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ressEngine ver.2

글 수 1,141

등록 :2015-04-12 20:15수정 :2015-04-13 09:37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닷새 앞둔 11일 오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1.8마일 해상에는 하얀 국화 너머 노란 부표만이 세월호 침몰 위치를 알리고 있다. 이날 사고 해역을 찾은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들은 노란 리본이 묶인 하얀 국화꽃을 바다에 던지며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1년 전 차디찬 바닷속에서 생명이 꺼져가던 아이들이 ‘도대체 왜 내가 이렇게 죽어야 해요?’라고 물었다. 1년 뒤 별이 된 아이들이 다시 묻는다. ‘지금은 안전한가요?’ 진도/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꽃같은 아이들 영정 안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여한이 없게 하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은
부질없었습니다

진상조사의 대상자들이
진상조사를 하게 만든
특별법 시행령이라니요…
2014년 4월16일. 무심한 시간을 붙들고 발을 굴렀습니다. 차디찬 바닷속에서 생명이 꺼져 가는 아이들의 몸부림에 통곡했습니다. 숯덩이가 된 가슴을 으스러지도록 치면서 “제발 아이들 좀 살려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도 돌려보내 주지 않았습니다. 땅을 밟고 서 있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부질없다며, 몇몇 엄마 아빠들은 자식의 뒤를 따르려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엄마, 도대체 왜 내가 이렇게 죽어야 해? 아빠, 도대체 왜 내가 벌써 떠나야 해?’라는 아이들의 절규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꽃다운 아이들의 한을 풀어달라고 또다시 애원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건 냉대와 조롱이었습니다. 바로 옆을 지나는 대통령에게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했지만, 대통령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습니다. ‘유족들의 여한이 없게 하겠다’던 약속은 부질없었습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흔한 교통사고다’ ‘시체 장사 한두 번 해봤느냐’ ‘죽은 학생 부모 중에 종북좌파들이 있다면 애도할 필요 없다’ 등의 막말로 유가족들의 깊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생채기를 냈습니다.

피울음을 토하던 유족들은 꽃 같은 아이들의 영정을 부둥켜안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경기도 안산과 전남 진도 팽목항, 단원고와 국회를 오간 ‘눈물의 행진’ 거리가 1641㎞에 이릅니다.

아이들이 바닷물에 갇힌 지 206일이 지나서야 누더기 같은 ‘세월호 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정부와 여당은 진상조사의 대상이 되어야 할 공무원들을 특별조사위원회 주요 직책에 앉히고, 예산과 인력을 대폭 축소하는 특별법 시행령을 떡하니 내놨습니다. 진상규명 기구의 손발을 옭아맨 것입니다.

유가족과 국민들의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자 느닷없이 희생자 배·보상금 액수를 발표했습니다. “자식의 죽음 앞에 돈 흔드는 능욕”을 당한 엄마 아빠들은 참사 352일이 되던 날, 또다시 오열하며 머리카락을 잘라냈습니다.

참사 1년, 우리는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별이 된 아이들이 묻습니다. 지금은 안전한가요?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관련 영상] 세월호의 진실, 재판만으로 인양할 수 없다/ 불타는 감자


번호
제목
글쓴이
81 ‘세월호 가족’ 따뜻하게 맞은 광주
[관리자]
2015-02-09 4493
80 [포토] 250개의
[관리자]
2014-12-31 4493
79 [사설] 정부여당의 ‘세월호 진상 뭉개기’ 의혹
[관리자]
2015-01-30 4492
78 “남북관계 역주행 기록 고통스럽지만 ‘평화 불씨’ 지키고자”
[관리자]
2015-05-27 4488
77 정부, 세월호특위 축소안 입법예고/ 특위, 소위활동 올스톱…철회 촉구
[관리자]
2015-03-28 4488
76 제65주기 문경 석달동 위령제 및 추모 행사에 모십니다. file
채의진
2014-12-20 4485
75 엄마 아프게 하는 사람 혼내주겠다고 했지…깜깜한 이 길 헤쳐갈게
[관리자]
2014-12-11 4484
74 세월호 사고 당시 학생 구조하다 부상 최재영씨, 의상자 인정
[관리자]
2015-03-20 4482
73 ‘세월호 구조 실패’ 첫 단죄…유족 “일부 사망 책임만 물어 한계”
[관리자]
2015-02-12 4482
72 [시론]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근본 대책 없는가? / 이장희
[관리자]
2015-05-05 4480
71 바쁘다는 핑계로 혼자 둬서 미안해…아웅다웅 다투던 그때조차 그리워
[관리자]
2014-10-08 4478
70 '세월호 영웅' 최혜정·박지영씨 희생정신 미국서도 칭송(종합)
[관리자]
2015-03-20 4473
69 친구들도 엄마도 네게 ‘카톡’한단다…메시지 잘 보고 있지?
[관리자]
2014-11-14 4468
68 새 책! 『벤저민 레이 ― 노예제 즉시 폐지를 최초로 주창한, 12년간 선원이었던 작은 거인의 파레시아』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도서출판 갈무리
2021-12-30 4466
67 가는 곳, 보는 곳마다 함께했던 네가 떠올라…부모님 힘내게 도와줘
[관리자]
2015-02-03 4466
66 서로 지켜준다 했는데 추억으로 오늘을 견딘다…아빠에게도 힘을 주렴
[관리자]
2014-12-29 4462
65 세월호 실종자 1명 추가 수습
[관리자]
2014-07-18 4460
64 오늘도 몇번을 울었는지…내 목숨이라도 주고 널 살릴수만 있다면
[관리자]
2014-10-28 4456
63 네가 스케치한 그림 옷으로 완성됐단다…꿈은 이루어진거지?
[관리자]
2014-12-09 4455
62 [이 순간]
[관리자]
2014-12-28 4453

자유게시판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