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1.18 20:47

잊지 않겠습니다

꿈이 많았던 인호에게

사랑하는 아들 인호에게.

넌 꿈이 참 많았던 아이였지. 늘 경찰 할까, 소방관 할까, 아님 군인 할까 고민했었지. 말수는 없지만 마음이 참 따뜻하고 항상 남을 먼저 배려하고 양보했던 착한 아이였지.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에.

늘 동생을 걱정하면서 덤벙대지 말라고 충고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엄마가 일 때문에 늦게 집에 오면 힘든 나를 위해 대신 밥을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내게 다가와 다리가 퉁퉁 부었다며 다리 주물러주던 아들의 손길도 아직 잊히지가 않아. 그런데 인호야 지금 어디에 있니? 빨리 와서 엄마 지켜줘야지.

널 생각만 하면 그 차디찬 물속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슴이 찢어진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이렇게 착한 우리 인호 다시는 볼 수 없다니 하나님도 정말 무심한 것 같아. 어떻게 이런 천사 같은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을까.

모두가 원망스러워. 이 허전한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인호야, 우리 잠깐 그냥 헤어진 거야. 좀만 기다려. 그때는 우리 다시 헤어지지 말자. 친구 많이 사귀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있어. 아프지 말고.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엄마가.


김인호군은


“어머, 차 예쁘다. 엄마도 한번 타보고 싶네.”

단원고 2학년 5반 김인호(17)군이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였다. 엄마와 길을 가는데 빨간 스포츠카가 지나갔다. 엄마는 스포츠카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인호는 엄마에게 “걱정하지 마. 내가 꼭 사줄게”라고 했다. 이후 커서도 엄마의 그 말을 잊지 않았다. 엄마에게 스포츠카를 꼭 사주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지난해 4월7일은 엄마의 생일이었다. 인호는 그동안 모아 놨던 용돈으로 손목시계를 선물했다. 그러면서 엄마에게 “다음에는 꼭 스포츠카 선물해주겠다”고 말했다. 엄마는 “그때 되면 엄마는 할머니 돼 있어서 스포츠카 몰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8일 뒤인 4월15일 아침 인호는 수학여행을 떠났다. 그날 저녁 6시30분 인호는 엄마와 마지막 전화통화를 했다. 세월호가 인천항을 출발하기 전이었다. 인호는 엄마에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는 그래도 친구들과 마지막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라며 아들에게 수학여행 잘 다녀오라고 했다. 다음날 아침 인호가 탄 세월호는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인호는 4월23일 엄마에게 돌아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엄마는 운동신경이 좋았던 인호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치 잠든 것 같은 모습으로 나온 인호는 지금은 경기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있다. 엄마는 인호가 사준 시계를 늘 차고 다닌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