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2.2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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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재동 화백

잊지 않겠습니다

장교가 꿈이었던 김범수에게


장교가 꿈이었던 작은아들 범수에게.


지난 4월15일 화단에 연산홍과 개나리, 목련꽃이 예쁘게 피어 있을 때 수학여행을 떠났었는데, 계절이 여러 번 바뀌면서 단풍이 떨어지고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다. 요즘은 아들이 보고 싶고, 이야기도 하고 싶고, 같이 있고 싶어서 사무실 책상에 아예 사진을 올려놓고 매일 일상을 함께한단다. 수학여행을 간다며 장소와 교통편, 여행경비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들떠서 가정통신문에 사인해달라고 했는데….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이별여행이 될 줄이야.


배가 침몰하는 순간에도 아빠에게 긴급한 상황을 차분하게 전화로 알려줘서 꼭 살아서 가겠다고 했었지. 그래서 구명조끼 확인하고 정신 똑바로 차려서 안내방송 잘 듣고 대처하라고 했었는데, 결국 9시17분 전화가 끊어졌었지. 참사 확인 후 어떻게 손쓸 수도 없었기에 지금 엄마와 아빠는 타들어가는 가슴을 죄며 아직도 약물과 인지 치료 등을 받으며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단다.


자라면서 성실하고 말도 잘 들어서 걱정 없이 맞벌이했는데. 그래서 엄마, 아빠는 열심히 회사 다니면서 28년 동안 한 직장에서 근무도 할 수 있었단다. 초등학교 때 태권도 2품 따고, 아침에 제일 먼저 학교 가서 공부해 국가공인 문서실무사 2급 자격증 땄을 때는 너무 기분이 좋았었지. 중학교도 집 근처라서 걸어다녔고, 유난히 손재주가 많아서 종이접기, 음식 만들기를 잘했지. 게임도 잘해서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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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책, 만화책, 핸드폰으로 소설 보기 등 분주한 시간을 보내면서도 학교 야자와 학원 단과반에 다니며 매일 밤 10시10분만 되면 집에 돌아와 “엄마 나 옴” 하고 인사했었는데. 엄마가 부를 땐 범이라고 해서, 형이 종이접기 재료 사서 백호랑이 만들어서 분향소에 갖다 놓았단다. 1학년 때는 교내 학교폭력예방 사용자제작콘텐츠(UCC) 만들기 대회에서 최우수상도 받았고, 단원고 제과제빵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해서, 만든 과자와 빵을 항상 엄마 주겠다며 싸 왔지. 네가 만든 과자와 빵 맛이 그립구나.


키 186㎝, 몸무게 85㎏, 신발 310㎜, 체격이 좋아서 엄마는 범수에게 공부 잘해서 직업 군인 하라고 자주 이야기하곤 했었지. 학교 책상에도 작은 국화 화분을 뒀고 가끔 물 주러 가서 아들의 체취도 느껴본단다. 책상에 목표를 공부하기로 써 붙여 놓아서 맘이 짠했었지.


친구들과 잘 지내고 꿈에서 엄마 걱정 없게 꼭 놀러 와. 다음 생에도 엄마, 아빠 아들로 태어나고. 그땐 많이 사랑해줄게. 이다음에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자. 사랑해 범수야. 오늘은 형의 생일이야. 거기서 축하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