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3.27 19:38수정 : 2015.03.27 22:12

공무원-민간인 비율 엇비슷
기획조정실장 일반직 공무원 맡겨
특위 위원장, 29일 기자회견

정부가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위)의 조직 규모를 대폭 축소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27일 입법예고했다.(<한겨레> 3월27일치 1면) 이에 이석태 특위 위원장은 긴급성명을 내어 “특위 무력화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특위 산하 소위원회의 활동을 모두 중단시킨 데 이어 29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성명에서 해양수산부 시행령안을 강한 어조로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파견 공무원인 기획총괄담당관이 특위와 소위원회 업무를 완전 장악하도록 해 위원장과 위원, 개별 부서의 권한을 무력화시켰다. 또 진상규명 업무를 기존 정부 조사 결과의 분석과 조사에 한정해 면죄부를 부여했다. 파견 공무원과 민간인 비율 역시 42명 대 43명으로 구성해 ‘정부 파견 공무원 중심의 정부기구’로 전락시켰다”고 성토했다.


해수부는 이날 특위 사무처 아래 1실(기획조정실), 1국(진상규명국), 2과(안전사회과·피해자지원점검과)를 두고 전체 정원은 상임위원 5명을 포함해 모두 90명으로 하는 조직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 특위는 애초 사무처 아래 1관(기획행정담당관), 3국(진상규명국·안전사회국·지원국)을 둔 120명 정원(상임위원 5명 제외)의 조직을 요구했었다.


해수부의 시행령안은 모법인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특위 정원은 120명으로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다만, 시행령에서는 이를 90명으로 한다’며 30명을 축소했다. 또 특위는 ‘공정한 조사를 위해 민간 중심으로 조직을 구성하겠다’며 공무원과 민간인 구성을 50명 대 70명으로 배정했지만, 해수부 안은 이를 42명 대 43명으로 거의 동일하게 맞췄다. 특히 사전에 전혀 논의되지 않았던 기획조정실장 자리를 일반직 고위 공무원에게 맡기고, 그 아래 기획총괄담당관을 둬 참사 진상규명 업무를 종합 기획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진상규명국 업무의 핵심인 구조·구난 작업 규명 역시 기존 ‘정부 조사 자료 분석과 조사’만 하도록 했다.


해수부는 또 입법예고 기간을 일반적인 경우보다 짧은 열하루(3월27일~4월6일)로 했다. 이석태 위원장은 “입법예고가 나면 이를 수정할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 시간마저도 안 준 것 아니냐. 2월17일에 특위에서 조직안을 냈는데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이러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 위원장은 “시행령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중대 결단을 하고 국민 여론에 호소하며 저항할 수밖에 없다. 이후 특위 파행에 따른 책임은 해수부를 비롯한 정부 쪽에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족과 관련 단체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무력화하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전명선 대표는 “국민적 합의로 만들어진 세월호 특별법을 시행령으로 무력화하려는 시도다. 특위를 해체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김혜진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특위 조사 대상 기관 중 하나인 해수부 등 공무원들이 특위 사무처를 장악한다면 특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심각하게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