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2.05 19:01

사진전 여는 단원고 학생들

2014년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사진을 배운 안산 단원고 2·3학년 학생들의 작품사진을 세월호 생존 학생 학부모 대표의 동의를 얻어 <한겨레> 지면에 소개한다. 한겨레 곽윤섭 선임기자는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곽윤섭의 사진클리닉’ 제자 6명(김문기, 선종석, 오기봉, 최소정, 차익준, 우춘희)으로 구성된 조교팀의 재능기부 도움을 받아 안산 단원고 현지에서 지난해 8월7일부터 매주 한 번, 한 번에 90분씩 12주에 걸쳐 사진교육을 진행했다. 사진교육과 프로젝트를 주관한 ‘세이브더칠드런’은 단원고 2·3학년 학생들과 시리아 청소년의 공동사진전을 6일부터 서울 종로구에 있는 57th 갤러리에서 연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작품을 찍은 학생의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

 


처음엔 해가 길었으나 마지막 수업이 끝난 날 단원고 교정은 어둑어둑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사진교육은 나이 어린 초등학생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짐작했다. 걱정은 몇 주 걸리지 않아 해소되었고 수업시간에는 차츰 웃음과 박수도 나오기 시작했다. 30분가량의 교실 수업과 한 시간가량의 교실 바깥 실습으로 이루어졌는데 조교들이 사진을 지도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매 시간 사진 과제를 부여했는데 처음엔 ‘좋아하는 것 뭐든지’, ‘사람이 들어 있는 사진’이 과제였고, 셔터속도에 대한 감을 익히기 위해 점프샷을 연습하기도 했다. 조교들이 점프샷의 모델이 되기도 했고, 마침 교정을 지나가던 친구가 서너번에 걸쳐 뜀뛰기를 하기도 했으며, 운동장을 지나가던 체육선생님이 한 학생의 요청으로 대여섯번 슈퍼맨 같은 점프를 보여줘 이를 본 모두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수업 후반부엔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과정을 포함했는데, 뭔가를 찍어 오고 그 사진에서 어떤 느낌이 나는지 나머지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본인이 발표하는 식이었다. 학생들은 따뜻함, 그리움 등의 추상적인 표현을 나름대로 척척 찍어 왔다. 12번의 수업을 마친 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열다섯 학생의 사진을 묶어 기념사진집 <사진은 사랑이다>를 펴냈는데, 사진집 제목은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인기투표를 해서 결정했다. 학생들의 사진실습을 지켜보던 생존학생 부모 대표 장동원씨는 “사진을 배우는 학생들이 친구들과 수업을 했던 교실에서 담고 싶은 것은 사진 속에 많이 담아 두면 이후 너희들에게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후 학생들은 직접 교실을 찾아가 책상에 놓인 꽃, 과일, 사진, 쪽지 등을 찍어 오기도 했고, 학교 이곳저곳에 그려져 있는 노란 리본을 담기도 했다.


기념사진집에는 각자의 소감이 들어 있다. 김주희 학생은 “즐겁고 행복한 날에 사진을 찍고 싶어요. 앞으로는 다른 사람이 봐도 신기해할 만한 사진을 남기고 싶어요”, 정현욱 학생은 “지금 제 앞에 펼쳐진 멋진 모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을 때 사진을 찍어요”, 장애진 학생은 “하늘이 예쁠 때 저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싶어져요”라고 적었다. 학생들이 찍은 사진들을 보고 누군가 단 한명이라도 즐거움이나 희망, 감동을 발견하게 된다면 찍은 학생에게나 사진을 감상하는 이 모두에게 더없이 가치있는 일이다. 이들에게 앞으로도 사진이 힘이 되기 바란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