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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11-08 19:48수정 :2015-11-08 22:02

세월호 인양과 참사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을 벌인 지 1년을 맞이한 지난 7월14일 오후,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이 비 막음 준비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세월호 인양과 참사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을 벌인 지 1년을 맞이한 지난 7월14일 오후, 유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이 비 막음 준비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세월호 특별법 제정 1년
“팽목항에서 아이 주검을 수습한 관에 이름을 직접 쓰게 했잖아. 그때 덜덜 떨면서 애 이름을 썼던 일은 평생 못 잊을 거야. 이런 것도 조사 신청에 넣을 수 있을까?”(세월호 희생자 장준형군 아버지 장훈씨)

“나도 그랬어. 아이들이 뒤바뀌지 않게 하기 위한 조처였겠지만 그 충격은 평생 남지. 가족들 트라우마를 줄일 더 나은 방법을 찾자는 의미도 있으니까 일단 적어보자.”(세월호 희생자 이재욱군 어머니 홍영미씨)

지난 5일, 세월호 희생자·생존자 가족 11명이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 옆 ‘진상규명 인양 티에프(TF) 분과 자료실’에 모였다. ‘4·16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조사를 신청할 내용들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가족들은 이날도 참사 당시의 아픈 기억을 하나하나씩 되짚어가며 조사를 요구할 내용들을 정리해나갔다. 하나의 의혹이라도 놓칠세라, 세월호 참사 당시의 시간대를 그린 뒤 시점을 나눠 당시 벌어졌던 사건별로 의문점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지난 9월14일, 특조위가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조사 신청을 받기 시작한 뒤 매주 목요일마다 벌어지는 풍경이다.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 분과장을 맡고 있는 장훈(46)씨는 “사고 이후 참사를 수만번씩 생각한 부모들은 누구라도 절반은 전문가가 돼 줄줄이 문제점을 써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예산 8월에야 배정 ‘뒤늦은 출발’
아직까지 ‘직권조사’ 한 번 못해
유족들 부당함·의문점들 정리해
9월부터 48건 신청사건 접수
“특조위가 조사할지 의문이지만
이것만큼은 남겨야 겠기에 신청”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특조위가 꾸려진 지, 지난 7일로 꼭 1년이 지났다. 조속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피해자 가족들의 심정과는 달리 특조위 활동은 아직까지 출발선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특별법 시행령의 법률 위반 여부를 둘러싼 논란과 여·야·가족 추천 위원들 사이의 내부 갈등 등으로 활동이 지연되면서, 특조위에 직원들이 출근하기 시작한 건 특별법이 통과된 지 9개월 뒤인 지난 7월 말부터였다. 특조위 예산이 배정된 것도 석달 전인 8월이며, 9월에야 사건 조사 신청 접수가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첫 단계인 조사는 특조위의 ‘직권사건 조사’와 피해자가 신청할 수 있는 ‘신청사건 조사’로 이뤄진다. 특조위는 이제껏 단 한차례의 직권조사도 하지 못했다. “(특조위 활동이) 너무 늦게 시작되는 바람에 준비가 부족했다”는 게 특조위 쪽 얘기다. 이제 막 기초자료 수집 단계에 들어간 사건(48건)들은 전부 피해자 가족들의 신청사건들이다. 세월호 희생자 박성호군의 아머니 정혜숙(47)씨는 “직권조사를 해야 할 특조위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조사 한번 못 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믿을 곳이 특조위뿐이라 우리라도 특조위에 신청사건을 접수하는 데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답답해했다.

특조위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사이, 피해자 가족들은 ‘세월호의 침몰 및 기울기 시점에 관한 조사’와 ‘급변침이 침몰 원인이 될 수 있는지’ 등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와 ‘최초 출동한 해군의 대응’과 ‘해경 123정의 초동대처’ 등 구조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밝힐 조사가 필요하다고 직접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여객선 안전기준 등의 완화 이유’ ‘선원법 개정 이유’ 등 근본적인 안전규제 완화를 지적하는 것들도 있다. 장씨는 “솔직히 특조위가 우리가 원하는 조사를 모두 다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우리가 무엇을 알고 싶었는지, 그것만큼은 남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신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날 회의에서 ‘안산에 아이들의 주검이 도착한 뒤부터 장례를 치르기까지의 과정’에서 겪은 부당함과 의문점들을 정리했다. 제대로 된 안내나 기준 없는 장례 절차, 부족했던 장례식장, 잘못 만들어진 유골함, 답답한 상황에서 연락이 닿지 않던 공무원 등 아수라장 같던 당시 상황이 가족들의 입을 통해 재생됐다. 홍영미(47)씨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까지 벌어졌는지 모르겠다. 특조위에서 이런 내용들을 보면 믿지 못할 정도로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2시간30분여의 회의를 마친 뒤, 회의실 화이트보드에는 스무 가지가 넘는 조사 신청 내용이 가득 찼다. 가족들은 이날 나온 신청 내용들을 손봐 9일이나 10일께 특조위에 조사신청을 할 예정이다. 조사신청은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 특조위 관계자는 “만일 정부 주장대로 내년 6월까지 특조위 활동기한이 정해진다면 후반에 받는 신청 건은 제대로 조사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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