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및 한국전쟁 정전60주년 한반도평화대회 운영위원회와 함께 정전 60주년을 맞아 남북한간 갈등과 대립을 끝내고 한반도에 평화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대안과 지혜를 모으고자 2013828() 오전 9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한국언론재단(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20)에서 국제포럼을 열고자 합니다.

 

특히, 부르스 커밍스, 와다 하루끼, 왕후이 등 세계적인 석학과 국내 학자들이 참석하여 혁신적인 비전을 담으면서도 현실성이 있는 대안을 내놓으며 심도 깊은 논의를 할 예정이니  유족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석을 바랍니다.

 

 

* 제목 :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한반도 평화대회 국제 세미나

 

[내용]

 

. 취지

 

2013년은 한국전이 정전을 맞은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다시는 전쟁이 없이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이루는 것은 남, 북한 모든 민족의 염원이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동아시아 평화 질서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최근 동아시아는 미국의 중국 포위정책과 영토분쟁, 지도자의 교체로 급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동아시아 평화 질서를 구축하고 이와 함께 한반도 평화통일의 길을 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모색한다.

 

정전 60년은 한반도만이 아니라 소련, 일본, 중국, 나아가 전후 세계질서를 냉전적 대결질서로 전환시키고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통치체제를 존속시키는 토대가 됨.

 

이는 역설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체제 전환이 동아시아의 평화와 민주주의 발전에 획기적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음을 의미함.

 

이에 한국전쟁이 동아시아의 정치, 사회문화에 미친 영향관계, 특히 시민들의 생활세계에까지 침투한 양상에 대해 성찰하고, 정전 60주년을 맞아 냉전과 준전시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동아시아 지식인이 이에 대한 공동의 성명서를 발표함.

전후 세계질서를 냉전적 대결질서로 전환시킨 한국전쟁과 남북한의 대립,

이는 남북한과 동아시아를 전쟁위기로 몰아넣었음은 물론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질서를 강요하였다.

 

부르스 커밍스, 와다 하루키, 왕후이 등 한국, 일본, 오키나와, 타이완, 미국의 지식인 및 한국 불교계가 함께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한다.

 

한국전이 동아시아의 각국의 사회에 정치적, 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한반도적 사건을 넘어 동아시아에 근본적 변화를 이끌 대전환은 어떻게 가능한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하여 불교는 어떤 지혜와 비전을 제시하는가.

이를 위한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비전과 과제를 제시한다.”

 

. 개요

 

주제: 동아시아에서 한국 전쟁: 정전체제에서 지역 평화체제로

(Locating the Korean War in the Context of East Asia: From the Cease-fire to Regional Peace System)

 

일시: 2013828(), 오전 9:30 ~ 오후 6:00

장소: 한국언론재단(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20)

주최: 대한불교 조계정

주관: 한국전쟁 정전60주년 한반도평화대회 운영위원회

주무: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주사회정책연구원

 

. 세부주제 및 발표자

 

* 등록 및 사전 행사: 09:00-09:40

 

09:00-09:30 등록

09:30-09:40 축사-원산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제15교구본사 통도사 주지)

평화의 불이운식 상영-선묵혜자 스님 (서울 도선사 주지)

 

* 1: 09:40-12:30: “불교 평화론과 동아시아 평화체제

 

-사회: 김응교(숙명여대)

09:40-10:00 기조발제; 불교의 평화론과 동아시아 평화체제-수불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제14교구본사 범어사 주지)

10:00-10:30 불교를 통한 동아시아의 소통과 원융-석길암(금강대)

10:30-11:00 불교 평화론과 한반도 평화의 길-박병기(한국교원대)

11:00-11:10 휴식

11:10-11:40 화쟁의 동아시아 평화체제, 그 장애와 대안-이도흠(한양대)

11:40-12:30 종합토론: 최재목(영남대), 박경준(동국대), 유승무(중앙승가대)

 

* 점심: 12:30-13:30 점심

 

* 2: 13:30-17:50: “한국전쟁의 성찰과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

 

-사회: 미정

13:30-14:00 미국의 한반도 전략과 냉전 종식의 대안-부르스 커밍스(Bruce Cumings, Chicago 대학)

14:00-14:30 한국전쟁과 전후 일본, 동아시아 공동의 집-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 대학)

14:30-15:00 냉전체제 극복과 동아시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중국의 역할과 한계- 왕후이(汪暉, 칭화 대학)

