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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2015-09-01 18:39
일본 사회가 깨어나고 있다. 12만명의 시민들이 ‘집단적 자위권법’ 즉 전쟁가능법안을 밀어붙이려는 아베 신조 총리의 퇴진을 외치면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청년들, 특히 자기 자식이 병사가 되어 희생될 것을 우려하는 어머니들이 근래에 보기 드물게 많이 참여했다고 한다. 전쟁이 곧 자신과 자기 아들의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한다는 이야기다.

지난 70년 동안 일본인들은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서 전쟁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과 한편이 되어 중국에 맞서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만들자는 우익들의 움직임에 강력 반발했다. 한국은 과연 어떤가? 수백만의 목숨을 앗아간 6·25 전쟁도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만 그 이후 60여년 동안 우리는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우리는 지난번의 지뢰 폭발 사고와 곧 이은 남북한 포격, 그리고 북한의 준전시상태 선포로 극도의 공포 속에 며칠을 보냈다. 다행히 협상이 잘 이루어져 전쟁은 막았다. 그러나 두 병사는 지뢰 사고로 평생 불구자가 되었다. 지뢰 폭발의 원인은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지만, 도대체 이 무슨 어이없는 일인가 하는 심정은 지울 수 없었다.

1953년 휴전 이후 2005년까지, 군에 입대했다가(비전투 상황에서) 목숨을 잃은 군인이 무려 6만명이나 되고, 지금도 매년 100명 정도의 시퍼런 청춘이 자살과 사고로 군에서 목숨을 잃는다. 이런 ‘전투 없는’ 전쟁의 비극이 반세기 이상 계속되는데도, 피해 부모들은 국가에 항의조차 제대로 못하고, 그냥 땅을 치고 통곡하다 낙담하여 병을 짊어지거나 결국 가정도 파괴되는 비극을 겪었다.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저렇게 반대하는 일본인들이 있는데, ‘전쟁 중’인 한국인들은 왜 이리 무덤덤한가? 모든 게 북한 탓인가?

1951년, 6·25 전쟁 중 피난지 부산에서 20살의 대학생 김낙중은 “눈물을 찾습니다”(探淚)라는 글귀가 적힌 등불을 들고서 소복을 입고 평화시위를 하다가 정신이상자 취급을 당했다. 과연 남북한 정치지도자들이 미쳤을까, 김낙중이 미쳤을까? 40년 식민지 노예 상태에서 갓 벗어난 남북한이 서로 원수처럼 미워하며 죽기 살기의 전쟁을 하는 것을 본 모든 외국인들이 오히려 김낙중에 공감하지 않았을까? 전범 국가 일본이 처벌을 당하기는커녕 경제발전의 길로 매진하던 바로 그 시점에, 한반도는 식민지 시대보다 더 비극적인 내전에 돌입하였고, 그 후 지금까지 사실상의 전쟁 중에 있으니 이거야말로 미쳐도 단단히 미친 일이 아닌가?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의 파병 대상은 또다시 한반도일 것이다. 그런데 과거 반성 없는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남의 나라 주권 문제인 것처럼 보면서, 동족 중의 ‘적’을 없애기 위해서는 온갖 물적 제도적 탈법적 수단을 총동원하고, 제 발등을 계속 찍으면서 치료비 증액해야 한다고 소리 높이는 이런 국가가 과연 정상일까? 그리고 이런 전쟁공포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는 남북한 인민들이 과연 정상일까?

북한의 군사주의나 호전성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분히 남한 정권이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한국인들의 상당수는 북한에 대해 단호한 모습을 보여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에게 박수를 친다. 과연 연평도 포격, 천안함, 이번의 지뢰 폭발로 희생당한 군인 가족도 그렇게 생각할까? 북한을 잘 달래고 사이를 좋게 만들었다면, 수많은 청춘이 목숨도 잃지 않았을 것이고, 개성공단 확대, 금강산 관광, 추가 대북투자로 수십, 수백조원의 경제적 이득도 거둬들이고 청년들도 많은 일자리를 얻지 않았을까?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은 일본인들보다 우리에게 더 심각한 악몽이다. 나는 동학농민군 진압해달라고 청과 일본을 불러들인 고종과 조선 지배층보다 지금 한국의 집권층이 더 민족적이지도 ‘애국적’이지도 않다고 보기 때문에 더 그렇게 생각한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일본인들이 다시 깨어나고 있다. 그런데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 전쟁 중독 상태에 빠져 있고 자신이 그런 중증 환자인지도 모른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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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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