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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04-12 20:45수정 :2015-04-13 09:37

 

유가족들이 제기하는 의문점들
국가 구조·구난 시스템 문제 등
가족협 10건 증거보전 결정 받아
진상규명 위해 애타는 노력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 시민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글귀가 적힌 종이배를 노란색 큰 배에 넣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304명의 희생자와 실종자가 발생한 세월호 참사 1년이 다가오지만 ‘도대체 왜 많은 승객들이 구조되지 못했느냐’는 의문은 아직도 여전하다. 세월호의 선장 이준석(69)씨는 구조 실패의 원인을 고의가 아니라 ‘자신의 무능’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승무원 등에 대한 1·2심 재판 과정에서 이 선장 등 선원들이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믿고 배 안에서 기다리던 승객을 외면한 채 자신들만 배 밖으로 빠져나온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 승무원 재판에서 드러난 구조 실패 원인

1심 판결문을 보면, 사고 당일인 4월16일 오전 8시52분 ‘선내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한 승무원들은 해경 경비정과 헬기가 도착한다는 진도해상관제센터(VTS)의 연락을 받았다. 세월호 침수한계선이 수면에 잠겨 배가 전복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이 선장 등은 오전 9시37분 이후 진도해상관제센터의 교신에 응답하지 않았다. 승무원들이 승객 퇴선 명령을 하고 구명뗏목을 바다로 던지는 등 조처를 했더라면 승객들이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퇴선방송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퇴선명령은 있었다고 봤다. 다만 “이 선장 등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내버려둬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현장에 출동한 해경의 구조도 치밀하지 못했다. 지난 2월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임정엽)는 세월호 침몰 당시 처음 현장에 출동한 해경 지휘관이던 목포해경 123정장 김경일(57) 전 경위에게 업무상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4년 형을 선고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경위가 퇴선 유도 등 현장지휘관으로서 해야 할 조처(주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일부 승객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고 봤다. 4·16가족협의회 쪽 박주민 변호사는 “승무원들이 배 복도로 나가 20분 이상 시간을 보내면서도 구조 노력을 하지 않았다. 구조할 의지가 없었고, 본인들의 목숨을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의 구조·구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작동하지 못한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진실 밝히려고 증거보전 신청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단 단장 오영중 변호사는 “국민들은 사고 당일 누가 어떻게 지시를 내렸는지와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등을 궁금해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구조체계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명확히 밝히고 인명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협의회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독자적으로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소송 당사자가 특정 증거를 확보해달라고 신청하면 판사의 결정에 따라 증거자료를 법원에 보관하는 제도인 증거보전 신청을 활용했다. 가족협의회는 지난해 6~12월 16건을 신청해 법원이 10건을 받아들였다.

이 가운데 세월호 업무용 노트북은 가족협의회가 검찰보다 한발 앞서 확보한 증거였다. 가족협의회는 지난해 6월 전남 목포항 해경 바지선에서 진흙이 묻어 있는 노트북을 발견했다. 구조 잠수사가 참사 60여일 만에 세월호 배 안에서 발견한 것을 누군가 ‘마대 포대’에 방치해뒀다. 가족협의회는 소송 대리인 오영중 변호사를 통해 지난해 6월24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 노트북 증거보전을 신청했고, 인용 결정을 받았다. 가족협의회는 한 컴퓨터 관련 회사에 의뢰해 노트북 안에 있던 문서파일을 풀었다. 이 노트북에서 발견된 ‘국정원 지적사항’(100개 항목) 파일은 가족협의회가 ‘국가정보원의 세월호 개입’ 설을 제기하게 된 근거였다. 검찰과 국정원은 이를 일축했지만,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단 등은 “아직도 많은 것이 의문투성”이라고 주장한다.

참사 당시 세월호 관제 의무를 진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와 사고 직후 첫 교신을 한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의 항적기록(AIS), 레이더 영상, 로그인 기록 등도 증거보전 중이다. 참사 당일 해양수산부 상황일지 등을 증거보전해 해경과 해상교통관제센터, 해양수산부의 보고 내용 등을 확보하고 사고 직후 정부의 대응을 확인했다. 세월호 증개축 인허가 문서는 세월호 증개축과 관련해 해수부의 책임을 밝히는 데 의미있는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영중 변호사는 “해수부가 한국선급에 위탁해 선박 증개축 문제를 처리하고 있지만, 증개축된 세월호처럼 배의 너비, 길이, 높이가 변형됐을 경우 선박안전법 15조에 의해 해수부 장관이 직접 안전성 여부 등을 검사해야 하는데도 한국선급에 위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사 초기 해군의 구조활동을 파악하기 위해 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KNTDS) 레이더 영상에 대해서도 증거보전 신청을 했지만, 군사보안 대상이라는 이유로 각하됐다. 오영중 변호사는 “증거보전된 자료들이 앞으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진상 조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관련 영상] 세월호의 진실, 재판만으로 인양할 수 없다/ 불타는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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