15:00-15:10 휴식

15:10-15:40 한국전쟁과 대만, 중국, 그리고 동아시아 평화-추리시(朱立熙, 대만국립정치대)

15:40-16:10 한국전쟁의 성찰과 동아시아 평화체제 수립: 비판과 대안-박명림(연세대)

16:10-16:40 한국전쟁의 동아시아적 성격과 한국 내의 효과에 대한 탐색- - 동아시아 30년 전쟁과 한국전쟁-조희연(성공회대)

16:40-16:50 휴식

16:50-17:50 종합토론: 문정인(연세대), 전현수(경북대), 백원담(성공회대),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와카바야시 치요(若林千代, 오키나와 대학)

 

* 공동선언: 17:50-18:00: 동아시아 지식인 공동성명서 발표-진행: 백도명(민교협 상임의장)

 

. 각 발표문의 요약

 

1. 기조 발제: “불교의 평화론과 동아시아 평화체제”- 수불 스님(한국전쟁 정전60주년 한반도평화대회 상임운영위원장/범어사주지)

 

불교는 마음의 종교이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도외시 한 채 불교가 모든 원인을 개개인의 마음의 문제로만 귀결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처님께서는 당시 북인도의 강자였던 마가다국의 왕이 밧지(Vajjī)족의 나라를 정벌하려 하자, 밧지족이 나라 살림을 민주적으로 공정하게 잘 운영하며, 서로 화합하고, 사회문화가 성숙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로부터도 침략 당하는 일 없이 평화를 잘 유지해 가리라는 견해를 간접적으로 드러내신 바 있다. 정치 경제의 수준과 성숙된 사회문화가 평화유지의 중요한 조건임을 분명히 하신 것이다.

 

불교는 세계 어느 종교보다도 평화지향성이 강한 종교다. 불교는 생명존중 사상으로부터 출발하여 증오와 분노는 자(, 사랑)로써 제거하고, 공격과 해침에 대한 욕구는 비(, 연민)로써 제거하며, 흔쾌히 더불어 기뻐함()으로써 신뢰를 키우고, 계산된 사사로움과 탐심을 버림()으로써 남북화해 상생의 길을 함께 열어가자고 하는 것이 불교계의 의도였습니다. 평화를 위한 관계 맺기의 실천윤리가 자비희사이다.

 

그 어떤 명분을 들이댄다 해도 전쟁은 합리화되지 않는다. 모든 전쟁이 그러하듯이 한국전쟁도 세계 패권주의와 이념의 대립, 팽창주의의 산물이었고, 전쟁으로써 통일을 완수하겠다는 무지와 탐욕의 산물이었으며, 반생명적, 반문화적, 반인륜적 범죄였다. 1900년대의 역사를 돌아 보건데, 한반도의 분단의 원인은 당시 냉전 체제 하에서 세계열강이 제공한바, 이제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그 어느 국가들보다 앞장서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만이 동북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길이다.

 

2. “불교를 통한 동아시아의 소통과 원융”-석길암(금강대 교수)

 

중국에서 시작된 한자와 중국에 새롭게 전해진 불교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동아시아 사회 전역으로 전파되기 시작했을 때 동아시아라는 사회, ‘동아시아라는 문화, ‘동아시아라는 사상이 형성되면서 하나로 묶여지기 시작했다. 이미 존재했던 동아시아 사회에 불교가 전해진 것이 아니라, 불교가 전해지면서 그 불교에 의해 동아시아라는 문화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동아시아 불교에서 사상적 논점들이 가장 강렬하게 부각되었던 시기 중의 하나가 바로 7세기이다. 논쟁의 핵심은 성불(成佛)할 수 없는 중생은 없다라는 주장과 성불하지 못하는 중생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는 주장 간의 대립이다. 이 논쟁에서 인간에 대해 긍정적으로 혹은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전자의 관점이 승리한다. 대부분의 종파불교는 이 관점을 견지했고, 궁극적으로는 이 관점의 불교를 극대화시켜 나갔던 것이 이후 동아시아 불교의 큰 경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동아시아 불교의 일관된 경향을 지칭하는 표제어와도 같은 것이 바로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 혹은 일체중생개유여래장(一切衆生皆有如來藏)’이라는 선언적 문구이다.

