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유족회장 "깡패집단으로 집회... 이 정부가 만들어"
민간인학살 진주유족회 강병현 회장 추도사... "제4회 합동위령제" 지내
12.06.01 18:14 ㅣ최종 업데이트 12.06.01 18:14 icon_artman.gif 윤성효 (cjnews)

"유족들도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 억울함을 달래주기는커녕 외면하고 있는 현실은 너무나 부당하다. 가해자가 분명히 밝혀진 이 상황에서도, 누구 하나 나서서 사과하는 이 없는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우리도 이 나라의 당당한 국민이다. 62년 전의 이 억울한 일과 유족들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당장 바뀌어야 한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진주유족회' 강병현 회장이 1일 오후 진주청소년수련관 강당에서 열린 "한국전쟁전후 진주지역 민간인 희생 사건 62주기 제4회 합동위령제"에서 추도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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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진주유족회' 강병현 회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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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합동위령제는 전통제례와 문화공연 순서로 열렸다. 진도북놀이(풍류춤연구소), 노래공연(철부지), 남해안별신굿(남해안별신굿보존회)이 무대에 올랐다.

강병현 회장은 "오늘도 우리는 가슴에 한을 품고 이 자리에서 또 만났다. 얼마나 가슴이 쓰리고 아프냐"면서 "언제까지 이런 만남이 계속되어야 할지 가늠을 못하겠지만, 우리의 어두운 과거사를 제대로 잡아야 한다"고 인사했다.

유족들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강 회장은 "돌아가신 분들의 원통한 한을 풀어주는 데는 유족등의 단합된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한은 위임할 수 있지만 책임은 위임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우리 유족들의 이 소리를 중앙정부, 지방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사람의 생명은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도 존엄한 것으로써, 어떠한 이유에서든 사람의 생명은 보장되어야 한다"며 "그 누구도 정당한 절차 없이 형벌을 가하는 것도 용납 안 되지만, 산목숨을 앗는 일은 꿈에서도 아니 될 일"이라고 밝혔다.

강병현 회장은 "유족들도 한 자리에 모여 울분이나 털어놓고 이야기만 하는 것은, 유족회를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며 "유족들의 의지가 강해야 하는데, 늘 박해만 받아 오던 유족이라 피해의식에 젖어 겁이 많아, 자신을 내 던질 만 한 용기를 낼 수도 없었다. 의지가 없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병현 회장은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았다. 그는 "60여 년 동안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입이 있어도 말도 못하고 살아 온 우리 유족들이다"며 "어떤 분은 팔자 좋아 시장도 하고 국회의원도 하고, 어떤 놈은 서러운 팔자로 태어나 이 모양 이 꼴로 정부로부터 냉대를 받으며 이 자리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족들을 깡패 집단으로 집회를 하게 이 정부가 만들고 있다. 현 정부는 말로서는 안 된다. 제가 앞장서겠다. 무슨 일이든지 해야 한다"며 "이제 우리는 참을 만큼 참았다. 우리가 죽은 사람 살려달라고 하지 않았다. 여기 제단 앞에서 술 한 잔 올리라고 하는데 이 것 마저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저희 어머니는 아버지께서 돌아오시리라 생각하며 학수고대 하시다가, 지난 2011년 12월 말에 아버지 곁으로 가셨다. 어머니, 지금은 아버지 만나보셨는지요"라고 물었다.

그는 "이제는 우리 유족회가 살 길을 찾아 일어 설 때다. 분노에 가득 차 얼굴을 붉히고 공중에 삿대질을 해 보아야 알아줄 사람도 없고, 아스팔트 위에 맨 몸으로 나서 봐야 들어 줄 자들이 아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똑 같은 말장난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밝혔다.

강병현 회장은 "정치인들은 다 나쁜 놈, 다 도둑놈이라고 말만 해서는 희망이 없다. 우리 유족회를 헌 신짝처럼 저버린 그런 자들에게 우리 유족회도 보여주어야 한다"며 "진실 규명의 실마리가 조금 보이다가 다시 아득해 지는 이 시점에, 우리 모두 더욱 힘을 모아 이 땅에 우리와 같은 억울함을 당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진주시 명석면 용산리·우수리·관지리, 문산면·진성면 일대 집단 학살 매장지에서 유골․유품 발굴작업을 벌였다. 진실화해위는 2009년 2월 '1950년 7월경 진주시와 옛 진양군에서 민간인들이 희생된 진주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에 대해, 같은해 10월 '진주국민보도연맹 사건'에 대해 각각 진실규명을 의결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명박정부 들어 활동이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