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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04-16 21:38

 

단원고 1·2학년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오전 학교를 출발해 걸어서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 도착한 뒤 분향하고 있다. 안산/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3학년 된 생존 학생등 800여명
노란 리본 달고 분향소까지 걸어
영정앞 국화 쌓일수록 흐느낌 커져

안산분향소 간 이완구 총리
유족 반발로 조문 못해
8760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변한 건 없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는 더욱 단단해졌고, 정부에 대한 절망과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날처럼 대통령도 없었고 진상규명을 위한 전향적인 조처도 없었다. 1년 전 4월16일과 다를 바 없었다.

세월호 참사 1년.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는 하늘도 화가 난 듯 흙비가 쏟아졌다. 간간이 천둥번개도 울음을 토해냈다. 오전 8시50분께 이완구 국무총리가 분향소에 나타났다. 예고 없는 방문에 유가족 20여명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무력화하는 정부시행령 전면 폐기하라’는 등의 구호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막아섰다.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대표는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 인양에 대해, 원론적인 이야기 말고 총리의 소신을 말해달라”고 요구하자, 이 총리는 “시행령과 관련해선 (시행령안 검토를 위한) 차관 회의를 연기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유족들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은 1년 내내 들어왔다. 결과물을 가져오라”고 고함을 질렀다. 또 유족들은 분향소 출입구 쪽으로 몸을 돌리며 이 총리에게 등을 보이기도 했다. 이 총리는 결국 “다음에 다시 조문하러 오겠다”며 20여분 만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앞서 8시30분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도 분향소를 찾았다. 이들도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토로하는 유족들에 의해 10여분 동안 가로막혔다. 우 원내대표가 “시행령이 수정되고 온전한 선체 인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한 뒤에야 조문할 수 있었다.

기자회견에 나선 안산시민대책위원회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고 1년을 맞이한 오늘 또다시 대통령은 이 땅을 떠나고 가족들의 울부짖음만 남았다. 참사 당일에 국가가 없었듯이 참사 1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겐 국가가 없다”고 절망감을 쏟아냈다.

비슷한 시각 분향소에서 2㎞가량 떨어진 단원고 운동장에는 3학년이 된 세월호 생존 학생을 비롯해 전교생 800여명이 모였다. 두 줄로 나란히 서 교문을 나선 학생들의 가슴에는 노란 리본과 배지가 달려 있었다. 친구의 손을 꼭 잡고 분향소까지 ‘슬픔의 행진’을 이어갔다. 며칠 전 흐드러졌다 꽃비가 돼 떨어진 벚꽃길을 조용히 걸으며 눈물을 흘렸다.

팽목항, 안산, 서울광장…분노와 슬픔의 하루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20여분 뒤 어수선한 분향소에 다다른 학생들은 참았던 울음을 토해냈다. 영정 앞 제단에 하얀 국화가 쌓일수록 분향소 안을 채우는 흐느낌은 커져만 갔다.
 

1년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 사진을 바라보던 일부 학생은 할 말을 잃은 채 목메어 울기만 하다 교사들의 부축을 받고 분향소를 나오기도 했다. 분향소 밖으로 나온 학생들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주저앉는가 하면, 한참을 통곡하다 탈진 증세를 보이기도 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아무것도 해결 못한 1년…지금도 우리에겐 국가가 없다”

10시, 1분간 추모 사이렌…1년전 그때도 이렇게 멈췄으면
14시께, 유족들 여 대표에 “무슨 자격으로 여길 왔느냐”
15시께, ‘박근혜 대통령’ 이름 붙은 플라스틱 의자 치워


오전 10시 안산시 전역에 추모 사이렌이 1분 동안 울렸다. 길 가던 시민도, 달리던 자동차도 모두 멈춰서 일제히 묵념을 올렸다. 이날 안산시에는 공공기관과 학교는 물론 일반 기업체 건물에도 희생자를 애도하는 조기가 내걸렸다.

오후 2시 추모식에 박근혜 대통령을 초대한 유가족들이 지루하게 답을 기다리던 1시40분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분향소로 슬그머니 들어갔다. 국화를 든 김 대표 일행이 영정 5m 앞에서 조문 순서를 기다리던 중 유가족들이 들이닥쳤다. 유족들은 “특별법 시행령을 폐기하기 전까지는 조문할 수 없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냐”며 이들을 가로막았다.

당황한 김 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은 내일부터 유가족과 논의해 수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전 대표는 “1년 전에도 책임지고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했는데 달라진 게 뭐냐. 검토하고 논의하겠다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맞받았다.

흥분한 유족들의 고함으로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김 대표 일행은 당직자들에게 둘러싸여 끌려나오듯 황급히 분향소를 빠져나와 대기 중인 승합차에 올랐다. 일부 유족과 시민들은 승합차를 에워싸고 “우리 아이가 죽어가는 걸 내 눈앞에서 봤다. 무슨 자격으로 여길 왔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10여분 동안 옴짝달싹 못하던 승합차는 경찰력이 투입돼서야 빠져나갈 수 있었다.

대통령을 기다리던 유족들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오후 3시10분께 등받이에 ‘박근혜 대통령’이란 이름이 붙은 플라스틱 의자를 치웠다. 4·16가족협의회는 이날 준비했던 참사 1주년 합동추모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1년 전 그날처럼 국가는 없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이날 전남 진도 팽목항에 있던 희생자·실종자 가족들도 팽목항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주지 않았다. 팽목항에 머물던 유가족들은 박 대통령이 팽목항 분향소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이날 오전 서둘러 분향소를 폐쇄하고는 진도읍내와 목포 등으로 떠났다. 분향소 문을 걸어 잠그고, 외부에 ‘진상규명을 원천봉쇄하는 대통령령을 즉각 폐기하라’는 펼침막을 걸었다. 출입문 유리에는 ‘박근혜는 물러나라’라는 구호도 써 놓았다.

박 대통령은 경찰이 친 ‘인간벽’에 둘러싸여 분향소에 접근하려 했고, 추모객들은 ‘진실을 인양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의 ‘반짝 방문’ 뒤 숙소로 돌아온 한 유가족은 “대통령의 팽목항 방문은 현실을 호도하고 국민을 속이려는 ‘연출’일 뿐이다. 겉으론 껴안는 척하면서 속으론 피해자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이날 팽목항을 찾은 시민과 학생 5000여명은 노란 풍선 1000여개를 날리고 풍등과 종이배를 띄우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안산 진도/김기성 김일우 안관옥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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