 

대체로 당대(唐代)에 명망을 가지고 활동한 승려들이 5% 남짓한 숫자이고, 다시 외국 출신 고승 2~3명 중의 1명은 신라 출신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당나라 불교에서 신라 불교인들의 비중은 상당했다. 1~3기에 이르는 동안 역장을 주도한 대부분의 인물들이 천축 혹은 서역인들이고 많은 신라 승려도 이에 참여하였다.

 

 더불어, 의천의 입송구법은 여러 종파의 장소(章疏)들을 교장(敎藏)으로 집성하는 구체적인 계기이자, 송과 요에서까지 교장의 편찬에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로 작용하게 되었다. 갈등은 개개 간의 동일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지 않으며, 오히려 개개 간의 차별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 우리가 지난 역사에서 어떻게 소통하고 공존하고 공영했는지에 대한 역사의 소중한 경험을 잊지 않는다면, 동아시아소통 그리고 공존과 공영은 언제나 가능태일 수밖에 없다.

 

3. 불교 평화론과 한반도 평화의 길-박병기(한국교원대 교수)

 

한반도 평화 상황의 구체성과 절박성에 비해서 불교의 평화관은 자칫 추상적이거나 이상적인 차원에 머무는 한계를 지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음을 우리는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불교의 평화가 기본적으로는 내 마음의 탐욕과 갈애를 해소함으로써 얻어지는 마음의 평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선정(禪定)과 지혜(智慧)를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그러한 마음의 평화가 온전한 것이 될 수 있기 위해서는 나와 관계 맺고 있는 모든 존재자들을 연기적으로 인식하면서 자비의 눈길과 손길을 돌리는 자비행(慈悲行)이 동시에 뒤따라와야 한다는 것이 불교 평화관의 다른 측면임을 분명히 자각함으로써 이런 한계는 극복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꼭 극복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을 공유한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 문제는 기본적으로 남북한이라는 두 공동체의 구성원들의 평화 문제이지만, 동시에 그들과 얽혀있는 전지구적 관계망으로 인해서 우선 한반도 주변 관련국들의 평화 문제로 확대되고 더 나아가 전지구의 평화 문제와도 긴밀하게 이어져 있음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불교 평화론은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올바른 인식을 전제로 할 수 있다면 문제의 해소 방안은 자연스럽게 마련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그 기반은 한편으로 타자와의 연기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독존성(獨尊性)을 온전히 인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마음의 평화와 남북한 갈등 양상에 관한 실천적 인식과 그 극복을 위한 자비행의 구체화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작은 논의의 결론이다. 그 자비행의 구체화는 다시 불교문화와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대화 통로의 확보로 이어질 수도 있고, 불교적 차원의 평화운동을 적극적으로 모색함으로써 문명적 차원의 평화 문화 확산과 정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먼저 지혜와 자비, 인식과 실천이 둘일 수 없다는 불교적 진리론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4. “화쟁의 동아시아 평화 체제, 그 장애와 대안” -이도흠(한양대 교수)

 

한국전쟁 이후 남북한과 주변국은 서로를 악마화하면서 이를 통해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지배질서를 강화하였다. 남북한 간 갈등과 대결을 멈추고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평화를 지향하는 모든 동아시아 시민의 꿈이지만 그 장애는 만만치 않다. 먼저 민족주의, 영토주의, 국가주의에 의하여 타자를 배제하고 폭력을 행하는 것에 종언을 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차이를 통하여 타자의 타자성과 소통하는 화쟁의 사상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삼국이 상생하는 화쟁의 동아시아 평화체제를 구상할 수 있다.

 

동아시아가 핵위기와 대립과 갈등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6자 회담을 통하여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평화협정 체결과 북한 핵을 맞바꾸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이 바라는 바이자 김일성의 유훈이기도 하다.

 

동아시아 시민사회는 냉전의 잔재를 청산하고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국민국가의 틀을 넘어서서 이를 하나이면서도 셋이고 셋이면서도 하나인 동아시아라는 프레임 속에서 화쟁을 시키는 시민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을 포기시키며,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민주화를 압박한다. 이를 바탕으로 두만강 특구 같은 것도 활성화하여 동아시아 각국이 공동으로 투자하고 생산하고 관리하는 화쟁적 경제 협력체제를 구축한다. 이렇게 평화의 선순환 체제를 확고히 다진 이후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공동의 안보체제, 경제협력체, 환경대응 시스템을 결성하여 미국 중심의 세계체제 자체에 균열을 가한다. 평화협정이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법적 장치라면, 평화체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구조적 장치이다.

