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2.16 21:45수정 : 2015.02.16 22:16


‘어묵’ 비하 누리꾼 어머니 “다 제 잘못” 사죄
세월호 유족 “용서 못하지만 엄마 마음 통감”

“다 제 잘못이에요.”


조아무개(49)씨는 1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 말만 되풀이하며 울었다. 그의 아들 김아무개(21)씨는 지난달 26일 경기 안산 단원고 교복을 입고 한 손에 어묵을 든 사진에 ‘친구 먹었다’라는 제목을 달아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올렸다가 구속됐다. 일베에서는 ‘어묵’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인다.


조씨는 “내가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줘야 했다”며 울먹였다. 조씨는 이혼한 뒤 서울에서 아들 김씨와 고등학생 딸을 혼자 키웠다.


조씨는 지난 8일부터 매일 안산 화랑유원지에 있는 세월호 유가족 천막을 찾아 사죄를 하고 있다. 그는 전명선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협의회 대표와 세차례 만났다. 전명선 대표는 “그분 아들이 초등학생도 아니고 성인인데다 단원고 교복도 준비했다.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데 용서를 해줄 수 없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어머니가 그렇게 하시는 것은 충분히 통감이 되고…”라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 15일에 사죄의 편지를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같은 날 밤 유가족들이 알려준 몇몇 기자들의 휴대전화로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조씨는 “아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 저라도 사죄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유가족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쓴 편지는 “사죄합니다. 저는 얼마 전 일간베스트 사이트에 세월호 유가족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어묵 사진을 올린 김군의 엄마입니다. 제 자식이 한 일인 줄 모르고 그 사진을 보았을 때, 저 또한 경악을 하였는데 당사자분들의 마음은 어떠셨을지 상상을 못하겠습니다”라고 시작한다. 그는 편지 마지막에 “죗값을 치르면 아이가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나 저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알아보고 새롭게 태어나 열심히 살겠습니다. 마음 아프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밝혔다.


조씨는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고서 다음날 아들을 데리고 경찰서에 갔다. 아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주목을 받고 싶어서 그랬다”고 했다. 아들은 중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직업도 없이 인터넷에 빠져 살았다고 한다. 조씨는 “아들에게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냐’고 꾸중하니까, 나중에 유가족을 찾아뵙고 사과하겠다고 했다. 어머니로서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