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5.18 18:30l최종 업데이트 15.05.18 18:30l


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 진실 밝히기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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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유족회는 18일 오후 2시 대구 2.28기념공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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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이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10월항쟁유족회와 경산코발트광산 희생자 유족회, 가창골, 국민보도연맹사건 희생자 유족들로 구성된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유족회'는 18일 오후 대구 2·28기념공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유족들은 해방 직후인 1946년 대구에서 일어난 10월항쟁에 가담했던 시민들이 보도연맹으로 몰려 형무소에서 복역하다 집단적으로 학살당하고 6·25전쟁 전후인 1950년 6월부터 9월 사이에 좌익사범으로 몰려 학살당한 피해자들의 후손들이다.

당시 대구형무소에 수감중이던 피해자들은 가창골과 경산코발트광산, 앞산 빨래터, 학산공원, 신동재, 파군재 등지에서 2000~3000명 이상이 집단적으로 학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서는 5000~8000명 이상이 무고하게 학살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5년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정리위)'가 당시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명백한 불법"이라고 규정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진상규명이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과거사정리위는 국가가 행할 화해 조치로 위령 추모사업 지원과 가족관계등록부 등 정정, 역사기록 수정 및 등재, 평화인권교육 강화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 사실을 등재하여 지역 공동체가 진실을 기억하게 하며, 경찰 등 해당부처는 '연혁사' 등의 기록물에 사건 내용을 싣도록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족회는 이명박 정부가 과거사정리위의 활동을 중단시켜 희생자들에 대한 진실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들의 억울한 진실을 밝히는 데는 여야, 좌우가 없다"며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자들의 유해라도 발굴하고 위령제라도 지내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백발이 성성한 우리 유가족들은 빨갱이의 자식이라며 연좌제로 몰아간 정권들을 성토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진실을 밝혀 미움도, 억울함도 내려놓고 상생의 길로 갈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진실규명을 위해 특별법 제정과 추가 진실 조사, 유해발굴, 위령제 및 추모사업, 재단 설립 등을 요구하고 이를 위한 1만인 서명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명운동은 대구와 경북 뿐 아니라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채영희 10월항쟁 유족회장은 "국가의 민간인 학살 사건은 이미 정부에 의해 사실로 밝혀졌지만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유해작업과 추도사업도 민간인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어 특별법 제정이 조속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족회는 "90% 이상의 유족들은 아직도 부모님이 나라의 죄인인양 알고 숨어서 입에 올리지도 못하고 불효를 저지르고 있다"며 "동정이 아닌 역사 바로알기에 함께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또 결의문을 통해 ▲정부와 국회는 1950년 한국전쟁전후 국가에 의해 불법적으로 저질러진 반인륜적 집단 학살에 대해 즉각 사죄 ▲유가족에게 배·보상과 유해 발굴, 지역단위 추모공원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 ▲미신청 유족을 위한 조사기간 연장과 미해결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제2의 진실화해위 설립 ▲역사교과서 수정과 반전 평화 인권교육 강화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낙연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2012년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발의 했지만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유족들은 특별법 통과를 위해 전국에서 서명을 받아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