동아시아는 공동의 모순인 신자유주의 위기를 맞아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 WSF)과 같은 조직인 동아시아사회포럼(East Asia Social Forum)을 구성하며,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그 바깥에서 해체하는, 지역에 근거를 두면서도 세계화를 지향하는, 협의를 통한 주민 자치를 실현한 지역공동체를 동아시아 곳곳에 건설하고 이의 지혜와 실천을 공유하는 동아시아 지역공동체의 연대체를 만든다. 미국에 맞서서 동아시아의 금융과 신용의 자립을 꾀하는 것이다. IMF 맞서서 동아시아 개발은행,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나 무디스 코퍼레이션(Moody's Corporation)에 대응하는 동아시아 신용평가기관을 설립하며, 동아시아 시민이 연대하여 자유로운 개인의 합리적인 성찰과 화쟁적 소통을 바탕으로 한 공공영역(Öffentilichkeit)을 증대한다.

 

이처럼 화쟁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동아시아 시민들이 눈부처 주체가 되어 교류와 소통을 활발히 하면서 동아시아사회포럼(East Asia Social Forum)을 조직하고, 정부와 시민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지역에 기반을 두면서도 글로벌 시스템과 조화를 이루는 공동의 안보협력체, 경제협력체, 문화협력체, 환경협력체를 만들고 이를 통해 상품에서 지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들을 서로 교환하면서 동아시아의 연대와 평화를 강화하는 평화의 선순환체제를 구축하고, 어느 정도 조건이 성숙하면 동아시아 시민의회, 공동 정부, 공동 사법부와 군대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5. 미국의 한반도 전략과 냉전 종식의 대안-부르스 커밍스(Bruce Cumings, Chicago 대학)

 

정전체제의 최대 유산은 평화가 이룩된 것이 아니라 미국, 북한, 한국이 한국전쟁에 준하는 고도의 폭력을 다시 행사할 수 있다는 위협이 상존하게 된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의 미국의 대북 군사전략과 북한의 상응 전략은 이를 반영한다. 미국의 한반도 전술핵무기 배치와 20134월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모의 핵폭탄을 한국에서 투하훈련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한국전쟁 이후의 남북한과 미국의 군사전략을 추적하고 그 상화관계를 설명하면서, 미국의 군사전략이 핵공격을 포함시켜왔으며, 북한의 대응 군사전략도 이러한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 즉 이를 바로 한국전쟁의 유산이자 지속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1994년부터 제기되기 시작하여 최근 미국 내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론은 비판되어야 한다. 한반도에서 정전체제는 60년간 지속된 전시상태이자 항상 재점화되기를 기다리는 상태인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군사적 해결밖에 없다.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보다는 다른 행동을 취하고 실수를 해가면서 변화시키는 과정이 더 유익하다.

 

6. “한국전쟁과 대만, 중국, 그리고 동아시아 평화”-추리시(朱立熙, 대만국립정치대)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타이완에 미친 영향을 청일전쟁때부터 추적하면서, 한국전쟁을 계기로 해서 미국의 반공주의 동아시아 정책이 타이완의 성립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다. 정당성이 취약했던 국민당 장개석 정권은 정권의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하야 한국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동아시아 반공주의 전략에 적극 편승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폭정을 정당화한다.

 

한국전쟁은 장개석 정권을 구한 전쟁이었다. 국민당이 타이완을 장악한지 2년이 되지 않아 일어난, 2-3만 명의 타이완인들이 희생된, 제주 4-3사건과 견줄 수 있는 타이완의 2-28 학살사건은 장개석 정권의 위기를 상징한다. 1949년까지 장개석 정권은 절대절명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장개석 정권은 중국군 포로들의 폭력적인 국적 선택 및 갈등에 깊게 개입하면서 이들을 타이완을 데려와 국내의 반공정치에 선전도구로 활용한다. 장개석 정권 이후 타이와-중국의 관계는 상당히 변했다. 남북한과 중국 모두 새로운 지도자를 맞이한 새로운 상황에서, 정전체제가 종식되어 북한이 국제체제에 편입됨으로서 새로운 평화적 국제관계가 동아시아에 수립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7. “동아시아 30년전쟁과 한국전쟁: 한국전쟁의 동아시아적 성격과 한국 내의 효과에 대한 탐색-조희연(성공회대 교수)

 

동아시아 30년 전쟁은 2차 대전 이후 많은 식민지 국가들이 해방되는 시기에서부터 베트남 전쟁이 끝나는 1975년까지 이어진 결렬한 전쟁과 갈등의 시기를 말한다.

