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정형외과 의사이자 통일운동가로 잘 알려진 오인동 박사가 경제적 측면의 통일론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인동 박사는 25일 뉴욕 금강산연회장에서 열린 6·15선언 12돌기념 강연회에서 "통일편익은 비용보다 훨씬 크다. 경제적 통일의 최적기간은 10년"이라고 주장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 연구 결과와 수치들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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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삼성경제연구소와 조세연구소 등은 통일비용을 연간평균 700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한 바 있다. 조정기간을 10년으로 볼 때 7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되는 셈이다. 그에 비해 통일이 가져오는 편익이 얼마인지는 상대적으로 조명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오인동 박사의 강연 요지는 한마디로 분단 유지 비용으로 통일비용을 만들고 남북경제공동체로 경제부흥을 일으키자는 것이다.

그는 "현재 남과 북의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1조 달러와 250억 달러, 국방비는 GDP 대비 남이 3%(300억 달러), 북이 15% 이상"이라면서 "군비를 중국과 같은 2% 수준으로 감축하고 1%의 차관, 2%의 통일국채, 1%의 세금으로 7%의 통일비용을 큰 부담없이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한의 경제성장률을 고려할 때 통일편익은 11%로 통일비용(7%)를 능가한다. 게다가 4.4%의 분단비용을 제하면 순수 통일비용은 2.6%에 그친다. 결과적으로 8.4%의 통일 편익이 발생한다"며 조목조목 설득력있는 수치를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기념연설에서 '분단 조국의 최고·최대 문제는 분단 소멸이지 경제가 아니다'라는 말을 했는데 사실은 '경제가 문제이니 분단을 끝내자'라고 했어야 했다"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통일은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인동 박사는 "독일의 경우 동·서독 간 1대1 화폐교환과 동일임금, 토지 반환 등으로 어마어마한 통일비용이 발생하면서 상대적으로 편익은 적었지만 남북경제공동체는 남북 간 임금차등과 근로 분리를 시행하고 북한의 국유지에 SOC와 상공단지를 건설함으므로써 부담을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남은 고기잡는 장비를 제공하고 기술을 전수함으로써 북한의 자력갱생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나아가 북한 특수로 인한 경제부흥으로 일자리가 넘쳐나 은퇴자까지 복귀하는 실업률 제로의 꿈같은 현실이 이뤄질 수도 있다. 또한 남북연합경체공동체를 통해 지정학적인 '섬'을 탈피해 TKR-TCR-TSR 등 동아시아-유럽 철도와 러시아 천연가스관 연결에 따른 연 20억 달러의 통과수입료가 기대되고 우라늄 희토류 등 남한의 22배에 달하는 지하자원을 개발하는 등 일찍이 없었던 민족사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인동 박사는 '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라는 최근 저서에서 3단계 통일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1단계로 현재 남북한 체제를 그대로 수용하는 1국가 2체제 2정부의 연합공화국(Confedral Republic), 2단계로 외교와 국방을 하나로 묶고 남북 동수의 연방의회, 각료회의를 구성하는 1국가 2정부의 연방공화국(Federal Republic), 그리고 3단계로 통일국호 COREA 공화국(Corea Republic)으로 가자는 내용이다.

이날 행사에는 6·15공동선언뉴욕위원회 김명숙 대표위원장을 비롯, 정광채 위원장, 김동균 사무국장 등 주최측을 비롯, 한반도중립화통일운동협의회 상임대표인 김경락 목사와 김정걸 민족사상연구회장, 이계선 원로목사, 재야사학자 폴 김 박사, 김은주 한미예술협회장 등 뉴욕 한인사회의 지도급 인사 50여명이 자리했다.

이어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각기 활발한 의견 개진을 통해 통일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김정걸 회장은 "오늘 오인동 박사의 강연은 '경제적 측면서 본 통일론'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전개한 것"이라면서 "구시대적인 권력형 통일론, 화석화된 통일론을 넘어 남북에 번영을 가지고 오는 통일, 윈윈(win-win)하는 통일, 젊은이에게 매력있는 통일론으로 주목할만 하다"고 평가했다.

행사를 주최한 6·15 공동선언뉴욕위원회의 김명숙 대표위원장은 "오늘의 조국은 길을 잃은 채 냉전시대로 다시 돌아가버린 현실"이라면서 "청년같은 기상을 발휘하는 오인동 박사의 풍부한 경험과 뜨거운 민족애가 넘치는 강연을 계기로 진지한 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공고관절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의 오 박사는 1992년 한미의사회대표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처음 다녀온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4차례 북한을 방문하여 의료기술을 전수하는 한편, 남북관계의 개선과 통일을 위한 실천적 연구 활동을 활발하게 벌여 왔다.

6·15 남북공동선언이 있기 전인 지난 1998년 '남북 지도자에게 드리는 통일정책 건의서'를 통해 통일을 위한 남북 화해와 협력의 틀을 제시했고 2007년 9월엔 역시 남북 정상에게 'COREA 연합국 합의' 에 관한 제언으로 관심을 모았다.

오인동 박사는 "분단 67년이 넘어가며 남북이 할 짓 못할 짓 다해본 마당에 통일짓 말고 무슨 짓을 더하겠느냐? 해외동포와 뜻있는 국민들이 앞장 서서 이 한심한 분단 노릇을 이젠 끝내자"고 힘주어 말했다.

dbtpwl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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