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2.28 21:38

잊지 않겠습니다

든든했던 맏아들 준우에게

사랑하는 우리 아들 준우에게.

힘들었던 올 한해가 지나가고 있지만, 지울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이날들을 어찌할까. 새해가 다가와도 네가 없는 시간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너는 아직도 머문 자리에 그대로 있고, 엄마의 마음은 4월16일에 멈춰 버렸는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너는 남자 아이라서 사랑한다는 표현도 서툴렀고, 감정도 크게 앞세우지 않았지. 오히려 너는 감정표현이 솔직한 엄마가 힘들어하면 살며시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해줬지. “괜찮을 거예요. 든든한 엄마의 아들이 있는데 앞으로 힘들어하지 마세요.” 늦은 밤 공부하느라 지쳐 있어도 불켜진 엄마방을 보면서 “먼저 주무세요. 제가 알아서 공부하고 잘게요. 직장 다니는 엄마가 나보다 힘들잖아요”라며 오히려 나를 걱정해주던 모습들…. 엄마는 너를 지켜주고 싶었고, 준우도 엄마를 지켜주고 싶었다고 했는데….

현관문을 열고 “다녀왔다”며 씨익 웃고 들어오던 너의 모습에 하루가 행복했다. 그런 너를 안아주고, 뽀뽀해주면 “아들이 멋져요? 그렇게 좋아요? 그럼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라며 잠시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지. 네가 “엄마의 아들이라서 기쁘다”고 했던 말이 오늘도 귓가에 맴도는구나. 준우가 남겨준 소중한 시간을 간직할 수 있어서 너무 고맙고, 준우가 지금 이 자리에 없어도 너와 쌓은 추억들로 오늘을 견디고 있어.

아빠는 준우를 사랑했지만 제대로 많이 표현해주지 못해서 마음이 아프고 가슴에 한이 맺혀 있어. 아빠에게 힘과 용기를 주겠니? 네가 아들이어서, 우리 가족이어서 고맙다. 앞으로 너를 만나는 날까지 엄마는 너의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가련다.

엄마 아들 준우야, 사랑해.


이준우 군은


세월호와 함께 사라진 단원고 2학년 7반 이준우(17)군은 4월이 지나도 물에서 나오지 않았다. 전남 진도에 내려가 애타게 아들을 기다리던 엄마는 다른 엄마들로부터 ‘팽목항 등대에 가서 이름을 부르면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5월1일 엄마는 아빠를 이끌고 팽목항 등대로 향했다. 바다를 향해 준우를 부르며 사랑한다고, 돌아와 달라고 외쳤다. 준우는 이틀 뒤 엄마에게 돌아왔다.


엄마가 준우 생일(4월3일) 선물을 해주려고 하자 “나를 낳아줬는데 뭔 선물이냐”며 손을 내저었다. 작가, 만화가, 기타리스트, 천문학자 등 꿈도 많았다. 준우는 현재 모습이 좋다며 학생증 사진을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 준우의 학생증 사진은 영정사진이 됐다. 준우는 경기 화성 효원납골공원에 잠들어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