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5-05-19 21:02

잊지 않겠습니다
경찰관이 되고 싶던 솔이에게


사랑하는 막내딸 솔이에게 아빠가.


솔아 잘 있니? 우리 솔이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해서 경찰관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하늘나라에서 경찰관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범죄 없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며 경찰관이 되고 싶어 했지. 공군사관학교에 가서 파일럿이 되라는 아빠와 옥신각신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솔이한테 너무 미안하네.


지난해 4월 수학여행을 떠나면서 아빠에게 파일럿이 될지 경찰관이 될지 수학여행 갔다 와서 결정하자고 했었지. 그런데 그게 솔이의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솔이의 생일이었던 2월13일 안산 합동분향소 네 영정 앞에 ‘윤솔’ 이름이 달린 경찰관 제복을 놔뒀어. 이제라도 아빠가 솔이의 꿈을 허락해준다는 뜻으로.


미안해. 진작에 솔이가 하고 싶어했던 꿈을 허락해주지 못해서. 생각해보니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에 계란말이 먹고 싶다고 그렇게 해달라고 했는데, 바빠서 못 해준 것도 가슴에 한이 되네. 하늘나라에서라도 아빠가 준비해준 경찰관 제복을 입고 꿈을 펼치거라. 사랑한다. 아빠의 막내딸 윤솔.



이근형군은


세 딸 가운데 막내인 솔이는 아빠를 많이 닮았다. 털털하고 활달한 성격이었다. 불의를 보면 못 참았다. 남학생, 여학생 가리지 않고 친구들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 학교 갈 시간만 되면 집 밖에서 남학생들이 “학교 가자”며 불렀다. 아빠는 형편이 어려워 딸을 학원에 충분히 보내지 못했다. 하지만 솔이는 큰 불평불만 없이 착하게 컸다. 공부도 열심히 했다.


단원고 2학년 2반 윤솔양은 어버이날이었던 지난해 5월8일 가족에게 돌아왔다. 참사 뒤 매일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나와 기다리던 아빠는 주검 안치소에서 딸을 한눈에 알아봤다. 세살 때 이마를 계단에 부딪혀 난 흉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경찰관이 되고 싶어했던 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경찰관 제복을 구하러 다녔다. 하지만 범죄 악용 우려 때문에 어느 곳에서도 팔지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집 근처에 있는 경기 안산 단원경찰서에 찾아가서 “경찰관 제복을 구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사연을 들은 단원경찰서에서는 솔이의 이름을 새긴 경찰관 제복을 보내왔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