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1.04 21:06

잊지 않겠습니다

치과의사 꿈꿨던 창헌에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랑하는 내 큰 아들 창헌이에게.
 

눈을 떠도 보고 싶고, 눈을 감아도 보고 싶은 사랑하는 내 아들 창헌아. 고생만 시켰는데도 속 한 번 안 썩히고 착하기만 했던 내 보물이자 듬직이인 맏아들. 표현이 서툴러서 무뚝뚝한 것 같아도 알고 보면 사랑이 너무 많아 누구를 미워할 줄도 몰랐던 내 1번. 몸이 안 좋은 친구들 있으면 돌봐주던 착한 마음을 가진 내 아가. 그런 착하디 착하고 귀하디 귀한 너를 보내고 엄마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해.

거리에는 온통 너와의 추억으로 가득해. 다 그대로인데 내 소중한 너만 없어서, 엄마는 숨을 쉴 수 없고 가슴이 죄여 들어와. 치과 의사가 돼서 결혼도 안 하고 엄마, 아빠 모시고 좋은 집과 차를 사주고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했었지. 보고 싶다. 만지고 싶고, 안아 보고 싶고, 엄마라고 부르는 너의 목소리를 간절히 듣고 싶어.
 

태어나 18년 동안 넌 우리에게 너무 큰 행복을 줬지. 네가 내 아들이라는 것 자체가 듬직했고, 넌 내 희망이자 내 전부였어. 그런데 너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엄마가 돼버렸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힘없는 엄마라서 미안해. 아무리 자격없는 엄마지만, 널 열 달이나 내 배에서 품고 18년간 떨어진 적 없었는데 마지막 인사도 못했구나. 엄마는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너무 많은데 단 한 번만이라도 꿈에 나와 엄마랑 이야기하자. 창헌아, 꼭꼭 알았지?
 

네가 너무나 예뻐하고 사랑하는 동생 문환이도 하루하루 형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살고 있어. 엄마, 아빠도 모르는 너희만의 비밀도 많았다고 하더라. 근데 그 비밀 이제 혼자만 알아야 하니까 너무 속상하고 힘들다고 해. 그래도 하나하나 추억을 되새기며 기특하게도 잘 버텨주고 있지만, 요즘 들어 형이 너무 많이 생각나는지 네 이야기를 많이 한단다. 힘들어하는 동생과 아빠라는 이유로 울지도 못하고 내색도 못하는 아빠에게 힘내라고 응원도 해주렴.
 

우리 가족은 늘 네 식구야. 우리 집 1번인 너는 몸은 떨어져 있어도 우리 가슴 속에 늘 자리 잡고 있으니까, 서로 있는 곳에서 할 일 다 하고 다음 생에 다시 부모와 자식으로 꼭 만나자. 그 땐 아끼지 않고 사랑하며 오랫동안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자. 그때까지 잊지 말고 기다려줘. 네가 있는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슬퍼하지도 말고 늘 친구들과 선생님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 사랑해. 많이 많이. 18년 전 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넌 내게 1번이야. 엄마가 네 곁에 갈 때까지 건강하렴.


김창헌군은


단원고 2학년 8반 김창헌(17)군은 엄마, 아빠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이 되면 늘 깜짝 파티를 해줬다. 보쌈을 좋아하는 엄마, 아빠를 위해 몰래 보쌈을 사다가 침대 아래에 숨겨뒀다. 엄마, 아빠가 일을 마치고 늦게 집에 돌아오면 마치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것처럼 능청을 떨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숨겨뒀던 보쌈이나 케이크를 내왔다. 풍선으로 집을 예쁘게 꾸미기도 했다. 무뚝뚝해 보이긴 했지만, 맞벌이를 하며 고생스럽게 자기와 6살 어린 남동생을 키우는 엄마와 아빠를 늘 생각했던 아이였다.


창헌이는 5월1일 가족들에게 돌아왔다. 엄마의 꿈에 나타나 바다를 가리키며 “나 여기 있으니까 살려달라”고 말한 다음날이었다. 지금은 경기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잠들어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