 

이 동아시아 30년 전쟁은 사회주의적·급진민족주의적 흐름이 새로운 패권국가로 등장한 미국에 대한 공세를 시도하고, 미국이 이에 대해 응전하는 과정이었다. , 이 시기의 냉전은 사회주의 진영 대 자본주의 진영, 공산진영 대 자유진영의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전자의 지배적 흐름에 대한 후자의 방어를 기본특성으로 한다.

 

이 두 글로벌 힘의 팽팽한 각축이 있었고, 그것이 한국전쟁의 발발과 종결에 반영되어 일종의 교착상태가 출현하였으며, 이 교착이 한국전쟁에서는 휴전으로, 세계 수준에서는 냉전적 대결로 이어졌다. 이 상황에서 남한은 반공 규율 사회로 변화하여, 과잉친미적인 사회로 이행하였고 기독교가 헤게모니를 잡았으며, 제도정치의 지형이 왜곡되고 협소화되었다.

 

우리가 만일 한국의 예외주의(Korean exceptionalism)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하면, 바로 동아시아 30년 전쟁에서 국제전화된 내전을 통해 정전·분단체제로서 귀착된 사례라고 하는 점, 바로 30년 전쟁에서 정전·분단체제로서 유지되면서 그것이 여러 요인과 결합되면서 내전형 개발파시즘을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그것이 성공적 사례가 된 것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동아시아 30년 전쟁의 종속변수였던 그 내전형 개발파시즘이 성공하게 되면 이번에는 반대로 그 동아시아 30년 전쟁의 지배적 흐름이었던 급진민족주의·사회주의적 흐름은 퇴조하고 동아시아 30년 전쟁을 특징지웠던 역관계가 역전되고 그 전쟁이 전환점을 맞게 된다고 생각된다. 여기 동아시아-세계사의 역설이 존재한다.

 

 

 

동아시아 냉전체제의 최종적인 해결로서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확립해야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협소한 영토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군사주의를 넘어가기 위한 동아시아 지식인 선언---

 

2013년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여 한반도 내에서는 200여만명의 사망자를 내고, 나아가 국제적 수준에서 2차 대전 이후 전후세계질서를 냉전적 대결질서로 전환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한 한국전쟁이 정전된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이 전쟁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전(停戰)되었을 뿐, 종전(終戰)되거나 평화체제로 전환되지 않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출현한 한반도의 정전체제와 분단체제는 단지 남한과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고, 동아시아 차원에서 우리 모두를 협소한 영토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에 갇힌 채로 지속적인 군사적 대립관계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우리는 이 정전·분단체제를 종식시키고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동아시아를 평화공동체로 전환해가는 긴 여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하여, 동아시아 지식인의 이름으로 이 선언을 하고자 한다.

우리는 한국전쟁의 발발이 한반도에 살고 전쟁을 치렀던 많은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고통과 불행을 가져온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전쟁의 후과는 남한과 북한 모두에서 인간적·사회적 증오와 적대를 지속시켰다. 이러한 정전체제는 남북한은 정치적 사회적 발전을 심각하게 제약했고 민중의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였다.

 

그러나 한국전쟁의 파장과 고통은 그것을 넘어 더큰 세계적 수준에서 그리고 우리가 사는 동아시아적 수준에서 엄청난 파장과 고통을 몰고 왔다. 먼저 한국전쟁은 2차 대전 이후 더 낳은 질서로 나아가려는 아시아 각 사회의 자생적 노력을 좌절시키고 세계적 수준에서는 냉전체제를 낳았다. 그리하여 20세기 후반 내내, 미소를 정점으로 하는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진영 간에 불모의 대결을 낳았다.

