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25 20:55

잊지 않겠습니다

축구를 좋아했던 건우에게

건우야. 사랑하는 우리 아들, 우리 똥강아지. 엄마가 아무리 불러도 우리 아들은 대답이 없네. 우리 아들이 엄마 곁에 없는 게 벌써 반년도 훌쩍 지났어. 꽃 피는 봄에 수학여행을 떠나, 이제 겨울이 왔는데도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 아들.

엄마는 아직도 우리 아들이 제주도에 있을 것만 같은데…. 제주도 가면 만날 수 있는 걸까? 학교 끝날 시간 되면 지금도 엄마는 전화기를 자꾸 쳐다보고 있어. “엄마 어디?” 하고 전화 올 것만 같아. “오늘 저녁 반찬은 뭐야? 엄마.” 지금도 자꾸 뒤돌아보게 돼.

집에서는 막내여서 애기로만 생각했는데, 학교에서는 친구들도 잘 보살피고 항상 배려할 줄 아는 아들이었지. “엄마, 나는 꼭 체육 선생님이 될 거야”, “애들 가르치는 게 너무 재밌을 것 같아”, “엄마, 나는 나중에 결혼하면 꼭 딸을 낳을 거야”, “여자 애기들이 너무 예뻐.” 네가 했던 말이 귓가에 아른거린다.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너무너무 많은데, 우리 아들이랑 마지막 통화가 생각나. “엄마, 난 안전하니까 걱정하지 마. 구조대 다 왔어. 소리도 들려. 나가서 전화할게.” 지금도 우리 아들 목소리가 생생한데…. 엄마가 해주고 싶은 것도 너무 많은데 우리 아들 한번만 안아보고 만져보고 싶어.

건우야, 형이 이번달에 군대에 간다. 형이 군대 가서 잘 적응하고 잘 생활하고 올 수 있게 건우가 위에서 지켜봐 줘. 사랑하는 우리 아들, 엄마 나중에 갈 때까지 잘 지내고 있어. 그때 여기서 못다 한 거 하자. 사랑해. 사랑해.


김건우군은

단원고 2학년 5반 김건우(17)군은 축구를 좋아하고 공부도 잘했다. 1학년 때부터 학교 축구부에서 활동했다. 축구를 하다가 끼니도 거르기 일쑤였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는 4월18일에도 축구부 형들과 함께 축구를 할 계획이었다.


지금까지 부모 속 한번 썩인 적이 없을 정도로 착했다. 집에서는 3살 많은 형을 잘 따랐고, 학교에서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줬다. 그래서 건우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선생님들도 예의 바른 건우를 좋아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4월16일 오전 9시50분께 건우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과의 전화통화에서는 “무섭다”고 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간에 엄마와 통화하면서는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켰다.


건우는 해경이 세월호 선체에 처음으로 진입했던 4월19일, 다른 2명의 학생과 함께 배 안에서 발견됐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그림 박재동 화백