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2.29 21:55

잊지 않겠습니다

공무원 꿈꾸던 동영에게

동영아, 엄마야.

우리 아들 잘 지내고 있지? 여기는 눈이 많이 오네. 네가 있는 하늘나라에서도 눈이 올까? 궁금하다. 작년 겨울 눈 온다고 친구들이랑 썰매 타러 갔던 거 기억나? 엄마는 생각나는데…. 가슴이 아프다. 천진난만하기만 했던 네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학교를 마치면 친구들을 데리고 엄마가 하는 분식집에 몰려오곤 했었지. 이것저것 집어 먹었지만, 바쁠 때는 설거지도 해주며 엄마를 도와줬던 착한 아들이었는데…. 돈을 번다고 너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써준 것 같아 미안해.

가엾은 내 새끼. 엄마가 정말 제대로 해준 게 없어 정말 미안해. 그래도 엄마가 사랑한다고 얘기하면 들어줄 거지? 정말 보고 싶고 사랑한다.

한번이라도 동영이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너무 미안하다. 엄마 이렇게 잘 지내도 되는 것인지.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것 같은데도 배도 고파지고 잠도 자게 되네. 그래서 더 미안하고 죄인인 것 같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싶네.

9월25일 네가 엄마 꿈에 나타났었지. “엄마 나 장가보내줘”라고 하더라. 얼마나 억울했으면 꿈에 나와 그런 말을 할까 하는 생각에 너무 슬펐어.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한 일들이 많기를 바래.

동영아, 엄마 잊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야 해, 알았지?

내 아들, 이 밤도 잘 자고 엄마 또 편지 쓸게.


김동영군은


4월16일, 세월호와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진 단원고 2학년 6반 김동영(17)군은 착하고 책임감이 강했다. 엄마가 늘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라고 했지만, 절약하느라 끝까지 걸어다녔다. 학원에 다니지도 않았지만 성적은 늘 좋았다.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을 기억해 꽃을 선물할 만큼 세심했다. 동영이의 꿈은 공무원이었다.


동영이는 4월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는 경기도 안산에 남은 가족을 돌보느라 전남 진도와 안산을 힘들게 오갔다. 5월4일 안산에서 진도로 다시 내려가던 엄마는 답답한 마음에 아들의 휴대전화에 ‘엄마 지금 다시 내려가니까 꼭 만나자’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 동영이는 다음날인 5월5일, 엄마의 품에 돌아왔다. 엄마는 어버이날이었던 5월8일 아들의 장례를 치렀다.


아빠는 장례를 마친 뒤 진도로 내려가 지금까지 남은 실종자 가족을 돕고 있다. 엄마는 아직도 아들 방을 치우지 못하고, 매일 동영이의 사진을 머리 위에 놓고 잠이 든다. 부모는 아들의 사망신고를 아직 못하고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