 

한반도에서 일어난 한국전쟁은 20세기 세계사를 소모적인 냉전적 대결로 이끌어 20세기 후반을 비극의 시대로 만든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우리는 말하지 않을 수 없다. 2차대전에서 파시즘적 전쟁국가에 대항해서 손을 잡았던 미국과 소련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하면서 상대를 '악마화'하면서 적대적 대결과 공존물론 그것은 '적대적 공범'이기도 했다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이러한 미소 간의 소모적인 적대적 대결은 단지 두 강대국 간의 대결로 끝나지 않고,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여러 국내적인 정치사회적 대결을 극단화시키고 불필요한 군사적 갈등을 야기했다. 민주주의적 절차에 따라 국내적인 선거갈등이나 국내적인 정치적 갈등으로 전개될 수 있는 많은 사안들이 학살과 독재, 군사적 대결로 치닫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 한국전쟁은 동아시아에서의 보수적 질서를 강화하는 중대한 외적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동아시아에서 식민지 지배와 전쟁에 책임이 있는 일본의 천황 및 전전(戰前) 파시즘 세력들로 하여금 미국의 비호 아래 전전의 파시즘질서를 '변형'시켜 유지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였다. 미국은 동아시아의 반공질서를 강화하기 위하여 타협적으로 일본의 천황제-보수질서를 용인하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전쟁은 일본의 우익세력의 보수적 지배질서, 전쟁책임과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지 않는 우익적 역사인식과 태도를 강화하고 오키나와를 세계적 전쟁기지로 만드는,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낳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일본의 아베정권의 '천황만세'를 외치고 전쟁책임을 부인하고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당당하게 행하는 모습은 사실은 전후 일본의 민주화 과정과 가능성을 심각하게 제약한 한국전쟁의 부정적 효과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장제스(장개석) 정권이 49년 본토로부터 인민들의 버림을 받고 타이완으로 패주하여 정권의 존립 자체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지만 역시 한국전쟁을 계기로 전환된 미국의 대동아시아 냉전 정책 속에서 장기 독재의 기틀을 다지는데 성공하게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장제스 정권은 타이완 인민들에 대한 백색테러를 통해 국공내전을 연장하고, 미국의 타이완 해협봉쇄에 협력하는 과정에서 타이완의 정치적 사회적 발전을 극도로 제약하면서 독재체제를 방어하였다.

 

나아가 한국전쟁은 혁명 이후 1년 밖에 되지 않은 중국의 49년 혁명정권에도 충격과 변형을 야기하였다. 즉 중국은 건국 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전쟁에 개입하게 됨으로써 많은 인명손실과 경제적 피해를 감당해야 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은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국가건설을 추진하고자 했던 초기의 신민주주의구상에서 멀어지게 하고 과속(過速)’으로 사회주의체제의 건설로 내닫게 만드는 정치적 동력을 제공하는 부정적인 정치적 유산을 남겨 놓았다.

한국전쟁의 영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전쟁으로 많은 동아시아의 나라들에서 전후질서가 급격히 부정적으로 변형되면서 제국주의적 질서에 편입 또는 적극 협력했던 많은 세력들이 반공을 명분으로 국내 정치를 경직화시키고 식민지시대의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성공하였다. 만일 한국전쟁과 정전으로 한반도에 남북한의 분단(分斷)체제가 성립되었다고 한다면, 이 분단은 많은 동아시아의 나라들 내부에서 친공 대 반공의 분단체제를 출현케 하였다.

 

