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17 20:41

잊지 않겠습니다

운동 좋아했던 대희에게 아빠가

대희에게.

사랑하는 대희야.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어느덧 겨울의 문턱에 와있구나. 언제나 듬직했던 우리 아들, 그곳 하늘에서는 잘 지내고 있겠지? 지금도 열심히 무술 연마하고 있을까? 좋아하는 피자, 치킨도 매일 먹고 있겠지? 혹 너무 많이 먹어서 살 뺀다고 요새도 새벽에 운동 나가는 것은 아니겠지?

대희야, 너무너무 보고 싶구나. 우리 아들 부드러운 목소리 한 번 들어 봤으면. 따뜻한 손 한번 잡아 봤으면. 통통한 볼 한번 만져 봤으면. 보고 싶고 궁금한 게 너무도 많은데 왜 한 번도 아빠 꿈 속에 놀러 와서 알려 주지를 않니? 그곳에 먼저 간 게 너무 억울하고 원통해서 그러니?

대희야, 인제 그만 이곳 사람들 용서해주면 안 될까? 모든 거 다 내려놓고 그곳 하늘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으면, 멀지 않은 시간에 우리 가족들 다시 만나 살 수 있으니까 말이야. 대희야, 누구나 다 그곳 영면의 세상에 가게 돼 있어. 우리 아들은 남들보다 아주 조금 일찍 그 세상으로 간 거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고 인제 그만 모든 거 다 용서해주자.

여기 가족들도 우리 대희 다시 만날 그날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나갈게. 대희한테 부끄럽지 않게 살아 나갈 거야. 그러니 우리 아들도 그곳에서 행복하게 지내면서 기다리고 있으면 돼, 알았지?

사는 게 힘들고 외로워도 더 이상 울지 말고 슬퍼하지도 말고, 아빠가 항상 말했듯이 허리 쭉 펴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거야. 대희가 그곳에서 늘 우리 가족을 지켜보듯이 우리도 항상 사진 속의 아들을 보고 있고 가슴 속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단다. 그러니 대희야, 우리 다시 만날 그날을 고대하면서 조금만 더 힘내자. 우리 아들은 항상 아빠 말 잘 들었으니까. 무슨 말인지 이해하고 그리할 줄 아빠는 믿는단다. 아빠도 더 이상 슬퍼하지 않고 우리 가족들을 위해서 그 전보다 더 열심히 살아 나갈 거야. 그곳에서 많이 응원해주고 지켜봐 줘, 알았지?

대희야 사랑한다.


김대희군은


단원고 2학년 4반 김대희(17)군은 운동을 좋아했다. 살을 빼기 위해 중학교 때부터 권투 등을 시작했다가 운동에 취미를 붙이게 됐다. 3년 전부터는 영화 <아저씨>와 <본 아이덴티티>에 등장하는 필리핀 무술 칼리 아르니스에 빠졌다. 매일 학교 수업이 끝나면 경기 안산에서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칼리 아르니스 도장까지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대희의 꿈은 칼리 아르니스 사범이 되는 것이었다. 아빠는 대희에게 ‘군대 제대하면 도장을 차려주겠다’고 약속했다.


대희는 공부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얌전하고 예의바르게 자랐다. 부모 속 안 썩이는 착한 첫째 아들이었다. 집 근처에 사는 할머니를 자주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4월16일 오전 대희는 엄마와 아빠에게 ‘배가 침몰한다. 나는 괜찮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동시에 보냈다. 엄마는 대희에게 애타게 전화를 했지만, 대희는 받지 못했다. 이틀 뒤 엄마, 아빠의 품에 돌아온 대희는 지금 경기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잠들어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