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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2016-02-21 21:01수정 :2016-02-22 11:08



박근혜 정부 3년

천안문 망루 외교 등 미·중 안배
위안부 합의·북 핵실험 뒤 급변
개성공단 폐쇄 ·사드배치 협의…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강화
한반도 평화는 위기에 내몰려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형국”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 대북·외교안보 정책이 집권 3년 만에 총체적 파산의 수렁에 빠졌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로켓 발사 직후 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처와 “북한 정권을 반드시 변화시키겠다”는 다짐 속에 사실상 폐기됐다. 야심차게 추진해온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박 대통령의 ‘자해적 좌충우돌 외교’의 와중에 한국·미국·일본 대 북한·중국·러시아의 ‘동북아 신냉전 구도’가 강화되며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 이젠 박 대통령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의 어느 누구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1월22일 통일부와 외교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일관된 추진”,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내실화”를 다짐한 사실이 무색하다. 세월호를 침몰시킨 선원들과 다를 게 없는 ‘급변침’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좌충우돌 행보를 거듭해왔다. 북한이 2013년 2월12일 3차 핵실험을 했지만 2월25일 취임사에서 “확실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에 신뢰를 쌓겠다.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킬 때 신뢰는 쌓일 수 있다”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선언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뒤 강경 일변도 조처와 대비되는 절제된 대응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대북·외교안보 정책을 국내정치에 종속시켰다. 취임 1주 만인 2013년 3·1절 경축사가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한·일 관계의 입구에 장벽으로 쌓는 초강경 대일 기조를 밝혔다. ‘친일파의 딸’이라는 국내 일각의 비판을 불식하려는 국내정치적 고려에 따른 것인데, 한·일 관계 냉각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작동을 불가능하게 하는 장애물이라는 점에서 모순된 행보였다.

2015년으로 예정된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일정을 사실상 무기 연기(2014년 10월23일)한 것은 박 대통령의 비전 부재를 극명하게 드러낸 문제적 결정이다. 전작권 환수 등 한·미 동맹의 조정이 없이는 북한을 상대로 군사적 신뢰구축 조처를 이끌어내기 어렵고,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도 작동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박 대통령의 전작권 환수 무기 연기 결정은, 한국이 독자적 균형외교로 미·중 모두와 우호적 관계를 맺어 동북아의 탈냉전적 질서 창출에 기여하기보다 한·미 동맹의 그늘에 안주하겠다는 고백이기 때문이다. 실제 전작권 환수 연기 직후인 그해 12월29일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이 발효됐다.

이런 흐름에 비춰볼 때, 박 대통령이 지난해 9월3일 베이징 천안문 망루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선 것은 ‘돌출적 행보’였다.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천안문 망루’에 올랐지만, 이후 박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 원고심려(遠考深慮)가 없었던 듯하다. 박 대통령은 한달 뒤인 2015년 10월 미국을 방문해 “한국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핵심 파트너”라고 선언했다. ‘천안문 망루 외교’와 정면충돌하는 행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방미 뒤 사실상 ‘미-중 사이 균형외교’를 포기하고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내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선언(12·28 합의)한 게 기폭제다. 박 대통령이 미국이 추진해온 한·미·일 3각 안보협력 강화, 사실은 ‘한국의 미·일 동맹 하위 파트너화’(김준형 한동대 교수)에 나서겠다는 공개 선언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인 1월7일 박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12·28 합의를 축하하며 “정의로운 결과를 얻어낸 박 대통령의 용기와 비전을 높이 평가하고 합의 이행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한·미 정부의 북핵 대응이 12·28 합의 이행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 당일 한·미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 공식 협의를 선언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박 대통령의 개성공단 폐쇄 조처로 남북관계가 파탄났고, 사드 배치 논의 선언으로 한·중, 한·러 관계가 휘청이고 있다. 중·러 정부는 사드 배치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거듭 밝히고 있다. 반면 미국 정부는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2015년 4월27일)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안보법제 제·개정(2015년 9월19일)에 이어 사드의 한반도 배치까지 얻어내며 대중국 견제망을 강화하고 있다. 요컨대 동북아 신냉전 구도 강화로 한반도 평화가 위기에 몰렸는데, 박근혜 정부가 이 과정의 촉매·첨병 구실을 하는 셈이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21일 “박 대통령이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형국”이라며 “다음 정부가 상황을 추스를 최소한의 여지만이라도 남겨두기를 바랄 뿐”이라고 한탄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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