이처럼 동아시아에 엄청난 부정적 후과를 낳았던 한국전쟁은 이후 남북간의 대결로, 그리고 북미간의 대결로, 나아가 최근 북일 간의 대결의 형태 등으로 재생산되면서, 동아시아가 평화공동체로 가는 동력을 현저히 약화시켜왔다. 물론 1970년대 이후 중미관계정상화, 중일수교 등을 거치며 한국전쟁으로 인한 동북아의 냉전적 대립은 완화되기도 했다. 특히 1990년대 지구적 차원에서 냉전체제가 해체됨에 따라 동아시아에서도 냉전적 장벽을 뛰어넘고자 하는 교류와 협력의 시도가 부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러한 시도가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는 것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의 정전체제는 동아시아에 평화의 선순환구조를 낳지 못하게 하고 갈등 확산의 악순환구조를 낳는 방향으로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 즉 냉전체제의 해체과정에서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체제가 구축되지 못함에 따라 자신에 대한 안보위협이 증가했다고 판단한 북한은 체제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어려운 경제적 조건에서도 핵무기 개발 등 군사력의 강화에 많은 재정을 쏟아 붓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자위적인 군사력 강화를, 일본의 우익세력은 재무장화를 촉진하려고 하고 평화헌법 수정과 자위대 강화 등의 '외적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은 동아시아 동맹국들의 보호를 한다는 명분으로 다시 한미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일본의 군사기지를 강화하고 있다. 사실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 由紀夫)정부 시절 민주당이 공약까지 했던 오키나와 외부로 후텐마기지를 이전하겠다던 공약을 포기하고 오키나와 내부의 헤노코 기지 내로의 이전으로 후퇴한 데에는, 천안함 사태로 인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명분으로 하는 미국의 일본 정부 압박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아베정권이 인근 국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추진하고 있는 자위대의 군대화 및 군사대국화 전략, 그리고 심지어 평화헌법 개정 시도 역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악용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이것은 한국전쟁으로부터 이어지는 한반도에서의 남북간 대결, 북미간 대결이 현재도 변형된 형태로 동아시아의 '갈등확대의 악순환구조'의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단순히 군사적 긴장 확대의 간접적요인으로 작동하는 것을 넘어, 1993-1994년에는 ‘1차 북핵위기라는 형태로, 그리고 2002년에는 ‘2차 북핵위기라는 형태로 전쟁상태로 회귀할 수 있는 위기상황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다행히 2003년 이후 ‘6자 회담이라는 형태로 한반도에서 남북간의 대결체제와 북미간의 대결체제를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어져 왔고, 그것은 2005년 남한,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6자 회담 당사자들이 참여한 9.19선언이 발표되어 한반도 긴장완화의 중요한 원칙을 확립하고 실행체계를 논의하는 단계로 이르렀다. 그러나 6자 회담은 평화정착의 길로 가지 못하고 표류하였고, 20132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발생한 여진(餘震)으로부터 한반도가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의 군사적 대결이 전세계 평화를 얼마나 위협하고 있는가는 세계 군사비의 통계에 의해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냉전 종식후 세계가 군사비를 35% 줄이는 동안 아시아 국가들은 군사비를 36%더 증액시켜, 아시아 국가들에서 차지한 국방비 비중은 1995년 세계의 6.9%로부터 2000년에는 세계의 14.5%로 그 비중이 대폭 상승하였다. 2010년 현재, 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의 군사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6980억 달러(세계 군사비의 1), 중국의 1190억 달러(2), 러시아의 587억 달러(5), 일본의 545억 달러(6), 한국의 243억 달러(12)와 공식통계로 잡히지 않는 북한(미 중앙정보국 추계 30억 달러)까지를 합할 경우 6자회담 참가국의 군사비 총액은 9,302억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2010년 전세계 군사비의 약 57%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구도가 전세계의 군사적 대결의 중요한 기반이자 구성부분임을 보여준다. 앞으로도 현재의 정전·분단 체제는 향후 동아시아의 군사긴장과 영토주의의 갈등을 심화시킬 근거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동아시아 지식인의 공통의 관심과 의지를 모아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자 하며 이를 널리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은 낡은 국제적 대결구조이자 갈등유발체제인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선언하고자 한다. 우리는 가장 먼저 정전 60년을 맞아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을 통해 동아시아의 이러한 악순환구조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한반도에서의 정전체제를 종식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

우리는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것을 출발점으로 하여 궁극적으로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로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역내 국가들 간의 패권적 경쟁 보다는 오히려 협력적 경쟁이 우리 모두의 공존과 번영을 위해 긍정적이라고 하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동시에 압박과 패권 강화를 통해 평화를 성취하려고 하는 과거의 냉전적인 대결적인 지향을 넘어서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각각의 시민사회 내부에 깊히 뿌리박혀 있는 냉전의 유산을 우리 모두가 성찰적으로 극복해가야 한다.

 

둘째,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전쟁상태의 공식적인 종결을 선언하는 종전선언으로부터, 당사자들 간의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및 북일수교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이와 관련하여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아시아 평화체제를 위협하는 핵심적인 요소로서, 북한과 미국이 즉각 대결관계를 청산하고 북미간의 불가침 협정 및 관계정상화가 전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은 북한체제에 대한 부당한 체제위협을 중단하고 북한은 비핵화를 향한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 20059·19공동성명에서는 이미, 북한이 "모든 핵무기 및 현존하는 핵계획 포기' "핵확산 금지조약 및 국제원자력기구 복귀'를 약속하는 반면에, 미국은 '핵 또는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침략하지 않고,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실행하는 것을 합의한 바 있다.

이러한 방향으로 가는데 현재 북미 간에 존재하는 깊은 불신의 골이 크나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북한의 미국에 대한 가장 깊은 우려사항인 북한의 체제위협의 문제를 명시적으로 해결하고, 북한은 핵무기 개발 등 국제사회가 용인하지 않는 자위수단을 통해 체제를 지키려는 자세를 포기하고 전면적인 평화의 길로 나서는 방식으로 전격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고자 한다..

