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 josungmin | 입력 2016.03.31. 11:19 | 수정 2016.03.31. 11:30


영국 일간 가디언이 미국 AP통신이 독일 나치에 협력했었다고 폭로했다. 가디언은 AP가 히틀러 독재 정권에 협력하는 대가로 독점적인 보도권을 받아 이익을 챙기는데만 주력했다고 주장했다. AP는 미국 뉴욕에 위치한 다국적 비영리 통신사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유서깊은 최대의 연합통신이다.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간) AP가 1930년대에 공식적으로 히틀러 정권과 결탁했었다고 보도했다. AP는 독일 선전 장관으로부터 선택됐고 미국 신문에 기사를 공급하면서 나치와 협력했었다는 주장이다.

나치의 신문에 AP 사진기자 프란츠 로스의 사진(리비우 지역 소련군 희생자)이 실린 모습. 가디언 캡처.
나치의 소책자 ‘The Jews in the USA’에 AP 사진기자 가 찍은 피올레오 라과디아 당시 뉴욕시장. 가디언 캡처.

독일의 역사가 해리엇 쉐른버그는 “나치가 1941년 6월 소련군 학살이 있었던 우크라이나 리비우 지역을 침략해 유대인 학살을 시행했다”며 “그 당시 프란츠 로스는 히틀러의 지시에 따라 리보프 감옥에 있는 소련군 희생자 사진만 찍어서 서방으로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1930년대 AP의 사진기자 중 한 명인 프란츠 로스는 나치 친위대 멤버이며 독일 선전 부서 소속이었고, 히틀러가 그의 사진을 직접 골랐다. AP는 쉐른버그가 결과를 발표하자 로스의 사진들을 웹사이트에서 지웠으나 소프트웨어의 문제로 인해 몇가지 사진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AP 대변인은 “쉐른버그의 보고서에서 묘사한 인물들과 활동들은 모르는 일이다”며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우리는 AP가 나치 정권과 협력했다는 어떤 생각도 거부한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나치 친위대(SS)의 팜플릿 ‘The Sub-Human’에 AP통신의 사진이 쓰였다. 가디언 캡처.

워싱턴에 위치한 북한 뉴스 사이트는 “AP통신의 간부급이 2011년부터 북한의 선전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2014년 밝힌 바 있다. 북한에 대한 접근방식도 나치정권때와 유사하며 AP는 사진을 구하기 어려운 전체주의 국가에 접근해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게 가디언의 주장이다.

오는 5월 170주년을 맞는 AP는 스스로를 ‘언론계에 해병대’라고 칭한다. 표방하는 슬로건은 ‘언제나 첫번째로 들어가 마지막에 나온다’다. 히틀러 정권 아래 열려있던 유일한 서방 언론사였던 AP는 1941년 미국이 참전하기 전까지 그 지위를 유지했다.


조성민 기자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