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5-04-03 16:31수정 :2015-04-0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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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오전 제주시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67주기 4·3 희생자 추념식장에 박근혜 대통령과 이완구 총리 명의의 조화가 놓여 있다. 2015.4.3 (제주=연합뉴스)

4·3 특별법 제정하고도 2년째 참석 않해 의미 반감
청와대 불참 이유 명확히 안 밝히고 “논평 않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박 대통령이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4·3 희생자 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격상해 지정했지만, 정작 박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념식 참석을 외면한 것이다.

3일 오전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67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은 이완구 국무총리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4·3 추념식은 지난 2006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이후 9년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채 열린 셈이다.

정부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이 총리는 추념사에서 “정부는 그동안 특별법을 제정해 4·3 사건의 진실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앞으로도 희생된 분들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에 모든 정성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추념식은 박 대통령이 제주 지역의 끈질긴 참석 요청을 외면한 탓에 다소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25일 청와대를 방문해 박 대통령 참석을 요청했고, 새누리당 제주도당도 지난 23일 기자회견까지 열어 “(박 대통령 참석은) 진정한 의미의 국민대통합시대를 여는 역사적 단초”라고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한 바 있다.

박 대통령도 대선 후보시절 “4·3은 제주도민뿐 아니라 전 국민이 가슴 아파하는 사건으로, 그동안 정부의 많은 관심이 있었지만 부족했다. 국가추모기념일 제정을 비롯해 도민들의 아픔이 가실 때까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4·3 국가추념일 지정으로 약속은 지켜졌지만, 정작 2년째 추념식에 참석을 하지 않아 그 의미가 반감된 것이다.

더구나 박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이 일부 보수단체가 주장하고 있는 이념 문제 때문이라는 점도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박 대통령의 불참은 일부 보수단체가 “4·3평화공원 내 위패봉안소에 남로당 간부들의 위패가 있다”며 희생자 재심의를 촉구하고, 이에 국무총리 소속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가 4·3희생자 재심의 추진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정종섭 행자부장관도 지난 1월 “4·3희생자로 지정된 일부 인사가 무장대 수괴급이라는 논란이 해소되지 않으면 대통령 위패 참배가 어렵다”고 말해, 박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이 이념 문제 때문이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박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은 채, “논평을 하지 않겠다”(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며 피해갔다.

이날 추념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박 대통령의 불참과 관련해 “대통령께서도 굉장히 오시고 싶어 하셨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추념식이 우리 역사의 화해와 상생, 국민통합의 계기가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박 대통령이 이번 추념식만큼은 참석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아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4·3 희생자 재심사 움직임에 대해서는 “모처럼 이뤄진 화해와 상생을 깨뜨리는 잘못된 문제제기”라고 비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