 

세째, 우리는 평화체제 구축을 징검다리로 하여 핵없는 동아시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2차 대전 종결과정에 경험한 일본에서의 원폭 재앙, 전후 냉전체제 하에서의 핵을 둘러싼 진보세력 내부의 갈등, 20123·11원전사고, 동아시아의 여러 지역에서의 크고작은 원전사고와 그와 관련된 민중들의 고통을 고려할 때, ‘원전 없는 동아시아의 의미를 갖는다. 또한 우리는 이 자리에서 핵무기 없는 동아시아라는 의미에서의 비핵화(非核化) 가 동아시아에서 양보할 수 없는 비타협적 원칙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북한이 스스로의 체제옹호를 위해 행하는 핵무기의 개발전략이 동아시아에서 핵무기와 군사력 증강 등의 악순환을 만들고 있음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동시에 우리는 2005년 남한,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6자 회담 당사자들이 합의한 9.19선언에서 표현된 바와 같이, 남한에는 전술핵이 배치되지 않아야 하며, 일본도 핵무기 개발 시도가 있어서는 안되며 핵보유국들이 이 지역에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 한반도의 비핵화, 동아시아의 비핵화는 동아시아의 비핵화 원칙은 당연히 미국의 한국과 일본에 대한 핵우산 제공의 폐지까지도 포함해야 한다. 그리하여 동아시아 비핵지대가 구현되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국, 러시아, 중국 등 핵무장국가들의 핵군축, 나아가 비핵화로 나아가야 한다.

 

네째, 우리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기 위한 국제적 개입을 보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더 큰 영향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성취해야할 평화체제의 원칙과 방향, 구체적 모습을 국제적 협의와 소통, 검증과 여론화를 통해 지역적 국제적 대안으로 만드는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평화체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결코 정부 간의 협상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오히려 아래로부터 시민사회와 민중의 공통의 인식과 그에 기초한 연대의 실천, 나아가 아래로부터의 압력을 통해서 비로서 실현될 수 있다.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동아시아의 공통의 문제로 보고 동아시아 지식인 공통의 연대성명서를 내는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돌이켜 보면, 2차 대전 이후 냉전의 기나긴 세월 동안 사실 동아시아의 공통의 연대성과 정체성을 상실해왔는지도 모른다. 이 상실된 연대성과 정체성은 냉전이 해체된 이후에도 회복되지 못하였고, 우리는 지금도 편협한 국민국가적 안보관에 휩싸여 서로 간에 대립하고 있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정착시켜 가는 과정이 궁극적으로 동아시아의 개별국가를 넘는 공통의 연대성과 정체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동아시아 혹은 아시아는 경제적 차이, 이념, 인종 및 종족, 민족, 종교, 언어 등 다양한 측면에서 크나큰 이질성을 갖는 지역이다. 이것은 갈등과 적대의 풍부한 토양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이러한 차이를 진정으로 존중하고자 하는 사고로 전환한다면 풍부한 공존의 미학공존의 정치학이 발전될 수 있는 토양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질성의 상황에서 우리는--패권적 이념이나 압도적인 경제력으로 역내 국가들을 제압하려고 하는 사고를 뛰어넘어--차이를 존중하고 차이를 통해 다양성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한국전쟁의 정전 60년을 전환점으로 하여 평화로 가는 길로 매진해야 할 지금, 극단적인 긴장과 대결의 시점으로 회귀해 있다는 것 자체가 비극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한국전쟁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그 냉전의 질서가 표면적으로는 종언을 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안과 밖에서는 그 질서가 더욱 강렬하게 지속되고 있는 모습은 현재 국제질서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마법의 거울이기도 하다. 이는 21세기 동아시아의 최대의 덫이자 그 상처이며, 그렇기 때문에 최대의 해결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정전 60주년을 맞아 동아시아에서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정전체제 60년이 만들어낸 군사적인 억압적 국제-국내 질서를 반성하면서, 한국전쟁을 확실하게 종결시키고,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동아시아 평화정착에 결정적인 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협소한 영토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 그리고 그것에 기반을 둔 군사주의를 뛰어넘어야 한다. 정전 60주년을 맞는 2013, 동아시아 여러 사회의 지식인들은 생각을 모아 낡은 체제의 전면적 전환을 선포하고 평화체제로의 대안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