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1.09 19:29수정 : 2015.01.09 21:58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지닌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9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 졸업식에서 졸업하는 3학년 선배를 위한 합창 공연을 하다 울먹이고 있다. 안산/공동취재사진

“선배 덕분에 거센 파도 같았던 봄을 견뎠어요”
생존 2학년생들 송별 노래에 숙연
리모델링 위해 한달 앞당겨 실시
“당당히 맞서나가라” 격려와 다짐

“내 생애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다시 올 수 있을까요”

9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고 강당에서 열린 이 학교 졸업식.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때 생존한 2학년 여학생 33명이 가수 이선희의 <인연>을 부르는 사이 무대에 선 일부 여학생들과 식장에 있던 3학년 졸업생들이 곳곳에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았다.


학교 리모델링 작업을 위해 예년에 견줘 한달 앞당겨 열린 이날 졸업식에는 3학년 학생 505명과 세월호 참사 생존 2학년 학생 75명, 1학년 학생과 학부모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세월호 참사로 2학년생 250명을 잃은 단원고는 이날 졸업식에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서로에게 위로를 건넸다.


재학생 대표로 송사를 읽은 2학년12반 최민지양은“만발한 벚꽃 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던 봄, 모두가 슬픔에 주저앉았던 그 봄에 굳건하고 듬직하게 기둥이 되어준 선배들이 있었기에 거센 파도 같았던 봄을 견뎌낼 수 있었다”며 떠나는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답사에 나선 3학년 12반 오규원군은 “오늘 이 자리에 당당히 모습으로 설 수 있게 된 것은 선생님의 은혜와 부모님의 사랑, 친구들의 우정,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 준 대견한 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추교영 교장은 졸업생에게“단원고가 여러분의 모교인 것처럼 유명을 달리한 2학년 학생들은 여러분의 동생이며 단원고의 아이들”이라며 “나와 선생님, 우리 어른들은 해마다 그날이 오면 추모와 참회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아들이 이날 졸업하고 참사에서 생존한 2학년 딸을 둔 학부모 임아무개씨는 “단원고라는 꼬리표 때문에 상처받더라도 당당하게 맞서나가라”고 격려했다.


식을 마친 일부 졸업생과 학부모들은 2학년 교실을 찾아 희생자들의 책상위에 놓인 꽃과 과자, 사진 등을 보며 또다시 눈시울을 적셨다. 단원고는 2학년 교실은 2학년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보존할 예정이다.


안산/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