕이 많아야 한다. 남쪽의 역사학과 대학생들이 북쪽에 가서 고적 답사를 하고, 반대로도 하는 이런 일이 잦아지는 게 통일이다.


백낙청 새로 가치를 지키자고 내놓는 것보다 이미 합의된 상황을 바탕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한 사람들이 교류·협력하다 보면 커지는 가치가 있고 이것은 아니구나 싶은 가치가 있다. 시민에게 맡겨서 공동의 가치가 저절로 합의되게 하는 것이 좋다.


저도 ‘과정으로서 통일’의 신봉자이고, 국가 통일은 미뤄도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통일을 해나가면서 독일과 중국-대만의 양안관계가 중요한 참고가 되지만 남북관계는 그것과 현실이 너무 다르다. 양안관계 같은 교류가 남북간에 10%만 이뤄져도 북한이 무너지고 남한도 흔들리는 대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런 혼란을 막으면서 교류·협력 상태를 만들어가는 남북간의 치밀한 정책 타결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 낮은 단계의 연합제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느 정도 교류·협력이 진전이 돼야 지속 가능하고 관리 가능해지는지를 설계해서 낮은 단계부터 조금 높은 단계의 국가연합으로 가는 계획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임동원 우리 민족은 천년 이상 하나의 언어, 문화, 역사를 공유하면서 공동체를 형성해 살아왔다. 최근 70년 동안 분단이 되어 달라진 것은 극히 적은 현상에 불과하다. 민족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경제학자 20명이 모여서 만든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현 단계에서 국내총생산(GDP)의 1%(100억 달러)를 북한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한다면 남한의 경제 도약에 엄청 도움이 된다. 이런 과정에서 북한 주민 의식 변화를 이끌고 민심을 얻을 수 있다. 통일이 되면 어차피 해야 할 일을 북한 노동자 임금이 남한의 10분의 1도 안 되는 현재 상황에서 하면 통일 비용도 엄청 아끼지 않겠나.

통일하면 돈이 많이 들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분단 유지 비용보다 통일 비용이 더 적게 든다. 일부에선 독일이 통일 비용이 많이 들어 고생했다고 하는데, 독일의 동방정책 설계자인 에곤 바르는 “통일 비용이란 개념은 엉터리”라고 주장한다. 독일 통일 비용의 반수 이상이 사회복지 비용이다. 통일이 돼서 동독 사람을 서독 사람처럼 대우하는 것이 어떻게 통일 비용인가라고 했다. 통일 전에는 군대를 동·서독이 80만명 유지했는데, 통일조약으로 인해 37만명으로 줄었고 지금은 24만명이다. 통일 비용이 많이 들 것이다 하는 것은 통일을 너무 걱정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이다.


백낙청 우리가 청년 세대한테 바른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먼저 반성해봐야 한다. 과정으로서 통일이 어떤 것인지 우리가 명료한 비전을 가지고 젊은 세대에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줘야 한다. 통일이 이뤄지지 않을 때 어떤 갖가지 사회적 퇴행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고, 이런 퇴행 현상 중의 하나가 청년실업이라고 설명해야 하지 않나. “통일을 지지하십니까”라고 젊은이한테 물어놓고는 지지율이 낮으니 “젊은이들 반동 보수화돼서 통일이나 민주주의에 관심 없다”고 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바보짓 하는 것이다.


정리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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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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