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1.05 20:40

잊지 않겠습니다

경찰이 되고 싶어했던 조봉석에게

경찰이 되고 싶어 했던 우리 봉석이에게.

수학여행을 간다면서 인사하고 현관문을 나서는 너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한데 벌써 260일이 지났구나. 이곳은 겨울이 와서 요즘 너무 춥단다. 지난겨울에 너와 함께 경기 용인 민속촌에서 눈썰매 타고, 눈밭에서 축구도 하고,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먹던 추억이 눈에 아른거린다.

너는 축구, 농구, 탁구, 당구, 야구 등 공으로 하는 운동이라면 모두 좋아했었지. 주말이면 친구들과 함께 동호인 아저씨들이랑 축구, 농구도 하러 다니며 즐거워했었는데…. 그러고 보니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했지. 집에서는 17년 동안 막둥이 분위기 메이커였는데…. 아빠가 수염이 많아 까칠까칠한데도 볼에다 뽀뽀도 해주며 “앗 따가워” 하고 장난도 치고 했는데…. 형과도 친구처럼 장난도 많이 치고 게임도 많이 하고 지냈는데…. 형은 너를 많이 보고 싶어하면서 좀 더 잘해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단다. 네가 없으니 가족들끼리 대화도 너무 줄어들었어.

배 타고 수학여행 간다며 떠나기 전날부터 새벽 2시가 넘도록 설레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또래 친구들, 선생님과 가는 추억의 여행이 얼마나 신나고 설렜을까. 하지만 4월16일 믿을 수 없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많은 친구와 선생님이 희생됐구나. 친구들과 놀다가도 저녁 시간이 되면 헐레벌떡 뛰어들어와 엄마와 같이 밥을 먹어주었던 네 모습이 아직도 떠올라. 지금도 네가 “아빠, 엄마” 하고 부르면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아.

꿈속에서라도 가끔 나타나 잘생긴 너의 모습 보여주면 안 되겠니? 우리 가족은 너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지도 않았는데, 너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갔구나. 많이 보고 싶고 그립다. 17년 동안 우리 가족의 막내로 태어나 함께 살아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는 이제 이 땅에서 더는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지 않기를, 우리의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에서 활기차게 꿈을 꾸며 살아가기를 바란단다. 하지만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있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반드시 만들어 달라며 간절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미흡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됐고, 우리 아이들의 넋을 기리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진상규명도 시작됐어. 진실은 침몰하지 않을 거야.

별이 된 아들아. 다음 생에 만날 땐 좋은 추억을 남기고 여행도 많이 가자꾸나. 만나는 그날까지 친구들과 네가 좋아하는 운동 즐겁게 하고 노래도 신나게 부르렴. 우리 엄마, 아빠, 형아가 평소에 자주 하지 못한 말이었지.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안녕.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