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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2015-12-05 17:31수정 :2015-12-06 22:14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 및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가면을 쓰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 및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가면을 쓰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집회금지’ 우여곡절 끝 열린 범국민대회
서울광장에 전국 시민들 4만여명 운집
‘차벽·격렬 시위’ 등 충돌 없이 평화롭게 진행
세 차례의 집회금지 통고 등 우여곡절 끝에 다시 열린 광장에 수만명의 시민이 모였다. 경찰의 차벽이 사라진 자리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물대포도 밧줄도 없었다. 정부가 ‘불법폭력시위’의 아이콘으로 낙인 찍었던 복면은 오히려 집회 분위기를 유쾌하게 바꿔 놓았다.
  

5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과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범국민대회’에 주최 쪽 추산 5만여명(경찰 추산 1만4000명)이 참여해 한목소리로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하고, 노동개혁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토해냈다. 본 집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때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68)씨가 입원한 종로구 서울대병원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날 집회와 행진은 주최 쪽이 공언했던 대로 경찰과의 충돌을 최대한 자제하자는 분위기 속에서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경찰 역시 지난달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과잉진압을 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은 차벽을 설치하지 않는 등 충돌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을 자제했다.

종교인들이 5일 오후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평화시위를 기원하며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종교인들이 5일 오후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평화시위를 기원하며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가면을 쓴 예술가들이 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행위극을 벌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가면을 쓴 예술가들이 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집회, 결사, 표현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행위극을 벌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본 행사 사회를 맡은 김덕진 천주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진정한 평화는 소수자가 차별받지 않고 광장에 모인 국민의 비명을 물대포와 캡사이신과 차벽으로 막지 않는 세상이다. 우리는 단 한번도 평화를 거부한 적이 없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평화를 지켜갈 것”이라며 지난달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를 불법 폭력시위로 규정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벌여나가는 정부를 규탄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집회와 시위를 통해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을 범죄시 하고 있다”며 “과거 주나라의 한 황제가 자신을 비판하는 백성과 신하를 모두 죽여 없애자 한 신하가 ‘중구’ 즉 민중의 입은, ‘난방’(막아서도 안 되고 막을 수도 없다)이라고 충언한 데에서 ‘중구난방’이란 고사성어가 만들어졌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막으려만 한다면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복면금지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직접 제작한 다양한 모양의 복면을 쓰고 집회에 참여했다. 직접 만든 토끼 모양 가면을 쓰고 이날 집회에 참석한 손아무개(38)씨는 “어제 가면 사러 갔는데 먼저 다 사갔는지 가면이 떨어져서 부랴부랴 재료를 사서 직접 만들었다”며 “얼마나 살기 힘들면 지난 집회에 13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주말에 쉬지도 않고 나왔겠나. 그걸 폭력시위로 매도하니 울분이 솟구쳐 참석했다”고 말했다.

조계사에 피신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행사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고 영상을 통해 대회사를 읽었다. 한 위원장은 “수백 명이 구속, 수배, 체포, 소환되고 있다. 폭력적 공권력에 의존하지 않으면 단 하루도 유지할 수 없는 이 정권의 위기를 감추기 위해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나라 민중들의 평화는 국가권력의 폭력을 인정하는 평화가 아니다. 폭력적 공권력에 단호히 불복종을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

종교인들이 5일 오후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평화시위를 기원하며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종교인들이 5일 오후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평화시위를 기원하며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아직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백남기씨와 친분이 있는 임봉재 전 카톨릭농민회장은 무대에 올라 “백발 성성한 농민이 서울까지 올라와 물대포에 맞고 쓰러졌다. 왜 농민들이 서울에 올라왔는지 묻지도 않고 테러리스트 취급을 해서 되겠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날 집회에는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와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들도 참여해 ‘평화 지킴이’를 자처했다. 문 대표와 같은 당 소속 의원 39명은 이날 집회에서 경찰과 시민의 충돌을 막겠다며 파란색 머플러와 ‘평화’ 표찰을 달고 집회에 함께했다. 문 대표는 “민주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정부가 평화적 집회·시위를 보장하면서 평화 시위 문화가 빠르게 정착돼 갔는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하면서 집회·시위 문화도 과거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대표와 같은 당 소속 정진후, 김제남 의원도 ‘민주주의 평화·인권 지킴이’라고 쓰인 노란 조끼를 입고 집회와 행진에 함께했다.

오후 4시40분께 시작된 행진은 5만명의 참가자가 이동하기에는 애초 신고된 2개 차선이 비좁아, 행진이 시작된 지 1시간 30분이 지나도록 일부 참가자들이 서울광장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로 인해 행진 선두가 행진 통로를 넓히기 위해 일부 차선을 점거하고, 마무리 집회 장소로 신고된 혜화역 2번 출구에서는 경찰이 시위대에게 무리하게 전부 인도로 올라갈 것을 요구하며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양쪽 다 충돌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 서울대병원 앞에서 집회는 마무리됐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전 지난달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해산명령불응 및 일반교통방해)로 알바노조의 이혜정 비상대책위원장을 집 앞에서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에 알바노조는 “참고인 출석요구서는 받았지만, 피의자로 출석 요구를 받은 적도 없는데, 집회를 앞두고 기습체포를 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정권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짓누르는 행위에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준호 박수지 현소은 황금비 권승록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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