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1.15 20:15수정 : 2015.01.15 22:10

그림 박재동 화백

잊지 않겠습니다

로봇 제작 열심이었던 동수에게

우리 장손 동수에게.

1997년 7월19일 동수는 아주 작은 아이로 엄마, 아빠 품에 왔었지. 하지만 크고 건강한 아이로 잘 커 줬어. 엄마는 그런 우리 동수가 너무 대견하고 감사했단다. 우리가 2013년 8월 말에 이사하면서 밝아진 네 모습도 보기 좋았어. 하지만 학교가 멀어져서 추위에 손이랑 얼굴이 많이 튼 모습을 보고 미안하기도 했어.

동수야, 엄마가 출근한다고 바빠서 수학여행 떠나는 날 제대로 밥도 못 챙겨줘서 혼자 아침 챙겨 먹고 학교에 갔었지. 그리고 세월호가 침몰하던 때에 네가 문자를 보냈었는데, 엄마는 그 문자도 한 시간 뒤에야 확인했단다. 뒤늦게 엄마가 전화했지만 너는 받지 못하더구나. 미안해.

동수야, 그래도 꿈에라도 가끔 찾아와줘서 고마워. 갑자기 꿈에 찾아와 교복을 하복으로 갈아입고 가더니, 명절에 찾아와서는 혼자 밥 챙겨 먹고 가더구나. 또 통닭 먹겠다고도 찾아왔었지.

요즘 너무 춥다 보니 너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구나. 겨울바람 맞아 퉁퉁 부운 입술이며 그렇게 힘들게 학교 통학하는데도 불평 없이 항상 엄마를 먼저 생각해주는 착한 동수였지. 학교에서는 로봇 제작 동아리 활동하면서 늘 열심이었던 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구나. 동수야, 진짜 너무도 보고 싶구나.


정동수군은


동수는 늘 거실에서 지냈다. 집이 작아서 중학교 3학년인 여동생은 방이 있었지만, 동수만 방이 없었다. 2013년 8월 동수 가족은 경기도 시흥으로 이사를 갔다. 16년 만에 동수에게 조그마한 방이 처음으로 생겼다. 안산 단원고까지 버스를 타고 40분이나 걸리는 먼 곳으로 이사를 갔지만, 동수는 자기 방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동수는 이 방을 딱 8개월밖에 쓰지 못했다.


‘엄마, 배가 45도나 기울었대요. 괜찮겠죠?’ 세월호가 가라앉던 지난해 4월16일 오전 9시6분, 동수는 엄마에게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 오전 10시가 넘어서 뒤늦게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엄마는 동수에게 부랴부랴 전화를 했다. 하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단원고 2학년 7반 정동수(17)군은 키가 185㎝, 몸무게는 95㎏으로 덩치는 컸지만 마음이 여렸다. 중학교 때 친구에게 맞고 집에 온 적이 있었다. “왜 덩치도 큰 게 맞고 다니느냐”는 엄마의 물음에 동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친구를 어떻게 때려요.”


동수는 지난해 5월6일 학생증이 든 지갑과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은 채로 돌아왔다. 지금은 경기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잠들어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